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를 하는 게이머라면 모르는 게 더 신기한 사이트가 있다. 바로 전적검색 사이트 OP.GG다. 지난 1월 1주년을 맞은 이 사이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특정 유저의 경기 기록을 검색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입소문을 탔다. 그리고 현재는 월 방문자 2천만명(OP.GG제공, 구글 애널리틱스 기준)을 기록하는 1위 커뮤니티가 되었다. 심지어 OP.GG를 개발 및 운영하는 팀은 굉장히 소규모라는 사실도 어마어마한 방문자 수치와 함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입을 떡 벌리게 만든다.
이처럼 OP.GG는 실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사이트지만, 유저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 적은 잘 없었다. 페이스북을 통한 홍보와 피드백, 간간히 올라오는 공지를 빼면 별다른 이야기가 없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OP.GG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급기야 인터뷰까지 신청하게 되었다.
▲ OP.GG 개발자들을 표현한 캐릭터 (사진제공: OP.GG)
처음에 OP.GG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과거 프로그래밍 그룹을 통해서 알게된 친구들끼리 만들게 된 사이트다. 한 친구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을 즐겨 했었고, 그 친구의 제의로 시작하게 되었다.
OP.GG를 구축하기 전에도 DB구축이나 관리, 사이트 운영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있었나?
작은 사이트 운영 경험이 많았던 데다, 얕지만 많은 조각지식을 갖고 있었다. 물론 OP.GG 정도의 방대한 사이트를 관리해본 적은 없었다. 지금 돌아보면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니까.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만든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써주니 저절로 손이 갔고 배우면서 커졌다. OP.GG를 운영하고 개발하면서 배운 게 정말 많다.
현재 사이트가 포털 정도로 방문자가 많아졌는데, 몇명이 운영하고 있는가?
OP.GG 팀은 현재 기획과 개발 운영 및 전반적인 진행을 해주는 기획자 한 명과 총괄 디자인 및 개발자 한 명, 서브 개발자 두 명 정도로 이루어져 있다.
이 외에도 파트타임으로 도움을 주는 좋은 분들이 있다. 내부 프로그램도 몇 건 있고, 최근에는 예쁜 일러스트레이터가 로고 디자인을 해준다. 매우 성실한데다가 심지어 ‘리그 오브 레전드’도 하고 있기 때문에(!) 로고 완성도가 하루하루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지는 중이다. 더불어 현재 모바일 웹을 개발 중인 아는 동생도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번역 시스템(소셜 번역 시스템)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생 세 명도 함께다. 형편상 보수를 많이 주지 못하는데 열심히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확실히 요즘 OP.GG 메인은 세련되어졌다
OP.GG 개발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같은 건 없었나.
사이트 준비는 별다른 문제 없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된 편이다. 총괄 개발자와 기획자가 성격 문제로 사소한 말다툼을 하는 편인데, 그로 인해 공중분해가 될 뻔한 적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괜찮게 흘러갔다.
하지만 데이터 관리 부분은 매우 힘들었고, 아직도 난관에 부딪힌다. 좋은 서버를 사용해서 어떻게 잘 돌아가게 만들어 놓긴 했는데, 최근에 큰 한계를 느껴 대처법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운좋게도 MySQL 튜닝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실력이 상당히 좋은 분을 만나 OP.GG 데이터 관리의 미래가 밝을 것으로 기대한다.
서버 부하나 데이터 관리 같은 기술적인 어려움 말고, 유저 유치와 시스템 기획 등에서 난관에 부딪혔던 적은 없었나.
유저 유치와 기획 부분에서는 기획자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과 현 트렌드에 대해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 기반에는 기업 단위의 대규모 조직에서 할 수 없는 유연한 대처들이 깔려 있어야 한다. 기획 컨펌에만 하루가 걸린다고 생각하면 정말 불가능한 일이다.
3시즌 초입에 전적갱신을 막은 것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이 때 사이트 유입율을 상승시키기 위해 따로 했던 노력이 있었나.
따로 생각하지도 않았고, 별다른 시도를 한 적도 없다. 애초에 OP.GG 메인은 전적검색창만 덜렁 하나 있는 상황이였던지라 이벤트 같은 걸 해도 홍보될리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언젠가는 다시 서비스 운영이 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개의치 않고 기존에 준비중인 기능을 방문자가 적은 틈을 타 열심히 개발했다.
