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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일까? 실화일까?’ 키보드 키캡 교체로 얼마나 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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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K 순금 키캡? 사실일까?

 

키보드는 명령어와 텍스트, 각종 단축 명령을 입력할 수 있는 장치다. 키보드 없는 PC는 아직 상상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요즘엔 기계식 키보드가 대세다. 특유의 소리와 타건감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간혹 민감한 사용자는 감각적인 쾌감보다 입력 성능에 더 관심을 갖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PC 살 때 끼워준 멤브레인 키보드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쾌감'을 느끼기 위해 구입한다.

 

▲ 키캡, 너란 녀석은... 크흑...

 

단언컨대 기계식 키보드를 사면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이것에도 관심을 두게 된다. 바로 ‘키캡’이다. 키캡은 키를 입력할 때 누르는 덮개를 말한다. 이 키캡을 눌러야 키캡 아래에 단아하게 자리 잡은 축을 움직일 수 있다. 키캡을 누르는 과정에서 찰진 소리와 황홀한 손끝의 감각(타건감)을 얻을 수 있다. 키캡의 외관은 또 어떤가? 재질과 높낮이, 인쇄 방식에 따라 매력이 다르다. 이렇게 매력적인 덮개를 그동안 몰라본 것이 미안할 지경이다. 이정도 중증에 빠지면 필요한 키를입력하는 것보다 키감에 더 집착하게 된다.

 

그래서 키캡 마니아들은 키캡을 아주 소중히 여긴다. 게다가 키캡을 변경하면 소리, 타건감 등의 감각 경험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름 키캡 좀 만져본 기자도 '남들이 바뀐다고 하니까'라며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키캡을 바꾸면 소리나 타건감이 달라질까? 근원적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실험했다. 

 

 

키캡이 뭐길래?

 

키캡의 재질은 평범한 플라스틱부터 금속, 실리콘, 나무 등 다양하다. 대부분은 플라스틱인 ABS와 PBT로 만든다. ABS는 Acrylonitrile-Butadiene-Styrene의 줄임말로 비결정성 스틸렌계 열가소성 수지다. Acrylonitrile은 아크릴로니트릴, Butadiene은 탄화수소의 일종인 부타디엔, Styrene은 합성 고무 원료인 스틸렌이다.

 

ABS 키캡은 다루기 쉬워서 단가가 낮은 편이다. 그래서 중저가 키보드에 많이 쓴다. 단 내마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잘 닳는다는 약점이 있다. 키보드를 쓰다가 번들거린다면 이는 ABS 소재의 키캡일 확률이 높다. 개중에는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ABS 키캡도 있다. 정말 특별한 경우에 한해서지만.

 

▲ 재질과 구조에 따라 다양한 키캡이 존재한다

 

PBT는 Polybutylene Terephthalate(폴리부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의 줄임말이다. PBT는 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전자제품의 절연체로도 사용한다. 생산 난이도가 높아 제조 단가가 비싸지만 마모와 열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곧 변형이 적고 내구성이 뛰어남을 의미한다. 그밖에 키캡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키캡을 왜 돈 주고 바꾸냐구요?> 기사를 참고하자.

 

 

실전! 키캡 변경에 따른 타건음 비교

 

키캡을 바꾸면 타건음에 변화가 있을까? 앱코 해커 K660 클릭형 광축(기계식의 청축과 유사) 키보드를 사용해 알아봤다. 이 키보드는 카일 사에서 제조한 광축을 장착했고 기본 키캡 재질은 ABS다.

