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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위한 프리미엄 이어셋, 젠하이저 CX880i

프리미엄 이어폰의 트렌드, 인-이어 타입

요즘 소위 잘나간다는 이어폰들은 전부 인-이어 타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젠하이저만 해도 이어폰 최고급 모델인 IE8, IE80이 전부 커널형 타입으로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커널형이 온 이어 타입에 비해 여러가지로 음악감상에 최적화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음질면에서 보자면 온-이어(오픈형) 이어폰이 인-이어(커널형) 이어폰에 비해 공간감이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고음질 음원들은 스테레오로 녹음되기 때문에 인-이어 타입이나 온-이어 타입이나 큰 차이 없이 감상이 가능하다. 반면에 착용한 다음에는 귀에서 빠질 염려도 적고, 차음성도 높아 외부의 잡음이 새어 들어올 일도 없는 인-이어 이어폰은 외적인 면에서도 음악 감상을 돕는다.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좁은 길목에서는 위험하겠지만 지하철이나 안전한 인도, 그리고 공원이나 헬스장 같은 곳에서 음악을 즐기기에 딱 좋다. 젠하이저 CX880i 모델역시 그런 인-이어 이어폰들 중 하나로 최상의 음질을 추구하는 유저들을 위한 프리미엄 이어폰이다.

특히 여러가지 레저 활동용 아이디어 상품들이 많은 아이폰에 최적화된 i 시리즈(for iPhone) 모델이라 간단한 조작은 아이폰을 꺼낼 필요 없이 컨트롤톡 만으로 쓸 수 있다. 번들 이어폰의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고품질 사운드도 느끼고 싶은 유저들을 위해 브레인박스에서 CX880i를 집중분석해 보았다.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제조사 젠하이저
이어폰 타입 인-이어 타입 (커널형)
플러그 타입 L형 3.5㎜ 스테레오 플러그 (금 도금)
주파수 대역 17 - 23,000㎐
임피던스 32Ω
케이블 길이 1.2m
음압레벨 115dB
무게 13g
보증기간 2년

외형, 특유의 보수적이면서도 우아한 클래식 디자인


프리미엄 이어폰을 표방하는 만큼 패키지 구성도 하나의 구입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구성물은 중간 크기의 팁(슬리브)이 장착된 CX880i, 예비팁(대/소) 각각 한 쌍, 예비 Diaphragm guards(다이어프램 가드) 한 쌍, 케이블 클립, 클리닝 툴, 보관케이스, 매뉴얼로 이루어져 있다.

Diaphragm guards는 이어폰 내부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출력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온-이어 타입으로 치자면 이어솜과 같은 부품이다. 고급형 이어폰들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방법으로 CX880i도 고급형 이어폰으로써 구색을 갖춘 셈이다.

CX880i 본체를 제외한 구성물 중에는 케이스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평범한 이어폰 케이스들과는 남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폰을 스마트폰이나 MP3에 돌돌 말아서 보관하는 유저들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한 듯한 CX880i의 케이스는 부드러운 가죽재질로 보관에도 유리하고, 항상 유저를 귀찮게 하는 줄꼬임을 방지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보관케이스
줄꼬임을 방지해주고 자석으로 여닫을 수 있어 편리함까지 추구되었다.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기타 부속물
왼쪽부터 예비팁, 케이블 클립, Diaphragm guards, 클리닝툴의 모습이다.

CX880i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젠하이저는 디자인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인 편이다. 투박한 디자인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검은색을 주로 써서 묵직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젠하이저만의 디자인은 CX880i에서도 변함없이 묻어났다.

컨트롤 톡의 위치가 독특한 것이 눈에 띈다. 보통은 케이블이 좌우로 갈라지는 교차지점에 겸사겸사 붙어 있는 것이 정석인데 CX880i는 왼쪽 라인의 중간 즈음에 달렸다. 이 위치에 달린 이유는 바로 통화기능이 가능한 CX880i의 특징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려했기 때문이다.

컨트롤 톡의 위치를 잘 맞춰 케이블 클립으로 잡아주면 전화가 왔을 때 계속 컨트롤 톡을 들고 있을 필요 없이 통화버튼(젠하이저 로고)을 한번만 눌러주면 핸즈프리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도 통화를 할 수 있다.

