[인디言] 무속과 현대의 조화 ‘전국퇴마사협회’

전국퇴마사협회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팀 다다)
▲ 전국퇴마사협회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팀 다다)

도시전설이 가져오는 오싹함과 매력은 불가해라는 이유도 있지만, 역시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녹여내서가 아닐까 한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만약? 이라는 질문으로 하여금 계속 그 이야기를 곱씹게 만든다. 게임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유행했던 백룸이나 규칙형 나폴리탄 괴담을 중심으로 출시된 여러 공포게임 또한 앞서 언급된 이유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렇듯 현실에서 벌어질 법한 괴담은 누구나 흥미를 가질 법한 이야기다. 이번에 소개할 호러 어드벤처 ‘전국퇴마사협회’ 또한 이런 류의 게임이다. 금줄과 부적, 무복 등 전통적 디자인, 학창시절에 한 번쯤 보았을 법한 한국 고등학교와 학생에 ‘퇴마사’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단어가 더해지면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과연 이 게임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어떻게 풀어내려는 것일까? 전국퇴마사협회를 개발 중인 인디게임 개발팀 ‘팀 다다’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전국퇴마사협회 데모 메인화면 (사진출처: 스토브인디)
▲ 전국퇴마사협회 데모 메인화면 (사진출처: 스토브인디)

오컬트·어드벤처·무속의 절묘한 조화, 전국퇴마사협회

전국퇴마사협회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귀신이 각자의 체계를 구성해 세계의 어둠으로 자리한 세상을 그린다. 게임의 주인공은 이런 세상에서 일반인들이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노력하는 영능력자들의 비밀단체 ‘전국퇴마사협회’에 얽히게 된 어린 퇴마사 ‘혜성’으로, 플레이어는 혜성의 자취를 함께 하며 숨겨져 있던 비밀과 귀신이 한을 품은 원인 등을 찾아나가게 된다.

주인공 혜성은 무당이었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귀신을 보거나 느낄 수 있는 인물로, 귀신은 볼 수 있지만 협회에는 가입하지 않은 ‘아직은 일반인’이다. 이에 흔히 오컬트나 퇴마를 다루는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물리적 퇴마’보다, 굿 혹은 한풀이와 유사한 ‘서사 중심의 퇴마’로 귀신을 쫓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필드를 돌아다니며 귀신이 이곳에 온 이유나, 한을 품은 이유, 어떤 물건과 연관돼 있는지를 파악해나가야 한다.

귀신이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평범한 여고생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귀신이 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평범한 여고생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팀 다다는 이 ‘서사 중심의 퇴마’를 무속신앙과 가까운 요소로 구현하고 싶어 했다. 이는 한이 걸린 물건을 찾아 태우는 ‘향 불태우기’, 혹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깃든 귀신의 혼을 한곳에 모아 파괴하는 ‘제령’ 등의 시스템으로 구현됐다. 이 시스템은 귀신으로 인해 결계가 생성된 일종의 인스턴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양성아 팀장은 이 퇴마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며 “’향’은 한국적 소재를 더욱 어필하고, 게임성을 주기 위한 시스템이다. 예기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혼은 하늘로 돌아가고,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이 있다. 혼은 정신, 백은 육체를 뜻하는데, 보통 제사를 지낼 때 향 피우기가 혼을, 술 올리기가 백을 부른다는 의미다. 이를 게임에 적용해 귀신의 혼, 백을 불러온 오브젝트인 ‘향’을 찾아 파괴하면 구천과 이승을 넘나드는 잡귀들을 다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독특한 시스템으로 인해 게임은 ‘조사 추리’를 기반에 둔 어드벤처로 기능하게 된다. 조사를 진행하며 귀신을 만나고 이들을 퇴마한다는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추격전 등 여러 콘텐츠도 담았다. 플레이어가 이를 더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 초 2D 포인트 앤 클릭 형식의 비주얼도 3D 탑뷰로 변경하며 게임 비주얼 전반을 뜯어고쳤다.


게임 핵심 콘텐츠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호러게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핵심 콘텐츠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호러게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수정과 함께 통일성을 살릴 수 있도록 디자인에도 힘썼다. 배경을 맡았던 김나현 팀원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몇 픽셀의 도트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데모 배경이기도 한 학교의 Wee 클래스나 중앙현관의 대형 거울, 교실 밖 복도의 신발장 등이 그 예시다. 최대한 학창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인이라면 쉽게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써 작업했다”고 전했다.

더해 아트 담당 나유영 팀원은 “우리 게임은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장점이다. 이에 아트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UI/UX를 설계하고자 노력했다. 픽셀 콘셉트를 유지하되 장식은 최소화하고, 필요한 정보만 담아낼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덜어냈습니다. 대신 한국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청자를 연상시키는 '옥색'으로 메인 컬러를 잡았다. 조작 방식이 키보드이므로, 이를 고려한 단축키 설정과 레이아웃도 신경쓰며 작업했다”고 밝히며 추후 UI 작업도 유저 편의성을 중심으로 생각해가며 개선하겠다 전했다.


