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맘대로' 게임심의는 권리침해, 헌법소원 제기
게임메카 김미희 기자
2024.10.08 15:57
정부기관의 게임 사전심의에 대한 헌법소원이 8일 헌법재판소에 청구서가 제출되며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이번 헌법소원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의 제 32조 제2항 제3호와 제 22조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헌법소원 대상인 첫 번째 법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하여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하는 게임을 제작하거나 반입하는 것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러한 게임에 연령등급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출시되는 모든 게임은 연령등급을 받아야 하기에 사실상 발매 금지에 해당한다.
이번 헌법소원에는 헌정 사상 최대 규모인 21만 751명이 참여했으며, 이는 2008년 6월의 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 대한 위헌확인 청구인인 9만 5,988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은 어떠한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아울러 헌법소원을 통해 주장하고 싶은 바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헌법소원을 주도해온 김성회 게임 전문 유튜버와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철우 변호사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헌법소원 청구인들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는 기본권에 대해 이철우 변호사는 게이머와 게임업계 종사자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는 “게이머 관점에서는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되는 문화향유권, 본인이 즐길 콘텐츠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행동 자유권 침해에 대해 주장한다”라며 “게임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함께 게임이 문화예술진흥법에 해당하는 문화예술에 속해 있기에 예술창작의 자유까지 부가해서 주장해봤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요한 부분이 ‘명확성의 원칙’이다. 이철우 변호사는 “단간론파 등급거부 관련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회의록에서 위원 한 분이 ‘사람이 바뀌면 당연히 판정도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법적인 관점에서 대단히 잘못됐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과 기준은 어떤 사람이 앉더라도 그 결과에 큰 차이가 없도록 하여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 다른 콘텐츠와 게임을 동등하게 대해달라
그렇다면 청구인들이 원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김성회 유튜버는 게임을 다른 나라와 동일하게, 영화, 드라마, 웹툰 등 다른 문화 콘텐츠와 동등하게 평가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성회 유튜버는 “한국 게이머는 세상의 모든 폭력적인, 선정적인 게임을 무분별하게 남용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글로벌 기준, 한국의 다른 콘텐츠와 비슷하게만 취급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든 것이 뉴단간론파 V3 등급거부 사태다. 김성회 유튜버는 “헌법소원 단초가 된 뉴단간론파 V3이라는 게임이 있다. 세계 각국의 민간기구에서 15세, 나치의 역사 때문에 폭력성 검열이 가장 심한 독일에서 16세를 받았다. 그러나 게임위는 19세도 아닌 전체이용불가 판정을 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게임은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과 비슷한 내용과 수위의 콘텐츠임에도, 오징어게임은 국위를 선양한 K-콘텐츠로 찬사받는 반면, 뉴단간론파 V3는 ‘사이코패스 쾌락살인 도구’라 칭해지며 등급거부 당했다. 게임은 직접 조작이 가능하다는 특수성이 내세워지지만, 단간론파에서 문제가 된 폭력적인 대목은 직접 조작이 아닌 관람만 가능하다. 이는 게임위의 비전문적 날림 검열의 증거가 되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제보받은 것에 의하면 게임위에서 헌법소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생각하고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에게 성인 게임에서 가장 수위 높은 장면을 녹화해서 보냈다고 한다. 감정에 호소하는 비열한 프레이밍이다”라며 “저희는 ‘야게임을 하게 해주세요’라는 작은 이유로 신청한 것이 아니다. 20만이 참여하는 헌법소원의 가치를 그러한 식으로 폄하하지 말아달라”라고 밝혔다. 김성회 유튜버는 17일 열리는 게임위 국정감사에 게임 심의에 대한 참고인으로 출석한다.
다만 게임 질병코드가 이슈로 떠오른 시점에서 성인용 게임에 대한 검열 철폐를 주장하는 헌법소원은 게임 인식개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철우 변호사는 “그 부분을 매우 조심하고 있다. 모든 성인게임을 열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영화/웹툰/드라마 같은 다른 매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다른 콘텐츠와 형평성을 주장하고 있는 방향으로 노력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위는 사행성 단속 및 사후관리에 집중해야
청구인 및 법률대리인은 당연히 기각보다 인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성회 유튜버는 이번에 기각되면 다시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철우 변호사 역시 이번에 실패해도 다음 기회를 위한 초석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가 청구를 인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김성회 유튜버는 “위헌판결이 난다면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야간통금을 예로 들면, 이를 없애면 반드시 야간 범죄율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야간통금이 유지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이를 없애놓고 부작용을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이 법(게임법 제32조 제2항 제3호)이 없어지면 그간 못 즐겼던 보상심리 때문에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들이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 해외 다른 국가는 이미 하고 있고, 민간기구 사후관리를 통해 충분히 제어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게임위는 어떠한 기관이 되어야 할까? 김성회 유튜버는 “게임위는 초헌법적인 검열 기관이지만, 게임위의 해체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본의 아니게 긍정적인 효과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소위 ‘코인 쌀먹 게임’이라 하는 P2E 게임처럼 코인과 연계된 지극히 상업적인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방파제로서 역할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위에서 근무를 했었고, 마지막으로 한 일이 P2E 게임이었다. 게임 등급을 결정하는 기준은 크게 선정성, 폭력성, 사행성 3가지인데,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 영역이기에 내려놔야 한다”라며 “다만 사행성에 대해서는 ‘사행성의 그늘’이라고 하는 부분을 저는 너무 자세히 봤다. 그 부분에 대해서 게임위가 하고 있는 역할이 있고, 사행성 전문 및 사후관리기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위 법무담당관으로 일하며 P2E 게임, 소셜 카지노, NFT를 획득할 수 있는 모바일 RPG, 불법 개∙변조 아케이드 게임 등 다양한 게임 관련 소송을 맡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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