 

▲ 타건음 녹음 환경(...) 키보드 바로 위에서 녹음을 진행했다. 좌측에는 고프로 카메라도 배치했다

 

정확한 판단을 위해 한민족 고유의 얼이 서린 타자 연습 프로그램, 한메타자교실(단문 작성)을 약 2분간 실행했고, 키보드 중앙에 LG G6를 배치해 녹음했다. 녹음은 24bit, 96kHz 환경에서 녹음했고, 별도의 장비가 없어 음성은 스테레오가 아니라 모노로 기록했다. 그래도 최대한 고정된 세팅에서 녹음해 키캡 차이에 따른 타건음을 생생히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 위대한 실험에 사용한 키캡들. 재질과 프로파일 구조에 따라 각기 다른 개성을 지녔다

 

키캡은 ABS로 만든 앱코 K660 기본형을 시작으로 아이오매니아 PBT 이중사출 키캡 시즌3, 아이오매니아 이중사출 키캡 시즌4(ABS), 앱코 크리스탈 키캡(ABS), DSA 프로파일 키캡(PBT) 순으로 교체하면서 타건음을 기록했다. 재질은 두가지에 불과하지만, 두께와 높낮이가 다르다.

 

▲ 앱코 K660 광축키보드 기본 장착 ABS 키캡

 

위 영상(소리)은 앱코 K660 키보드 기본 키캡(ABS)이다. 체리 프로파일로 비교적 편안한 느낌으로 타이핑할 수 있었다. 영상을 보니 타건음 자체보다 클릭 타입 스위치의 작동음이 더 크게 들린다. 청축 기반의 키보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리라 하겠다.

 

▲ 아이오매니아 시즌3 PBT 키캡

 

두 번째 음성은 동일한 키보드에 아이오매니아 PBT 이중 사출 키캡 시즌3를 적용한 것. 이 키캡은 PBT 재질을 통해 내구성을 높였다. 프로파일은 마제스터치라 불리는 OEM 규격이다. 일반적인 체리 프로파일에 비해 약간 높다. 두께는 1.1mm가량으로 얇은 편.

 

여전히 청축 특유의 딸깍 소리가 크게 들린다. 하지만 그다음 들리는 소리가 다소 둔탁하게 느껴진다. 타건음의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준은 아니고 미세한 정도의 차이다. 

 

▲ 아이오매니아 시즌4 ABS 키캡

 

이번에는 아이오매니아 이중 사출 키캡 시즌4로 변경했다. PBT 기반의 시즌3과 달리 ABS 재질이다. 하지만 두께는 같은 1.1mm며, 높이도 같은 마제스터치 프로파일이다. 재질만 다를 뿐이고 근본적으로는 같은 제품이다. 그 차이가 음성에 기록됐을까?

 

앞선 음성과 비교한 결과, 이 키캡은 처음에 들었던 키캡과 비슷하나 소리가 더 날카롭다. 청축 스위치 특유의 딸깍 소리가 더 경쾌하게 들린다. 사람에 따라서는 경쾌한 소리를 다소 날카로운 소리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듯하다.

 

▲ 앱코 크리스탈 ABS 키캡

 

네 번째는 앱코 크리스탈 키캡의 소리다. ABS 재질이며 체리 프로파일을 사용한다. 겉보기에는 얇아 보이지만 크리스탈 효과를 주기 위해 적용한 외부 재질이 더해지면서 실제 두께는 1.4mm가량이다. 두꺼운 키캡에 속하는 셈이다. 재질과 두께가 타건음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녹음한 음성을 들어보니 PBT와 ABS 키캡의 중간 정도의 소리가 들린다. 청축 특유의 딸깍거리는 소리는 한 톤 내려가고 두께가 두꺼워서인지 귀를 찌르는 느낌은 약해졌다.

