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가 유럽서 핵 프로그램 개발사에 패소한 이유는?
게임메카 김형종 기자
2024.10.20 14:00
소니가 유럽에서 핵 프로그램 개발사를 상대로 한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 이 프로그램은 게임에서 기기의 RAM으로 전송되어 실행할 때 사용되는 가변 데이터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데, 법원에서는 소니가 소를 제기한 지침을 중심으로 보면 문제의 데이터는 법적으로 보호하는 저작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2009년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소니는 PSP 레이싱게임 ‘모터스톰: 아크틱 엣지(Motorstorm Arctic Edge)’를 출시했다. 그리고 핵 프로그램 개발사인 데이텔(Datel)은 이에 대한 ‘액션 리플레이’ 프로그램을 내놨다. 액션 리플레이는 데이텔이 개발한 일종의 ‘치트’로, 미국에서는 ‘게임 샤크’라는 명칭으로 판매됐다. 이를 사용하면 돈·아이템·체력을 바꾸거나 지역 코드를 해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소니는 독일 함부르크 지방법원에서 데이텔이 모터스톰: 아크틱 엣지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1월 독일 지방법원은 소니의 손을 들어줬으나, 2021년 독일 함부르크 고등법원은 판결을 뒤집었다. 핵심으로 떠오른 법안은 2009년 ‘컴퓨터 프로그램 법적 보호에 관한 지침 2009/24/EC’ 일부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저작권 소유자(소니)가 프로그램을 변경할 권리를 독점한다. 프로그램 번역, 각색, 편곡 및 기타 변경을 위해선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프로그램 변경’에 대한 법적 해석이 문제가 됐다.
데이텔은 액션 리플레이가 소프트웨어를 직접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PSP 메모리(RAM)에 저장된 코드를 조작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메모리에 저장된 가변 데이터 효과를 변경하는 것으로, 프로그램 본체 소스 코드는 수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니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독일 고등법원이 해당 내용을 인정해 데이텔이 승소했고, 2023년에 독일 연방법원은 판결의 핵심이 되는 지침에 대해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에 해석을 요청했다.
그리고 유럽사법재판소도 동일한 입장을 밝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컴퓨터의 RAM으로 전송되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사용하는 가변 데이터는 이 지침(컴퓨터 프로그램 법적 보호에 관한 지침 2009/24/EC)에서 보호하는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이 내용이 프로그램을 복제하거나 재생성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며 "이 지침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와 오브젝트 코드(object code)에 반영된 지적 창작물만 보호한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법원에서 이번 사건에서 핵심인 가변 데이터 변경은 법에서 보호하는 대상이 아니라 판단하며 소니가 패소한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치트 프로그램 전체에 대한 판단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기기의 RAM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변수에 저작권이 있느냐, 없느냐에만 관련이 있다. 아울러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프로그램이 불법일 수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법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실제로 데스티니를 서비스하는 번지, 콜 오브 듀티의 액티비전 등 주요 게임사가 올해 치트 개발사를 상대로 승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