모바일 화면을 연상케 하는 UI/UX를 통해 현실감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팀 다다)
▲ 모바일 화면을 연상케 하는 UI/UX와 투두 리스트 등의 설정을 통해 몰입감을 살렸다 (사진제공: 팀 다다)

열심히 ‘다다’ 뛰는 개발팀 ‘팀 다다’

팀 다다는 ‘다다 뛰는 모습처럼 열심히 뛰어가며 노력하겠다’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다. 팀원은 총 5명으로 팀 운영과 레벨디자인 담당인 팀장 양성아를 시작으로 아트 담당에 스토리 기획, 오브젝트 도트를 담당하는 김나현, UI 담당 나유영, 컷신, 캐릭터 원화 및 도트 담당 정서연과 총괄 프로그래밍 담당 프로그래머 정세현까지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팀 다다 도트 이미지 (사진제공: 팀 다다)
▲ 팀 다다 도트 이미지 (사진제공: 팀 다다)

이 중 아트를 담당한 김나현, 정서연 작가는 각각 스토리와 그림을 맡아 기존 구상해둔 ‘전국퇴마사협회’를 웹툰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당시가 2020년이니, 구상 자체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해온 셈이다. 그러나 주간 연재에 어려움을 느껴 웹툰을 잠시 멈췄던 와중, 광주글로벌게임센터의 '인디스타즈' 지원사업 공고를 보고 새로 팀을 꾸려 게임 출시 준비를 하게 됐다고. 이 과정에서 게임의 설정이 일부 바뀌었기에, 게임에서는 웹툰서 그려졌던 모습보다 더욱 확장된 세계관이 제공될 전망이다.

물론 세계관과 스토리가 탄탄히 준비돼 있다고 해 개발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팀 다다에게도 여러 어려움은 함께했다. 우선 팀원의 반수 이상이 게임 회사에 재직 중인 상황이라 사무실을 구하기가 어려워 온라인으로만 소통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 개발은 주어진 업무를 기한까지만 끝내 공유하는 방향이기에 자유도도 보장되고 동기도 확실하지만, 필요한 서류나 의견을 바로 전달하기 어려워 종합적인 개발 진척은 느려질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됐던 초기 전국퇴마사협회 (사진출처: 네이버 웹툰)
▲ 네이버 웹툰을 통해 공개됐던 초기 전국퇴마사협회 (사진출처: 네이버 웹툰)

더해 아트 담당 각각의 취향과 개발 방식으로 인해 통일감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게임 평가를 받던 중 “아트 파트가 따로 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기 때문이다. 퇴마 소재를 살리기 위한 어려움, 현업과 함께 진척 중이기에 부족한 개발 시간, 팀원 개개인의 사정으로 인한 내년도 계획 설립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가 찾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팀 다다는 매주 확실한 목표 설정 혹은 마일스톤 작성 등으로 진행 방향을 뚜렷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장치를 고려했다. 더해 팀 다다는 아트 디렉터를 지정해 디렉터의 판단을 중심으로 통일감을 잡아나가는 방식으로 개발 방침을 변경했다. 양 팀장 또한 주 2회 회의에서 업무보고 종료 후 안건이 있을 때 발생하는 추가 회의는 1시간이 넘지 않게 조절하는 식으로 시간을 조절한다. “그 이상은 집중하기도 힘들고 아이디어가 안 나와 진척이 되지 않기에 이후 리마인드 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는 것이 양 팀장의 말이다.


다양한 노력과 소통법을 통해 서로 다른 아트의 통일감을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사진제공: 팀 다다)
▲ 다양한 노력과 소통법을 통해 서로 다른 아트의 통일감을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사진제공: 팀 다다)

부지런한 피드백 수용 더해 소통 위한 채널도 준비한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 총 5챕터로 출시될 한국퇴마사협회는 정식 출시 시 한 챕터당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정식 출시 시점에서는 최소 약 6시간 정도의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셈이다. 현 단계에서는 PC 플랫폼 위주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모바일 환경에 대한 열망이 항상 있기에 모바일 플랫폼 지원도 긍정적인 검토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팀 다다는 데모를 체험한 유저들의 모든 리뷰를 살피며 가능한 한 빠르게 버그 수정 중에 있다. 우선 진행 과정에서 가장 많은 문제가 있었던 ‘도서관 책장 상호작용 시 조작 멈춤 현상’이나 ‘구름다리, 별관 세이브 조작 시 버그’ 등이 수정됐고, 외에도 여러 버그 픽스를 완료한 상황이다. 이렇게 다듬어진 데모 업데이트는 오는 10일 전후로 진행될 예정이며,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전할 수 있는 창구인 X(구 트위터)도 개방해 유저과도 소통을 이어간다.

팀 다다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아직 편의성 및 여러 방면에서 개편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세계관 및 콘셉트를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 기쁘다. 데모 버전을 새로 구축하다 보니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들이 있었고, 이로 인해 여러 버그를 경험하게 된 상황이 안타까웠다. 부족한 부분을 가능한 빠르게 개선해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게임에 많은 기대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를 드리고, 더욱 재미있는 전국퇴마사협회를 플레이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포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