인클로저는 검은색과 은색이 적절히 섞인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귀와 맞닿는 안쪽 방향은 검은색 유광, 바깥쪽은 반투명한 검은색 무광과 불투명한 은색으로 배색됐다. 은색 부분은 헤어라인 가공이 되어있어 밋밋함을 완화시켜 준다. 반투명 재질의 플라스틱재 안쪽에 젠하이저 로고를 비쳐보이도록 프린트 해 입체감이 느껴진다.

여타 커널들과 마찬가지로 CX880i 역시 팁(슬리브) 교체가 가능하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실리콘 팁을 반대로 뒤집은 것이고, 그냥 잡아당기기만 해도 팁을 탈착할 수 있다. 잘 보이지 않는 팁의 안쪽에 파란색으로 포인트를 넣은 것이 인상적이다.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대형 사이즈(왼쪽)와 소형 사이즈(오른쪽)의 크기 비교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소형 사이즈(왼쪽)와 중형 사이즈(오른쪽)의 크기 비교

노즐 부분에는 젠하이저가 Diaphragm guards(다이어프램 가드)라고 명명한, 다른 용어로는 캐시 멤브레인이라고 하는 솜뭉치를 볼 수 있다. 노즐을 통해 먼지나 귀지와 같은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온-이어(오픈형) 타입의 이어솜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Diaphragm guards는 클리닝 툴을 사용해 빼고 끼울 수 있어 세척이 가능하다.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클리닝 툴을 이용해 Diaphragm guards를 빼내는 모습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L) 이 써져 있으면 왼쪽, (R) 이 써져 있으면 오른쪽이다. i 시리즈는 컨트롤 톡이 달려있으면 왼쪽

이어폰과 케이블이 맞닿는 부싱의 끝부분은 고무로 처리해 단선 우려를 조금이나마 완화시켰다. 안쪽 부분에는 이어폰 착용 위치를 양각으로 표시해 놓았다. 오리지널 CX880 모델에서는 이 표시가 필요하지만 CX880i에서는 컨트롤 톡의 위치로 방향을 추측할 수 있다.

아이폰을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다는 컨트롤 톡의 모습이다. 일반 스마트폰에 연결해도 마이크 기능은 정상적으로 동작하며 리모트 기능(버튼)만 제한된다. 사용자의 스마트폰이 꼭 아이폰이 아니더라도 마이크를 통한 핸즈프리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컨트롤 톡에 마이크가 쓰였기 때문에 플러그는 금으로 도금한 3.5파이 코드가 쓰였다. 아이폰과 호환되므로 CX880i은 미국식 4극 표준이 적용되어 플러그 끝 부분부터 순서대로 좌, 우, 그라운드(접지), 마이크 기능을 담당한다.

설계 특징에 따라 일부 스마트폰에서는 마이크 인식이 안 될 수도 있다. 유럽식 4극 표준 스마트폰은 그라운드와 마이크 극성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음악 재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전환 젠더를 사용하면 마이크도 사용이 가능하다.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케이블이 좌우로 갈라지는 부분에는 젠하이저 로고와 CX880i 모델명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다.

젠하이저의 노하우로 녹여낸 감성적인 음색, CX880i

청음 후기

처음 CX880i로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절제된 음색이라는 느낌이었다. 젠하이저 특유의 절제된 베이스 부스트로 부밍 현상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필자의 마음속에 정의된 젠하이저의 베이스 부스트 특성인 이어폰에 최적화된 베이스 부스트가 CX880i에서도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다.

사운드 업계가 특히 이어폰에서 베이스 부스트를 강조하는 것은 이어폰 유닛이 다른 음향기기에 비해 저음과 고음을 구분해서 구현하는 것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의 저가 이어폰들은 저음이 강조가 안되거나, 강조된 저음에 중음과 고음이 함께 묻혀버리기 일쑤였다. 물론 20년 넘게 사운드 업계가 놀고 있지는 않았다. 요즘에는 번들 이어폰도 못들어 줄 만큼 저질스런 저음을 들려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이 과거사의 요점은 절제되고 웅장한 저음은 감동적이지만, 강력한 베이스 부스트라고 쓰고 속이 뒤집힐 정도로 부밍하는 저음은 저질스럽다는 것이다. 젠하이저가 절제된 베이스 부스트를 강조하면서 플랫한 음성을 지향하는 건 우리는 이만큼 저음 고음 다 살릴 수 있다, 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세부적인 음색 해설은 스마트폰을 사면 들어있는 번들 이어폰과 편의점에서 구입한 이어폰과 비교하는 방향으로 작성되었다. 프리미엄 사운드 시장이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만큼, 입문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기사를 쓰고자 하였다.

