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란트, 제트의 수리검은 ‘은장도’ 허리끈은 ‘저고리’다

수리검을 다루는 한국인 캐릭터 '제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수리검을 다루는 한국인 캐릭터 '제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6월 2일, 발로란트 정식서비스가 시작된 지도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났다. 발로란트는 여러 모로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다. 현재 발로란트의 스토리텔링은 사실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롤과 별개의 근미래 지구 배경 세계관에서 초능력을 지닌 비밀조직 ‘발로란트’가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 세력에 맞서 싸운다는 대략적 설정, 런칭 시네마틱 트레일러 외에는 공개된 것이 거의 없다. 캐릭터들이 왜 싸우는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 등은 액트 2에나 가서 조금씩 풀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게이머 입장으로서는 내가 플레이 하는 이 캐릭터에 대해 알 수 있는 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특히나 한국 게이머들은 한국인 캐릭터 ‘제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어 더욱 애가 탄다. 과거 리그 오브 레전드 ‘아리’가 공개 당시 구미호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여우라는 점을 널리 알려 관심을 모은 것과 상반된다.

이에, 게임메카는 라이엇게임즈 발로란트 아트 디렉터 조쉬 스미스(Josh Smith)와 내러티브 총괄 자크 벳카(Zach Betka)에게 제트에 대해 질문했다. 비록 향후 진행될 스토리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제트의 배경 스토리나 과거에 대해서는 답변을 듣지 못했지만, 일본 닌자 논란까지 이는 제트 캐릭터 디자인이 어디서 유래했고 그녀의 성격이 어떤지 등 이제껏 밝혀지지 않은 정보를 포함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제트에 대한 배경 이야기를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설명 부탁드린다

자크 벳카(발로란트 내러티브 총괄): 제트의 배경은 발로란트 거대한 이야기 중에서도 핵심 부분이기에 자세히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제트는 그녀의 힘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언제나 최고였습니다. 스스로에게 진짜 도전이 될만한 뭔가를 찾는 노력은 그녀에게 동기 부여 요소로써 크게 작용하곤 하죠. 지켜봐 주세요. 제트는 이미 그녀를 자극하는 뭔가를 찾은 것 같으니까요.

발로란트 요원이 되기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사진출처: 발로란트 런칭 트레일러 갈무리)
▲ 발로란트 요원이 되기 전부터 심상치 않았다고 한다 (사진출처: 발로란트 런칭 트레일러 갈무리)

일본 닌자 느낌이 나는 제트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을 때 많은 한국 게이머들이 의아해 했다. 제트의 디자인 의도가 궁금하다

조쉬 스미스(아트 디렉터): 캐릭터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 중 하나는 각 캐릭터의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입니다. 12명 요원의 디자인과 스토리를 만들 때, 게임플레이 요소 측면에서 많은 부분을 정해 놓고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확립해 나갔습니다.

저희는 일찌감치 한국인 캐릭터를 꼭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한국인 캐릭터는 바람을 다루고 정밀하게 칼을 던지는 플레이 특징과 조합시키고자 했습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일본 캐릭터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희는 이러한 예상을 깨고 싶었습니다.

제트의 상징은 '바람'이다 (사진출처: 발로란트 런칭 시네마틱 트레일러 갈무리)
▲ 제트의 상징은 '바람'이다 (사진출처: 발로란트 런칭 시네마틱 트레일러 갈무리)

발로란트의 세계에서는 모든 종류의 특별한 능력이 어떤 인물에게서든 발현될 수 있습니다. 제트는 칼을 던질 때 자연스럽게 따라올 법한 바람을 조작하는 능력을 부여 받았습니다. 제트는 어린 시절부터 집안 대대로 전승되어온 은장도를 가지고 훈련을 했는데, 힘을 얻은 이후 그녀의 치명적 파워를 극대화하기 위한 특수 도검을 제조했습니다. 이 칼은 은으로 각인된 손잡이를 지닌 은장도를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정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 주는 코어(core)가 박혀 있어 균형을 이룹니다.

저희는 항상 게임 플레이와 기능적 요소를 캐릭터 디자인과 연결짓고자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제트를 표현할 색을 고를 때도 ‘바람’이라는 요소를 반영하고자 했습니다. 제트의 하늘색 상의와 흐린 은색 머리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트는 군중에서 멀리 떨어져 홀로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으로, 자신만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머리를 은색으로 염색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트와 바람 간 연관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요소이자 그녀의 빠른 속도를 강조하는 장치로는 그녀의 벨트에 묶인 흰색 리본도 있습니다. 이 리본은 그녀의 어머니가 입었던 저고리의 일부였고, 그녀는 이를 기억하기 위해 리본을 묶었습니다.

수리검은 은장도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허리에 차고 있는 끈은 어머니의 저고리를 떠올리며 묶은 것이라는 설정이다 (사진출처: 발로란트 공식 홈페이지)
▲ 수리검은 은장도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허리에 차고 있는 끈은 어머니의 저고리를 떠올리며 묶은 것이라는 설정이다 (사진출처: 발로란트 공식 홈페이지)

다른 캐릭터들은 각 국적과 인종에 맞는 머리색인데, 제트만 유달리 흰색 머리를 하고 있다. 패션을 위해 탈색한 것인지, 아니면 모종의 이유로 머리색이 변한 것인지 궁금하다.

자크 벳카(발로란트 내러티브 총괄): 저희가 K팝 아이콘들을 살펴보면서 깨달은 것은, 염색이 자기 표현을 위해 매우 좋은 수단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트 또한 분명 그녀 스스로를 아이콘으로 생각할 것이기도 하고요. 관련해서 한 가지 재미있는 기억이 있는데요, 제트의 머리를 염색하기로 결정한 지 약 1주일 뒤 일이었습니다. 녹음 현장에 들러 제트의 성우를 담당한 한국 뮤지션 샤넌을 만났는데, 그녀 역시 머리를 금발로 탈색했더라고요. 그 순간, ‘와우, 이 사람이 바로 제트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제트 디자인에서 한국적 콘셉트가 반영된 부분이 더 있나?

자크 벳카(발로란트 내러티브 총괄): 제트의 상당 부분은 한국 게이머들의 경쟁적인 성격에서 기인했으며, 특히 PC방 문화에서 가져왔습니다. 한국 게이머들이 큰 경기에 대해 얘기하고, 승리를 축하하며, 불공정한 패배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을 참고했죠. 제작진은 제트를 완전히 게임에 집중한 채 여러분 옆에 앉아 있는 성격 급한 다이아몬드 플레이어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저희 개발진이 한국에 갔을 때, 그리고 한국 파트너들과 함께 일하면서 느꼈던 한국인의 특별하고 독특한 특성이었는데요, 이를 캐릭터로 엮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네마틱 트레일러에서 제트가 학생들이 차고 다닐 것 같은 사이드백을 메고 후드티를 입고 뛰어가는 모습을 비췄다. 실제로도 보기에 따라 상당히 어린 모습인데, 제트의 나이는 대략 어느 정도인가?

자크 벳카(발로란트 내러티브 총괄): 제트는 발로란트 요원 중 가장 어린 멤버 중 하나입니다. 정확한 나이를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발로란트에 합류했을 시점에 그녀가 여전히 10대였다는 것은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발로란트에서 가장 어린 캐릭터 중 하나인 제트 (사진출처: 발로란트 공식 홈페이지)
▲ 발로란트에서 가장 어린 캐릭터 중 하나인 제트 (사진출처: 발로란트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