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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뜨거] 되풀이되는 승부조작, e스포츠 갉아먹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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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뜨거]는 지난주 가장 뜨거웠던 게임계 이슈를 누구나 알기 쉽고 자세하게 풀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19일 아침, 국내 e스포츠계가 한차례 홍역을 치렀습니다. 프로게임단 프라임의 박외식 전 감독과 최병현, 최종혁이 승부조작 및 불법도박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겁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1~6월 사이 진행된 ‘스타크래프트 2’ 프로경기 가운데 5회에 걸쳐 승부조작을 자행했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곧장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이들에 대한 영구제명 및 영구자격정지 징계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스타크래프트 1’ 프로리그를 나락으로 빠트린 승부조작 사건으로부터 불과 5년만입니다. 심지어 당시 선수 생활을 하며 승부조작의 폐단을 똑똑히 보았을 박외식 전 감독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요? 이로써 신규 확장팩 출시를 한달 여 앞두고 도약을 꿈꾸던 ‘스타크래프트 2’ 프로리그와 팬들의 기대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 '스타 2' 승부조작에 가담 혐의로 기소된 박외식 전 감독

‘과거를 잊은 자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격언이 있습니다. 사건의 주모자들이 5년 전 과오를 한번만이라도 상기했다면, 또다시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기는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앞으로 다시는 참담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간 국내 e스포츠계를 갉아먹어온 조작 사건을 정리해봤습니다.

스포츠의 근간을 흔드는 탐욕

승부조작이란 말 그대로 승패를 가르는 경기에서 선수 혹은 스태프가 고의로 결과를 조작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스포츠계에서 약물복용과 함께 절대 있어선 안될 최악의 범죄로 손꼽히며, 한번 터지면 조작의 경중을 막론하고 해당 종목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죠. 승부의 향방이 실력과 우연이 혼재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아닌, 물밑을 오가는 검은 돈으로 판가름 난다면 누가 그 경기를 볼까요?

승부조작 사건에는 으레 경기 승패를 놓고 벌이는 불법 도박판이 얽혀있기 마련입니다. 브로커가 경기를 조작할 선수를 수배하면, 일당은 불법 도박에 베팅을 하고 짭짤한 배당금을 챙기죠. 역사에 기록된 첫 승부조작 사건이 무려 100년 전, 1919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있었으니 탐욕의 역사가 오래도 됐습니다.

2000년대 초 ‘스타크래프트 1’의 기록적인 흥행을 타고 등장한 e스포츠 또한 검은 마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다만 국내 첫 조작사건은 ‘스타크래프트 1’이 아닌 ‘워크래프트 3’에서 터졌죠. 2005년 당시, MBC게임 ‘워크래프트 3’ 프라임리그 해설위원 장재영이 경기에 쓰일 게임 데이터를 멋대로 수정하다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 당시 최약체 종족이었던 오크를 비밀리에 버프했다

장재영은 당시 최약체 종족이었던 오크가 극적으로 승리하는 상황을 연출하려고 비밀리에 게임 데이터를 손봤습니다. 오크는 전체적으로 회복률, 생산시간 등이 미세하게 향상된 반면, 다른 종족은 약화됐죠. 그러나 아무리 티가 안 나도록 수정했다 한들 프로게이머의 눈썰미까지 속일 순 없었습니다. 그는 불법 도박과는 무관하게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워크래프트 3’ 프로리그를 몰락시키고야 말았습니다.

한국 e스포츠계에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기다

‘워크래프트 3’ 조작사건은 장재영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었고, MBC게임에서 그를 퇴출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느 스포츠에서 들려오는 승부조작은 게임과는 전혀 무관한 얘기처럼 보였죠. 물론 e스포츠를 다루는 불법 도박사이트가 버젓이 존재하고, 매 중요한 경기마다 소위 ‘져주기’ 음모론이 나오긴 했지만, 그저 흔한 팬들의 입씨름에 가까웠습니다.

그렇게 별탈 없이 5년이 흐르고,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2010년 초부터 불법 도박사이트 등지에서 ‘스타크래프트 1’ 승부조작에 대한 소문이 스멀스멀 흘러나오기 시작했죠. 마침 프로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실책이 부쩍 늘어난 참이라 유저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의혹이 오갔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안 있어 불법 e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조사하던 검찰이 전직 및 현직 프로게이머가 승부조작에 연루됐음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승부조작에 가담한 현직 프로게이머들도 문제였지만, 한때 최강의 자리에 올라 ‘마에스트로’라 불리던 마재윤이 브로커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나 더욱 큰 충격을 줬죠. 당시 마재윤은 언론에서 마모씨로 언급됐으나, 프로게이머 중 유일한 마씨인지라 곧바로 특정되기도 했습니다.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고 공중파 3사까지 나서 대대적으로 보도를 시작하자, 국내 e스포츠계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그간 소문만 무성하던 ‘스타크래프트 1’ 승부조작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도 모자라, 수많은 팬을 거느린 특급 선수가 단순 가담도 아닌 손수 후배들을 꾀어내기까지 했습니다. 적어도 선수들은 깨끗했던 ‘워크래프트 3’ 사건과 달리 주모자들의 죄질이 너무 나빴죠.