 

▲ DSA 프로파일 PBT 키캡

 

마지막은 이번 기사를 의뢰한 의뢰인(키캡 덕후)이 개인 소장 중인 DSA 프로파일 키캡이다. 두께는 1.3mm 정도. DSA 프로파일은 타 키캡과 달리 높이가 매우 낮다. 마치 노트북의 펜타그래프와 유사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키보드 열에 따라 높이와 기울기를 달리 하는 스텝스컬쳐를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녹음된 소리를 확인해보자. 우선 전반적인 느낌은 가볍고 톤이 높다. 기존 키캡들의 소리가 날카롭고 덜 날카롭고의 차이였다면, DSA 키캡은 클릭음 자체가 달라진 느낌이다. 키캡의 높이가 낮아서 소리가 울릴 공간이 줄기 때문에 실로폰의 짧은 부분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타건음 테스트 결과

  키캡

재질

두께

높이

타건음 특징

 앱코 K660 기본 키캡

ABS

1.1~1.2mm

체리식

기본 상태 (다소 가벼움)

 아이오매니아 시즌3 키캡

PBT

1.1mm

OEM

기본 상태와 유사하나 더 가벼움

 아이오매니아 시즌4 키캡

ABS

1.1mm

OEM

매우 가벼움

 앱코 크리스탈 키캡

ABS

1.4mm

체리식

다소 묵직하고 정갈해짐

 DSA 키캡

PBT

1.3mm

DSA(낮음)

가벼우며 울림이 줄어듬

 

그렇다면 타건감은?

 

위에서 키캡에 따른 타건음 차이 여부를 알아봤다면 이제는 타건감을 확인해 볼 차례다. 타건음을 측정할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테스트를 진행하되, 이번에는 음성이 아닌 영상을 기록했다. 참고로 키캡은 앱코 K660 기본(ABS)을 시작으로 아이오매니아 PBT 이중사출 키캡 시즌3, 아이오매니아 이중사출 키캡 시즌4(ABS), 앱코 크리스탈 키캡(ABS), DSA 프로파일 키캡(PBT) 순이다.

 

▲ 앱코 K660 광축 키보드 기본 장착 ABS 키캡

 

첫 영상은 앱코 K660에 기본 장착된 키캡이다. 체리 프로파일 구조를 이용해 쉽게 입력하도록 설계했으며 키보드 높이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입력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키캡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재질은 ABS다.

 

'쫀득함'과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치는 맛, 타건감은 무난하다. 마감 방식 때문인지 몰라도 손끝에서 전해지는 키캡 표면의 감촉과 타건감이 다소 거칠다.

 

▲ 아이오매니아 시즌3 PBT 키캡

 

두 번째 영상은 아이오매니아 PBT 이중 사출 키캡 시즌3다. PBT 재질과 1.1mm 두께의 키캡이 타건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봤다. 설계는 마제스터치(OEM) 방식으로 앱코 해커 K660 키보드에 기본 적용한 체리 프로파일에 비해 약간 높다.

 

개인적 취향으로는 이 키캡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적당히 묵직한 느낌이 들고, 입력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대적으로 적다. 전체적인 타이핑 감각은 테스트 키보드인 클릭형 광축(기계식의 청축과 유사)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약간 차분한 인상이다. 키캡이 조금 높긴 하지만 바로 적응 가능한 수준이다.

 

▲ 아이오매니아 시즌4 ABS 키캡

 

다음 영상은 아이오매니아 이중 사출 키캡 시즌4다. PBT 이중 사출 키캡 시즌3과 같은 프로파일, 두께이므로 재질만 다른 제품이다. 같은 수치에서 재질만 바꾼 이 키캡이 실제 사용 시 어느 정도 만족감을 주는지 알아봤다.

 

PBT 키캡을 쓰던 것과 비교하면 소리가 가볍다. 하지만 필자의 타건 만족도는 PBT 다음이다. 이 부분은 재질보다 마제스터치 프로파일 구조가 필자의 손에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해 본다.

 

▲ 앱코 크리스탈 ABS 키캡

 

네 번째 영상은 앱코 크리스탈 키캡을 장착했을 때의 타건 모습이다. 재질은 ABS며, 두께가 1.4mm 정도로 두껍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감각의 변화에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또한, 타 키캡과 달리 투명한 재질로 코팅을 했기 때문에 사용감의 차이 여부에도 촉각을 세웠다.

