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튬 플레이(이하 코스프레)는 복장을 뜻하는 ‘코스튬(costume)’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play)’의 합성어이다. ‘코스프레’의 가장 큰 변화는 매니아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점차 일반인들에게 까지 ‘코스프레’라는 새로운 문화가 주목 받고 있다는 점, 그만큼 새로운 문화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백인백색은 코스튬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코스프레에 대하여 들어보는 코너다.
꽃이 개화할 시기를 넘긴 4월, 아직 피지 않은 꽃들을 대신해 미소녀 코스프레를 전문으로 하는 코스튬 플레이어(이하 코스어)를 소개할까 한다. 이번에 소개할 코스어 한정규(21)군은 ‘세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코스어다. 그런데 한정규군은 코스계에서는 보기 드문 남성이다. 게다가 남성으로서는 더욱 보기 드문 트랜스코스어(성별을 바꿔 코스프레 하는 코스어)로 알려졌다.
코스프레 경력이 6년이고 대회에서 입상한 경험까지 있는 그는 자신은 ‘전문 코스어’라고 말하기엔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자신만의 확실한 색을 가지고 있는 그가 이야기하는 코스프레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베디비어 코스프레
처음 코스프레는 어떻게 접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어떤 활동을 해왔나요?
한정규(세케) : 처음 코스프레를 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때 학교축제에서 나루토 의상을 입어본 것이었습니다. 중학교에서 만화 동아리에 속해있던 저는 만화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활동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축제를 맞아 코스프레를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디자이너이신 어머니께서 손수 나루토 의상을 제작해주셨기 때문에 그 축제가 더욱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대학에 진학하여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고 얼마 후 입대할 예정입니다. 코스어로서는 길게는 두 달에 한 번 정도 만들어진 의상을 입고 개인촬영 위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직접 의상을 만들어 주셨다고요? 집에서 코스프레를 밀어주는 편인가요?
세케 : 처음부터 밀어주셨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나루토 의상을 직접 만들어 주긴 하셨지만 내키지 않아 하셨습니다. 그러나 이후 제가 대학도 관련 학과로 들어가고 계속 관심을 갖고 활동하자 집에 코스프레 의상 제작 전용 작업실을 하나 만들어 주셨습니다. 지금은 그 방에서 옷 만드는데 실패도 많이 해가며 여러 가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생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못하다 보니 용돈으로 코스프레 하기가 빠듯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학에서 여러 일을 하여 돈을 벌기 때문에 최근에는 예전에 비해서는 풍족한 환경에서 코스프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정규군은 “모든 부모님이 코스프레를 반대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경우는 다른 어려운 악조건 속에서 코스프레 하는 이들보다 좋은 조건”이라며 “코스프레는 자신에게 있어서 주말과 같은 마음의 휴식처”라고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애니메이션 관련 업종에서 일을 하더라도 일하는 것과 코스프레를 즐기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 StrikerS'의 '스바루 나카지마' 코스프레
트랜스코스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세케 : ‘여성은 남성 코스프레를 할 수 있지만 남성은 여성 코스프레를 못한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남자가 여장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악플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악플이 저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악플을 줄이기 위해 더욱 준비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악플이 저에겐 좋은 쪽으로 작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식의 변화를 주고 싶다는 점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코스프레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표현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당연히 여성 캐릭터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성 캐릭터를 좋아하고, 코스프레를 함으로써 “나는 이 캐릭터를 이 정도로 좋아한다”라는 표현을 하고 싶었습니다.
트랜스코스 초기에 어떤 어려움이 많았나요?
세케 : 주변의 인식도 힘들었지만 화장하는 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화장해야 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많이 실패했던 기억이 납니다. 눈썹을 붙이는 법, 아이라인 그리는 법 등… 화장은 어느 정도 칠해야 하는지 처음엔 정말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요(웃음).
지금은 10만원 정도 하는 고급 화장품도 자유롭게 사용할 정도로 화장 기술이 늘었습니다. 화장할 때는 마치 제가 연예인이 된 느낌을 받기도 하고요.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면 초기에 인식이 정말 좋지 않아서 친한 주변인들조차 트랜스 코스를 그만두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 가장 맘에 든다는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의 '흑화 세이버' 코스프레
본인이 했던 코스프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은 무엇인가요?
세케 :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라는 게임에 등장하는 ‘흑화 세이버’ 의상을 꼽고 싶습니다. 작년 10월 88회 코믹월드에서 ‘코스프레 킹’으로 선발되기도 했던 의상입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라서 의상을 만들 때 즐겁게 만들기도 했고 작년 겨울 날씨가 좋지 않아서 생긴 여러 일들로 고생한 경험도 기억에 많이 남아서 가장 마음에 듭니다.
코스프레 하면서 생겼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나요?
세케 : 여자로 오해 받아서 생겼던 일들이 많습니다. 코사모(코스프레 사랑 모임) 정기 행사 때, 사진사분과 사진을 찍고 마지막에 이름하고 연락처 교환할 때 목소리로 남자인걸 알아서 놀라시는 경우가 많이 있죠. 여성 사진사분들은 동성인줄 알고 편하게 대하시다가 나중에 남자인걸 알고 어쩔 줄 몰라 하시는 경우도 많습니다(웃음).
코믹월드행사 때는 제가 남자 탈의실에 들어가는데 여성분이 뒤에서 따라 들어온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일애니송페스티벌’ 때 일본 초청 가수로 왔던 May’n(마크로스F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과 대화를 나눴던 것입니다. 당시 제가 ‘마크로스F’ 관련 코스프레 의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페르소나4' 코스프레. 왼쪽이 한정규 군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이 있지만, 한정규군은 코스프레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이점으로 자기관리를 꼽았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취미활동이다 보니 자신의 외모를 꾸준히 관리한다고 한다. 때문에 코스프레를 하기 전보다 자신감이 생겼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남성 코스어에 대한 편견과 계속 싸워온 그가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많이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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