▲ 한국 e스포츠계에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를 남긴 마재윤

가뜩이나 ‘스타크래프트 1’ 프로리그의 인기가 시들해가는 시점에서, 승부조작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였습니다. 일을 벌인 선수들은 물론 한국e스포츠협회 또한 정황을 포착하고도 문제를 덮기에 급급했단 사실이 알려지며 완전히 신뢰를 잃었죠. 당사자만 입을 다물면 적발이 어려운 개인전 특성상, 수면 위로 들어난 것은 일부분이라는 불신까지 팽배해졌습니다.

승부조작을 벌인 주모자들에게는 배임수재, 업무방해 등의 죄명으로 일제히 공소가 제기됐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죄의 경중에 따라 징역과 사회 봉사, 도박 치료 프로그램 이수, 벌금형 등을 나눠 받았죠. 아울러 마재윤을 비롯한 11인 모두 한국e스포츠협회에 의해 영구제명 및 포상 박탈의 중징계에 처해졌습니다. 사실상 e스포츠계에서 영원히 퇴출된 것이죠.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상존하는 검은 돈의 마수

승부조작 사건을 기점으로 ‘스타크래프트 1’ 프로리그가 급격히 침몰하고, 2012년 초부터 신흥 강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시대가 막을 올렸습니다. 한국 서버가 열린 지 불과 한 달 만에 e스포츠 대회 ‘리그 오브 레전드 인비테이셔널’을 개최하며 존재감을 제대로 어필했죠. 당시 변변한 스폰서조차 없던 국내 아마추어들이 해외 초청팀을 격파하는 모습은 국내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리그는 시작부터 과거 선배 리그들에 비해 유독 잡음이 많았습니다. 리그가 워낙 갑작스레 형성된 지라, 실력만 좋다면 누구라도 프로게이머로 들이면서 인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죠. 게임 자체가 팀원 하나하나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분쟁이 생길 공산도 컸습니다. SNS 덕분에 선수들이 더 자유롭게 대중과 소통하면서 사건사고도 그만큼 늘어났죠.

다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5vs5 팀게임이라 승부조작에 있어서 만큼은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경기 한 판을 조작하더라도 선수 5~10명을 섭외하고, 필요하다면 스태프까지 입을 맞춰야 하니 날고 긴다는 브로커라도 무리란 것이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논리는 곧 빚이 바래고 맙니다.

2014년 3월 13일 새벽,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 커뮤니티에 ‘승부조작 자백합니다’라는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ahq 코리아 소속 프로게이머 천민기로, 감독에게 속아 승부조작에 가담했으며 죄책감을 느낀다고 적었죠. 이후 그는 SNS에 유서를 남긴 후, 살던 건물 12층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으나 다행히 미수에 그쳤습니다.


▲ 용기있게 승부조작을 고백한 천민기에게는 많은 응원이 따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합니다. 당시 ahq 코리아 감독으로 있던 노대철은 사설 토토를 통해 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선수들을 속였습니다. 그는 “온게임넷이 대기업팀을 상대로 져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불응하면 본선 진출이 어렵다고 협박했죠. 심지어 팀 창설 당시부터 승부조작을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일부러 가정 형편이 어려운 선수만 골라 선발했다니 매우 악질적입니다.

제 2, 3의 ‘마주작’을 원치 않는다면, 처벌이 아닌 예방에 힘써야

다행히 ‘리그 오브 레전드’에선 한국e스포츠협회의 빠른 진화가 빛을 발했습니다. ahq 코리아가 협회 소속이 아님에도 선수 보호 차원에서 천민기를 보호했고, 노대철의 선수 약취 및 공갈 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적극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스타크래프트 1’ 프로리그를 지나오며 승부조작의 위험성을 통감한 모습이었죠. 이 같은 발 빠른 대응은 이번 ‘스타크래프트 2’의 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한층 노련해진 협회의 대응과는 별개로, 승부조작 사건이 계속해서 재발하는 작금의 사태는 e스포츠계가 다 함께 고민해야만 할 숙제를 남겼습니다. 열악하기 그지없는 비인기 종목 프로게이머들의 처우와, 버젓이 영업 중인 수십 개의 불법 도박사이트, 그리고 끊임없이 뻗쳐오는 검은 돈의 마수가 상존하는 한 제 2, 3의 ‘마주작’은 언제든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제야말로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입니다.


▲ 그간 협회의 대응은 훨씬 신속해졌다, 이제 처벌이 아닌 예방에도 힘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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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AOS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
게임소개
'리그 오브 레전드'는 실시간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AOS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100명이 넘는 챔피언 중 한 명을 골라서 다른 유저와 팀을 이루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전투 전에...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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