 

한메타자교실 등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깔끔하다는 것. 코팅면이 매끄럽기 때문에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부드러운 편이다. 착 붙는 느낌은 아니기에 약간의 이질감이 있지만, 스트레스는 적다. 시각적 효과도 우수하다.

 

▲ DSA 프로파일 PBT 키캡

 

마지막은 국내에는 아직 유통하지 않는 해외 직구 품 키캡이다. 모든 키보드 열에 장착되는 키캡의 형상이 같아서 마치 노트북 키보드 느낌으로 사용한다. 키캡의 높이가 매우 낮기 때문에 그에 따른 타건감과 타건음의 변화에 주목했다.

 

DSA 방식은 사용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입력이 편하게 느껴지는 사용자가 있겠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키가 플랫하기 때문에 키보드 각도에 따라 사용감은 확연히 달라진다. 필자는 키보드를 조금 기울여 사용하는데, 다소 불편함을 느꼈다.

 

▲ 각 키캡 적용에 따른 한메타자교실 단문 연습 결과. K660 기본 키캡은 테스트 시간이 약간 짧았다

 

위 이미지는 한메타자교실 단문 입력 항목을 영상 녹화 시간 중에 사용한 결과물이다. 사용자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용도로만 쓰자. 단문 연습의 정확도는 대체로 96~97%가량을 기록했는데, 느낌은 PBT 재질의 키캡이 좋았으며, DSA 프로파일 키캡은 키보드 입력에 불안함을 느꼈다. 그러나 타자 속도는 오히려 DSA 키캡이 빨랐다. 낮은 키캡 높이가 입력 시간에 영향을 준 것으로 예상한다. 그다음으로는 PBT 재질 키캡의 입력 속도가 빨랐다.

 

▶ 타건감 테스트 결과 

  키캡

재질

두께

높이

타건감 특징

 앱코 K660 기본 키캡

ABS

1.1~1.2mm

체리식

꽉 체결되지 않아서 다소 거친 느낌

 아이오매니아 시즌3 키캡

PBT

1.1mm

OEM

탄탄하고 적응이 쉽다

 아이오매니아 시즌4 키캡

ABS

1.1mm

OEM

키감과 소리가 가볍고 친숙하다

 앱코 크리스탈 키캡

ABS

1.4mm

체리식

외관이 깔끔하고 촉감 매끈함

 DSA 키캡

PBT

1.3mm

DSA(낮음)

타이핑 속도 빠름,

익숙하지 않아 어색함 있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일 뿐이다. 손 크기나 키보드 타건 습관, 선호하는 자세 등에 따라 가장 편한 키보드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 

 

 

키캡별 차이, 타건음은 '감성', 타건감은 '기능'

 

키캡 변화에 따른 타건음과 타건감을 음성과 영상으로 확인해 봤다. 차이가 없을 수도 있고, 차이가 클 수도 있다. 사실 키보드의 타건음과 타건감은 개인이 직접 확인해 보지 않는 이상 객관적으로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 타건 영상 제작자마다 소리가 다 다른 것이 첫 번째 이유고, 사용자 스스로가 사용하는 입력장치는 주관적 요소가 크다는 점이 두 번째 이유이다.

 

이번 실험에서 필자는 마제스터치 프로파일과 PBT의 조합에서 높은 만족감을 느꼈다. 이어 마제스터치 프로파일에 ABS, 그리고 체리 프로파일, DSA 프로파일 식이다. 물론 이는 사용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재질이나 설계 구조에 따른 체감적 차이는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키보드 키캡놀이도 그런 시대의 흐름 중 하나다. 우리가 늘 접하는 키보드이기에 다른 모습으로 만나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하나하나 작은 것부터 바꿔가며 변화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키캡을 바꾸면 소소하지만 많은 것들이 바뀐다. 타건음의 감성도 잡고, 내 손에 가장 잘 맞는 타건감을 찾아내서 기능의 향상도 꾀해보자.

 

 

기획, 편집 /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 강형석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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