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붐이 일어나면서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에 따라 업무의 효율성을 살리기 데 필요한 부분을 외주에 맡기는 경우도 많아졌고, 의뢰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할애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수파사운드도 자신의 능력을 투자한 결과물을 파는 곳이다. 특이한 것은 눈에 보이는 유형의 결과물이 아니라, 귀로 듣는 소리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한, 미리 음악을 만들어 저장해 두는 ‘라이브러리’ 서비스 등 게임 업계에서는 생소한 시스템도 갖췄다.
게임메카는 ‘지스타 2013’ B2B 부스에 참가한 수퍼사운드의 김태균 실장을 만나 게임음악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 수파사운드의 김태균 실장
-회사 이름에 특별한 뜻이 있나.
수파사운드는 무엇이든 간에 최고의 사운드를 지향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여기서 수파는 슈퍼라고 쓰기에는 너무 딱딱한 느낌이 강해 수파로 약간 변형해 이름을 지었다. 국내에서는 게임앤사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2001년에 게임앤사운드라는 회사로 시작해서 온라인게임 등의 음향제작에 참여해왔다. 그런데 2011년부터 모바일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개인개발자나 중소개발사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서 늘어나는 모바일과 관련된 사운드의 수요를 인식했고, 환경에 맞춰 새로운 음악라이브러리 서비스를 시작하려고 수파사운드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음악 라이브러리 서비스는 방송에서 많이 쓰이지만, 게임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 해외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수파사운드(좌)와 국내에 서비스되는 게임앤사운드(우)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수파사운드가 하는 일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음악 라이브러리 구축이 주 업무다. 사운드디자이너들이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참고해 인기 게임 트렌드를 분석한 뒤 이에 어울리는 곡을 작업하고, 만들어진 곡은 라이브러리에 등록된 뒤 판매를 기다린다. 주로 외국 개발자를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지지만, 국내는 게임사운드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음악은 특정 장르에 집중하기보다는 다양한 부분을 섭렵하고 있으며 교향곡에서부터 힙합 및 록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들은 캐주얼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아기자기한 느낌의 음악이 주류를 이루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좀 더 규모를 키워 콘솔게임이나 영화음악 같은 스케일을 목표로 작업한다.
일부 사운드 디자이너들은 개인적인 음악 활동도 하고 있다. 수파소닉이라는 음악 브랜드를 따로 가지고 있으며, 회사에 속한 일부 디자이너들이 싱글앨범을 내기도 한다. 음악은 일에만 국한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다.
▲ 수파사운드 팀이 아티스트로서 싱글 앨범을 내기도 했다 (영상제공: 수파사운드)
-사운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이다 보니, 소리에 대해서 자부심이 남다를 것 같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
해외 업체와의 연계를 통해 악기 수급이 빠르고, 최신 기술도 바로 도입한다. 녹음 장비도 모으고 있는데, 최신기기뿐만 아니라 70~80년대 빈티지 장비도 보유 중이다. 주변에서는 옛날 장비를 수집하는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우리는 그런 장비의 차이에서도 소리의 개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단 1~2%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1~2%도 우습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신경 쓰는 이유는 우리가 세계 시장을 목표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외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음악도 더 글로벌한 라인업을 만들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지금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진행 중이며, 해외 고객도 음악을 직접 들어보면 매우 만족해한다.
- PC, 콘솔게임과 비교했을 때 모바일게임 음악의 특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바일게임은 용량문제 때문에 음악을 디테일하게 그리기 힘들다. 또한, 게임이 캐주얼이나 퍼즐처럼 특정 장르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발랄한 음악 위주로 장르가 제한되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4G망의 확대로 데이터 송수신 신호도 강해졌고, 스마트폰의 사양 역시 높아지면서 고품질 음악을 망설임 없이 게임에 넣을 수 있다. 개발사들도 다양한 음악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작곡에 대한 자유도도 높아졌다. 덕분에 우리가 추구하는 음악 품질을 게임에서도 구현하고 있다.
- 지금까지 참여했던 모바일 게임 중 특별히 애착 가는 것은?
‘팔라독’, ‘라인 버즐’, ‘아틀란스토리’가 있고, 최근에는 ‘스윙런’이 있다. 특별히 기억나는 게임은 ‘플로피 다이버’로, 기존 캐주얼게임과는 다르게 메인타이틀 음악으로 재즈싱어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 수파사운드가 음악 제작에 참여했던 게임들 (사진제공: 수파사운드)
- 게임음악을 제작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나.
외국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기 때문인지 문화적 차이를 좁히기가 가장 힘들었다. 국내에서는 주로 캐주얼게임에 맞춘 사운드를 내야만 했는데 막상 시작하면 가능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접하지 않던 분야를 하려니 낯설었다. 또한, 한국에서는 음악이 멜로디 위주로 진행되는 음악이 대부분이어서 트랜스처럼 질감이 느껴지는 음악을 좋아하던 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었다. 덕분에 초기에는 한국적인 색을 내기 힘들었다.
- 자신을 게임 개발자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작곡가라고 생각하는가.
작곡가이자 개발자라고 생각한다. 어떤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고 단정 짓는 행위는 단지 경력에 따라 선을 긋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주위에서 그런 사례를 봤는데 별로 좋지 않았다. 게임 음악을 한다면 작곡가의 마인드도 있어야 하고, 개발자의 마인드도 있어야 한다.
- 창작에 영감을 준 음악이 있나? 꼭 게임음악이 아니더라도 소개 부탁한다.
프랑스의 클래식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를 좋아하고, 스코틀랜드의 일렉트로닉 음악 듀오 보즈 오브 캐나다도 즐겨 듣는다. 게임과 관련된 음악은 윤상, 양방언, 한스짐머 사단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 외에도 음악이라면 장르를 가리지는 않는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었으며, 클래식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던 때도 있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메탈이나 록에 심취했고, 대학에 다니면서 일렉트로닉을 들었다.
- 게임에 있어서 사운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게임이 흐름을 지탱해주는 강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유저는 그 강을 타고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해나갈 수 있다.
- 게임 음악 제작에 관심 있는 예비 작곡가들을 위한 조언 부탁한다.
가장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다양한 장비를 접하고, 나만의 소리를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최근 음악제작을 하는 사람들은 컴퓨터에 의존해 모든 작업을 하는 문제가 있다. 컴퓨터가 다양한 악기의 소리를 다 수행할 수 있으니, 실제 악기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즉 모두가 똑같은 악기를 가지고 똑같은 소리만 낸다는 의미도 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제 PC를 사용한 작업물은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도 짐작이 간다. 결국 개성 있는 사운드는 멀어지고, 공장에서 찍어낸 획일화된 소리만 접하게 되어버렸다.
게임음악도 이제 질을 높여야 한다. 문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역사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결과물이 후세에 이르렀을 때 자랑스러운 문화로 불릴만한 가치를 지녀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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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소개기사 [신작앱]을 연재하고 있다. 축구와 음악을 사랑하며, 깁슨 레스폴 기타를 사는 것이 꿈이다. 게임메카 내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잘 먹히지는 않는다.roto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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