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게이밍재팬이 '월드오브탱크'의 일본 상륙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어제(21일) 도쿄게임쇼 워게이밍 부스에서 만난 이케다 히데요 워게이밍재팬 마케팅 총괄 부장은 '월드오브탱크'가 순조롭게 서비스를 시작했고, 미소녀 애니메이션 '걸즈 & 판처'와의 콜라보레이션의 영향으로 서서히 인지도가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금 더 끌어간다면 보다 안정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이케다 부장은 1999년 세가의 '쉔무' 시나리오를 쓰며 업계에 입문했고, 다양한 온라인게임을 일본에 서비스하며 경력을 쌓아 온 베테랑이다. 지금은 '월드오브탱크'에만 집중하고 있다.
▲ 도쿄게임쇼 2013 워게이밍 부스
- 일본 법인 세우기 전부터 '월드오브탱크' 준비
워게이밍재팬은 지난 5월 법인이 설립됐다. 이후 첫 작품인 '월드오브탱크'를 9월에 서비스했는데, 사실 일정에 수상한 점이 많다. 아무리 빠르게 준비를 한다고 해도 몇 개월만에 서비스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케다 부장은 이미 작년 9월부터 멤버가 있었고, 당시부터 '월드오브탱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법인 설립만 늦어졌을 뿐, 이미 멤버가 세팅돼 있었던 것이다.
이케다 부장은 '월드오브탱크'의 첫인상을 기억한다. 베테랑의 눈에 '월드오브탱크'는 어떤 게임이었을까. 그는 게임의 핵심을 정확히 뚫고 있었다. 박력 있고 조작성 좋고, 하면 할수록 몰입감이 있는 '월드오브탱크' 특유의 장점을 한눈에 알바본 것이다. 때문에 그는 마케팅을 준비할 때 게임을 포장할 필요가 없다는 확신이 섰고, 의외로 재미있다는 방향으로 솔직하게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그러나 서비스 준비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온라인게임, 그 중에서도 정통 밀리터리 전차 슈팅 장르는 성공한 사례가 없고, PvP로 흘러가는 게임 내용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철저한 고증에 기반한 정통 밀리터리 전차 슈팅은 워게이밍재팬은 물론 이케다 부장에게도 특별한 도전이다. 기존 일본에서 '에이스컴뱃'이나 '히어로즈인더스카이' 정도가 있긴 했지만, 이 게임 역시 매니아들 위주로 편성돼 대중성을 잡지는 못했다. 밀리터리 장르가 과연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
이에 대해 이케다 부장은 "밀리터리 게임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게 밀리터리 때문이었다기보다 완성도와 게임성 등 타이틀 자체에 영향이 더 컸다고 본다"면서 "그런 면에서 월드오브탱크는 완성도가 훌륭하고, 조작을 비롯한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마케팅만 잘 해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vP 콘텐츠에 대해서도 큰 문제가 없는 입장이다. 그는 "실제로 일본 유저들은 PvP보다 협력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아바와 스페셜포스 등 온라인 FPS가 일본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관련 콘텐츠 역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케다 부장은 "보통 PvP는 1:1, 3:3 등 소규모로 진행돼 누구 하나 때문에 지는 것에 게이머들이 부담을 느꼈다"면서 "그러나 월드오브탱크는 15:15 규모이기 때문에 협력 PvP에 대해 부담을 갖진 않는다"고 전했다. 개인의 부담을 줄인 PvP이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워게이밍재팬 이케다 히데요 마케팅 총괄 부장
▲ 도쿄게임쇼 2013 워게이밍 부스 전경
- 한국에서도 지원하면 '미소녀 전차' 나올 수도
워게이밍재팬이 일본에 '월드오브탱크'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마케팅 프로모션이다. 바로 인기 미소녀 애니메이션 '걸즈 & 판처'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걸즈 & 판처'는 작년 10월 방영 이후 일본 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애니메이션이다. 교내 '전차부' 미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걸즈 & 판처'는 생각 외로 전차에 대한 고증을 살림과 동시에 디테일한 면을 추구하고 있어 다양한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덕분에 밀리터리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기도 했다.
이케다 부장을 비롯한 워게이밍재팬 멤버는 법인 설립 이전, 이 광경을 보고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월드오브탱크'를 일본 전역에 알릴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이케다 부장은 방송사는 물론 제작사까지 찾아다니며 프로모션 작업에 대해 협의를 하기 시작했다.
▲ 일본에서 인기를 모은 미소녀 전차 스포츠 애니메이션 '걸즈 & 판처'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쉬웠던 것은 아니다. 우선 워게이밍 본사의 뚜렷한 방침이 발목을 잡았다. 게임 내에 2차 세계대전에 실존하지 않았던 전차를 넣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게임 내용에 애니메이션을 접목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이케다 부장은 게임과 '걸즈 & 판처'가 등장하는 프로모션 영상을 제작했고, 유저들에게 워게이밍과 연계된 관련 한정 상품을 선물로 제공하는 것으로 첫 발을 뗐다.
이후에는 한발 더 나아가 유저 개인에게 모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월드오브탱크'는 UI와 사운드 등을 직접 편집할 수 있는 툴을 지원하는데, 애니메이션 위원회를 설득해 해당 모드를 배포할 수 있는 권한을 따냈다. 이후 모드는 유저들에게 현재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첫 번째 모드에서는 주인공 목소리를 미소녀 바꾸는 것이 진행됐고, 지금도 관련된 여러 가지 모드 제작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걸츠 & 판처' 캐릭터들이 게임의 방식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영상도 제작돼 있고, 아키하바라에서는 '월드오브탱크' 군복을 입은 소녀들이 메이드카페를 설립해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TGS 참가도 워게이밍재팬 입장에서는 의미가 크다. '걸츠 & 판처'로 인지도가 조금씩 오르는 상황에서, 또 한 번 홍보할 수 있는 수단 하나가 크게 열렸기 때문이다. 현재 TGS 워게이밍 부스에는 커다란 전차 모형이 배치돼 있고, 더불어 군복을 입은 미소녀 홍보모델이 관람객을 반기고 있다.
현재 이케다 부장의 '꿈 같은' 목표는 게임 내에 '미소녀 전차'를 도입하는 것이다. 워게이밍 본사에서는 "택도 없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사실 '미소녀 전차'는 일본 유저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에 분명 포함돼 있는 부분이다. 이에 그는 "한국에서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유저가 많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련해 성원을 더 보내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서 도움이라는 건 역시 '미소녀 전차'의 도입과 연관돼 있다. 워게이밍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요구의 목소리를 내 주면, 그것을 '빌미 삼아' 더 강하게 본사에 요청할 수 있다는 것. 과연 '월드오브탱크'에는 미소녀 전차가 도입될 수 있을까? 혹시 모른다. 수많은 청원 요청이 들어오면, 화끈한 빅터 키슬리 대표의 마음이 흔들릴 지도.
▲ 아키하바라에 위치한 '월드오브탱크' 메이드카페(미아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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