알다시피 라이엇게임즈 측은 전적검색이 서버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관련해서 라이엇게임즈가 OP.GG측에 직접 연결해서 서비스 중단을 요청하거나 했던 적이 있나.
그렇다. 초기에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버가 펑펑 터질 때,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쪽으로 직접 연락이 왔었다. 추후에 공식적인 연락을 드릴테니 전적갱신을 막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래서 몇 달 간 전적검색을 중단했지만 게임 서버 자체의 문제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몇 달을 기다린 후 라이엇게임즈에 전화를 수십번 걸었다. 그런데 담당자는 몇달동안 계속 부재중이었다.
내가 알기로 라이엇 본사는 전적검색 사이트의 커뮤니티적 속성을 고려, 게임 플레이를 돕는 긍정적인 장치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만 운영을 못하게 하는 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편집자 주: 이와 관련해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한국 서버는 시즌 3 당시와 달리 매우 안정된 상태이며, 많은 유저들이 전적검색 사이트를 이용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를 무조건 막는 방안은 지양한다고 밝혔습니다.
1주년 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자택에서 사이트를 관리하는 것 같던데, 개발 환경은 어떤가.
1주년 블로그에 있던 사진은 개발 초기, 살짝 비 전문적으로 자택에서 서버를 돌려가면서 운영할 당시였다. 현재는 OP.GG 서버를 IDC에 입주시켰으니 개발 환경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저희 서버 좋아욤 ^_^)
개발 및 운영 등에 들어가는 인건비, 유지비 등은 어디서 충당하나.
OP.GG에 게재되는 광고수익으로 충당한다. 초기에는 비용 마련을 위해 차도 팔고 개인 물품 이것저것 안 판게 없다. 몇 달간 생활에 문제가 있을정도로 큰 적자에 시달렸지만 그래도 유저들이 계속 찾아오니 포기할 순 없었다. 지금은 그래도 자체적인 운영은 가능해졌다.
▲ '리그 오브 레전드'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익숙할 듯한, OP.GG의 전적검색 화면
OP.GG가 생긴 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 거의 명실상부한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전적검색 ‘단일’ 사이트로는 최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감회가 어떤가.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사람이 많다 보니까 느려지는 갱신속도,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번번히 발생하는 버그, 랙 등으로 웹서비스 아마추어(?)티를 팍팍 내고 있다.
기다려 달라고는 하지 않겠다. 더 좋은 사이트가 있으면 그곳을 방문해도 괜찮지만, OP.GG를 잊지말고 지켜본다면 더 편리한 기능들로 전적검색 사이트계의 OP(오버파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방문자는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이 수치는 그동안 단 한번도 밝히지 않았던 것인데, 처음으로 공개한다. 구글 애널리틱스 기준 월 2000만 UV 정도 된다.
보통 그정도면 OP.GG에서 관리해야 하는 데이터는 얼마쯤 되나.
최근 게임 데이터의 경우 수십억건이 DB에 저장되어 있다. 현재 시스템 부하의 원천이기도 한 데이터들이다.
일이 많다 보니 개발 인력을 보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 같다.
개발 인력을 보강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있지만, 현재 사이트 내부 전체를 맡을만한 실력을 갖춘 개발자는 국내에서 쉽게 찾기가 힘들어서 당분간 보류 중이다.
해외에도 OP.GG를 서비스 할 계획인가?
번역부터 시작해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우선 베타 테스트 중이며, 국내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OP.GG가 나아갈 방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다양한 게임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지금은 ‘리그 오브 레전드’만으로도 벅차다. 그리고 OP.GG 개발자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만 한다. 유저들의 공감을 얻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대상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영역을 확장하는 건 시간과 인력낭비가 아닐까 한다.
현재로써는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라면 모두가 알고 인정하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전적검색만이 아닌 커뮤니티, 공략 정보들도 포함한 사이트로 발돋움해보겠다.
마지막으로 OP.GG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부족한 서비스에도 이용해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올해에는 원하시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라며, 전적검색이 안되면 메일 주시고 불만 사항도 꼭 메일로 보내주시면 좋겠다.
남자가 보내는 러브레터만 아니라면, 최대한 수용하고 답변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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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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