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셜게임기업 에니시가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일본 소셜게임사 enish(이하 에니시)가 12월 중순, 한국 진출 기업에 정식으로 합류했다. 구로 디지털단지에 위치한 평범한 사무실이지만, 본사의 모티브를 딴 다다미방도 만들고 재미있는 구색을 갖추었다. 직원은 지사장 포함 딱 2명뿐으로 규모는 작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이 꽤나 컸다.
에니시의 한국 진출 소식이 발표된 것은 지난 10월 30일. 본사에서 첫 번째 해외 진출 지역으로 한국 지사 설립을 발표하고, 에니시의 창립자인 쿠몬 히로유키 이사가 직접 지사장을 겸임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재 한국 지사는 지사장을 겸임하고 있는 히로유키 이사를 제외하면, 사업개발 담당인 김새롬 팀장 한명 뿐이다. 열심히 구인 중이라는 김새롬 팀장은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았던 듯이 “일본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회사인데, 한국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보니 채용 면접 보러 오는 사람들이 유령회사인가 하고 물을 정도”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을 정도다. 이에 게임메카는 홀로 고군분투 중인 김새롬 팀장을 만나 지사 설립의 목적과 비전을 들어 보았다.
유령회사 아닙니다, 어엿한 상장사
한국에서는 유령 회사 취급받는 에니시지만, 지난 2012년 도쿄 증권 거래소 마자즈(2부) 상장을 거쳐 얼마 전 1부 상장까지 오른 탄탄한 소셜게임기업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무명 수준에 가까운데, 한국 유저들이 해외 시장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해가며 찾아볼 게임이 많지 않다. 일본 내 유명 IP를 사용한 게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섹시한 미소녀 캐릭터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게이머들이 열광할 만한 하드코어 장르의 게임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에니시를 대표하는 게임은 레스토랑 경영 시뮬레이션으로 ‘보쿠노 레스토랑’(한국명: 나의 레스토랑)이라는 여성향 게임이다. 주된 콘텐츠는 아바타 꾸미기 등 패션과 소셜 시스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드코어 TCG인 ‘드래곤 택틱스’가 상당한 선전을 하고 있지만, 전체 게임 7개 중 3개 이상이 여성향에 가까운 캐주얼 게임으로 회사의 기반은 충성스러운 여성팬으로 이루어져 있다.
▲ 현재 에니시가 서비스 중인 게임 라인업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첫 타이틀인 ‘보쿠노 레스토랑’을 만들 당시 5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어느새 150명 이상으로 늘어났지만,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에 비하면 여전히 알뜰한 수준이다. 게임 자체가 블록버스터 급이라거나 스펙타클한 재미를 주는 장르는 아니지만, 뛰어난 운영과 서비스 관리를 통해 매출을 창출하고 게임의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는 장기가 있는 회사다.
김새롬 팀장은 서비스와 운영, 그리고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하나의 게임에 중장기적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나가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에니시의 새로운 도전, 한국에서 이루어진다
그동안 일본 회사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뉘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퍼블리싱 타이틀을 확보하는 경우와 일본에서 서비스하던 게임을 국내 현지화해서 출시하려고 하는 경우다.
에니시는 둘 중 어느 하나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퍼블리싱 타이틀을 많이 확보하기보다 소수 게임을 장기간에 걸쳐서 함께 완성해 나간다는 것이 목표다.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에 매진하기보다는 개발 기술력을 배워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너무나 솔직하게도 김 팀장은 네이티브 앱 개발에서는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개발 기술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2~3년 안에 한국 개발사에게 모든 것을 배워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네이티브 앱이란 iOS나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폰 OS에 특화된 앱으로 운영체제 별로 게임 클라이언트를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의 모바일게임은 대부분이 네이티브 앱 기반이지만, 일본은 여전히 웹브라우저 앱 비중이 큰 편이다.
내부적으로 목표를 세운 것은 지난 여름부터로, 쿠몬 요시유키 이사가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중소 개발사들을 만나 명함을 돌릴 정도의 남다른 행동력을 보인 덕분에 지사 설립을 발표한 지 한 달도 안된 지금 한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벌써 3건 이상이다.
오는 2014년 에니시 본사와 지사 모두 상당한 각오로 시작하는 한 해가 될 예정이다. 한국 게임사와 공동 개발 등 다양한 협력 작업을 통해 회사 전체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 공유뿐 아니라 시장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이상 한국 시장 진출은 당연한 과제기 때문이다. 김새롬 팀장은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한국은 의미있는 시장”이라며, “유저들의 피드백이나 시장 변화의 흐름이 다이나믹하고, 그 영향을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시장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의 완성도와 상업성에 대한 유저들의 판단이 빠르게 나오는 시장인 만큼, 에니시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볼 의미가 있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0에서 1을 만들어 나가는 회사
▲ 사업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김새롬 팀장
▲ 에니시 코리아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고
에니시 코리아도 아무것도 없는 사각형에서 지금의 형태를 만들기 위해 달려나가고 있다. 김 팀장은 다소 고생스러울 수 있어도 처음부터 하나씩 준비해 나가는 것이 에니시의 기업 가치라고 소개했다.
그는 “1에서 10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은 ‘창조’해내는 것, 자체이기 때문이다”라며 자랑하듯 설명했다.
“지금 한국 시장은 얼어 있는 느낌이에요. 많은 개발사들이 해보고 싶은 의지는 있는데, 자금적으로 어려워 시장을 뚫기 힘들어하고 있죠. 에니시 코리아를 통해 앞으로 하나씩 함께 일구어 나갈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요. 꿈인지 허상인지 몰라도 추운 겨울에 0에서 99까지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들과 힘을 모으고 싶어요. 혼자 있으면 더 추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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