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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딕! 배틀넷을 벗어나다, 게임과 의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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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의 센터장으로 활동 중인 중앙대학교 한덕현 교수는 2002년부터 게임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게임에 대해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관심이 있던 그에게는 최근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바로 게임과 의학을 접목시켜 사람을 치료하는 진정한 '기능성게임'을 개발하는 일이다. 

5월 28일에 진행된 NDC 14 현장에서 한덕현 교수는 '메딕! 배틀넷을 벗어나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근 그가 연구하는 부분은 게임을 이루는 요소에 의학적인 툴을 접목해 사람을 진정으로 치료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한덕현 교수는 "이에 대한 수요는 많다. 재활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발달장애, 암 분야 등 다양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한덕현 교수가 제작에 참여한 유방암 치료 게임 '아이 러브 브레스트(I Love Breast)'는 게임과 의학을 접목해 항암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이 러브 브레스트'에서 게이머와 아바타는 한 몸을 이룬다. 제 시간에 약을 먹지 않으면 알람이 울리고, 아바타의 몸이 점점 상해간다. 반면 제 때 약을 챙겨먹으면 점점 아름다워지는 아바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유방암 치료 목적으로 제작된 '아이 러브 브레스트'


▲ 테스트에서 '치료에 도움이 된다'와'병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유용하다'에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항암제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게임 내에 제시한다. 실제 항암제인 '탁솔'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이다. 게임 속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자' 아이템을 구매해서 써야 한다. '모자'를 살 때 사용되는 게임머니는 게이머가 실제로 '러닝머신'을 뛰며 운동하면 보상으로 지급된다. 즉, 게임 곳곳에 치료를 북돋거나,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며 이용자로 하여금 치료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아이 러브 브레스트'의 목표다. 

한덕현 교수는 "암에 걸리면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을 100% 수용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항암치료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실제로 처방을 따르는 환자는 전체의 70% 수준이다"라며 "이 게임을 통해 처방을 따르는 비율을 높여, 5년 생존율이 5%라도 올라간다면 일반적인 의학 관점에서도 혁신이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성과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수천억을 들여 항암제를 만드는 것 이상의 효과라 평가할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한 교수가 '아이 러브 브레스트'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은 커뮤니티 게임 '포키포키'를 자폐아동의 치료에 사용하고, 이를 연구했던 시점이다. 자폐아동은 사람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이에 한 교수는 아바타로 본인을 대체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포키포키'를 자폐아동에게 즐기도록 해, 실제 사람을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었다.

1주일에 2시간씩, 8주 동안 꾸준히 게임을 즐긴 자폐아동 12명은 사람의 감정을 인지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검증하는 방식에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방법이 도입됐다. 바로 사람의 실물 사진이 아니라, 다양한 표정을 가진 이모티콘을 예시로 사용한 것이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을 하기 전에는 뇌가 아예 반응하지 않았다. 이모티콘의 감정을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서 아예 포기한 것이다"라며 "그러나 '포키포키'를 한 이후 다시 검증을 했을 때 '이모티콘'에 대한 뇌 반응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4가지 표정 중, 다른 것 하나를 골라내는 테스트


▲ '포키포키'를 한 후, 감정인식능력이 상승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엔씨소프트의 영어 교육 게임 '호두 잉글리쉬'는 영어를 말하기 머뭇거리는 부분을 개선하는데 효과를 발휘했다. 본래 사용하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접할 때, 사람은 일단 귀로 들어온 말을 '전두엽'을 거쳐 분석한 다음, 다시 말을 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총 3단계를 거쳐서 반응이 나오기에 원어보다 느린 것이다.

'호두 잉글리쉬'의 영어를 동시에 보고, 듣고, 말하는 방식은 '전두엽'을 거치지 않아도 바로 영어가 입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왔다. 12명의 아이를 토대로 진행된 테스트에서 영어 울렁증이 있어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던 아이들의 상태가 개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한덕현 교수는 "알지만 말을 못하는 울렁증의 경우, 전두엽에 너무 힘이 들어간 케이스다. 보고, 듣고, 말하기를 한 번에 하는 멀티테스킹에 초점을 맞춘 '호두 잉글리쉬'의 게임 방식은 뇌가 동시에 여러 일을 처리하도록 트레이닝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 캐릭터와 영어로 서로 대화하며 진행하는 '호두 잉글리쉬'


▲ 평균 이하의 테스터가 평균에 편입하거나, 영어 울렁증이 줄어든 점이 눈에 뜨인다


▲ 전두엽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얼마나 영어 사용에 익숙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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