CX880i는 저음과 고음의 풍부함이 두드러진다. 낮은 볼륨에서도 베이스 부스트가 느껴지는 저음도 좋았고, 특히 클래식을 들을 때 바이올린의 음색 표현은 다른 음원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차이가 났다. 다만 임피던스의 특성 때문인지 낮은 볼륨에서 보컬음과 같은 중간음색이 다소 먹먹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임피던스는 높은 볼륨에서도 음색이 무너지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다. 볼륨을 조금씩 높여보면 임피던스에 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번들 이어폰은 일정 수준 소리를 높이기 시작하면 음색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쨍쨍거리는데 반해, CX880i는 좀 더 높은 볼륨까지 음색을 망가뜨리지 않고 선명한 음색을 그대로 보존시켜줬다.

볼륨을 높이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저음과 중간음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저음의 베이스 부스트가 좀 더 강력해진 듯한 느낌과 함께, 보컬의 목소리도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쉽다면 가장 좋은 소리를 낼 때의 볼륨이 다소 높은 상태라는 점이다. 실외나 헬스장같이 주변이 번잡한 곳에서 최적의 활용성을 보여줄 듯 하다.

최종적으로 음색을 평가하자면 베이스와 트레블이 풍부한 플랫형 음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사용 후 이틀째부터 계속 첫 청음때와는 달리 먹먹하던 미들톤도 개선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줄창 듣다보니 소리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겠지만, 흔히 사운드 매니아들이 말하던 번인이라는 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컨트롤 톡 후기

게다가 젠하이저 i 시리즈의 컨트롤 톡도 떼어놓을 수 없다. 특히 아직도 한파가 가시지 않은 날씨에 그 매력이 더욱 빛난다. 오디오 테스트는 기자가 24시간 들고다니면서 틈틈히 청음 테스트를 하는데, 퇴근길에 CX880i로 음악 감상을 하다 보면 전화를 받기도 한다. 이 때 컨트롤 톡이 없는 이어폰으로는 듣기만 되고 통화하려면 전화를 계속 손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

이 겨울에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가면 얼마나 손이 시려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통화가 짧게 끝나면 다행이지만 혹여나 길게 이어지면 손을 바꿔가며 전화를 받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진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젠하이저의 컨트롤 톡이다.

아이폰이면 더 편하겠지만 굳이 아이폰이 아니라도 된다. 필자도 여러 종류의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지만 음악감상용으로 듣는 스마트폰은 다양한 이퀄라이저 설정이 가능한 윈도우 모바일(코어 플레이어) 운영체제의 hTC HD2다. 이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와도 전화받기 버튼만 터치한 뒤, 다시 따뜻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컨트롤 톡의 마이크로 통화할 수 있었다.

컨트롤 톡의 감도가 상당히 좋아서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통화할 때 보다 상대방의 목소리도 또렷하게 들리고 상대방도 더 잘 들린다고 한다. 번잡한 길거리에서도 클립을 활용해 컨트롤 톡의 위치를 조절해 놓으면 핸즈프리로도 안성맞춤이다.

▲ 젠하이저 CX880i (for iPhone)
기본 제공되는 케이블 클립을 이용해 컨트롤 톡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결론

생각보다 고급형 이어폰에 마이크가 달린 제품은 흔치 않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컨트롤 톡이 나왔지만, 그 전까지는 이어폰과 이어셋으로 제품군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질을 추구하는 이어폰으로 가면 마이크는 포기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젠하이저에서 프리미엄 이어폰과 똑같은 음질을 지닌 이어셋도 i시리즈로 만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테스트 내내 아이폰은 별로 쓰질 않았다. 아이폰 전용 이어폰이라 하여 사내 테스트 도중에는 열심히 아이폰에다 끼워놓고 청음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퇴근후에 쓸때는 대부분의 음질 테스트를 출력 좋은 PC나 플레이어의 이퀄라이저 설정이 빵빵한 윈도우 모바일폰에에 끼워놓고 음악감상을 맘껏 즐겼다.

결론은 CX880i는 어떤 스마트폰에 써도 충분히 제 값을 하는 이어폰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이폰과 함게 쓴다면 CX880i은 더더욱 매력을 발산할 것이다. 한 겨울 날씨에 전화를 받기 위해 장갑을 벗을 필요도 없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겨울이 한 번만 있는것도 아니고 해마다 시린 손을 부여잡고 호호 불기 전에 컨트롤 톡 달린 젠하이저 i시리즈 같은 이어셋 하나 정도는 마련해놓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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