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모바일게임업계에는 대격변이 찾아왔다. 지난해는 카카오 플랫폼을 발판 삼아 모바일게임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모바일게임 시장만의 새로운 ‘법칙’이 정립됐다.
그 변화는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중심부, 혹은 대중교통에서 모바일게임 광고를 발견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최고 매출 순위에 든 모바일게임의 수익도 ‘억’ 소리가 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완성도와 흥행성을 동시에 갖춘 작품들도 등장해, 마침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온라인게임을 제치고 모바일게임이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1년 사이에 급격히 성장한 모바일게임은 이제 국내 게임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주류가 됐다. 그러나, 산업이 커지면서 생긴 부작용도 산적해 있다. 특히 자본력을 앞세워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이 가장 큰 문제로 남아있다. 게임메카는 ‘다사’했던 모바일 시장의 2014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키워드 1: 대한민국 게임대상
▲ '대한민국 게임대상 2014'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웃고 있는 액션스퀘어 김재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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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지스타 2014’ 전야에 개최된 ‘대한민국 게임대상 2014(이하 게임대상)’에서 ‘블레이드’가 대상을 받았다. 게임대상 최초로 모바일게임이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블레이드’의 대상 수상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모바일게임이 온라인게임과 대등한 위치에 섰음을 보여준 것이다. 올해 게임대상 후보 중 70%가 모바일게임이었다. 여기에 ‘블레이드’가 대상을 차지하며 모바일게임이 현재 게임시장의 주력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대상 후보로 지목됐던 게임들도 ‘블레이드’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서머너즈 워’는 아직 미개척지인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뒀다. ‘영웅의 군단’과 ‘세븐나이츠’는 음악, 캐릭터 디자인 등 외적인 요소에 정성을 쏟아 수준급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키워드 2: 100억 마케팅
▲ '클래시오브클랜' 메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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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을 주력으로 삼는 업체가 많아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마케팅이다. 대표적인 예는 슈퍼셀의 ‘100억 마케팅’을 들 수 있다. ‘클래시오브클랜’ 개발사 슈퍼셀은 국내에 진출하며 지하철은 물론 옥외 광고, 공중파 TV CF까지 점령했다. 모바일게임에 이 정도 규모로 광고 폭격을 쏟아부은 전례는 없었기에 더욱 화제가 됐다.
중요한 부분은 슈퍼셀의 마케팅 공세가 통했다는 것이다. ‘클래시오브클랜’은 출시 초기부터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 10위권 안에 자리를 잡은 뒤, 지금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클래시오브클랜’의 사례는 모바일게임 출시에서 ‘마케팅’이 차지하는 중요도를 높였다. 즉, 모바일게임에 하나에 상당한 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는 것이 관례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지금도 강남역 부근에는 ‘도탑전기’ 광고가 빽빽이 들어섰고, 지하철 진입을 안내하는 모니터에서 ‘골든에이지’ 영상이 흘러나온다.
▲ '도탑전기' 캐릭터
최근 강남역 부근에서 이 아가씨를 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로 인해 시장 자체는 커졌을지 모르지만, 중소 개발사가 살아남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모바일게임은 출시 초기 오픈마켓 순위 상위권에 올라야만 그나마 흥행을 기대할 수 있다. 작품이 최대한 많이 노출되어야 유저들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반에 마케팅이 집중되기 마련인데, 경쟁이 치열해지며 비용도 크게 튀어올라 중소 개발사들은 홍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즉, 마케팅에 충분한 돈을 쓸 수 있는 ‘총알’이 풍부한 업체만 경쟁을 지속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키워드 3: 중국
▲ KGC 2014에서 중국 진출 전략을 강연한 치후360 이종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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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높아진 마케팅 비용과 함께 언급되는 현상이 있다. 해외 모바일게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압도적이다.
국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중국 업체만 해도 상당하다. 쿤룬코리아와 이펀컴퍼니가 대표적이다. 굳이 해외 업체가 아니더라도, 중국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국내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되어 인기를 끄는 경우도 많다. 이중 ‘드래곤가드’와 ‘도탑전기’는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게임이다. 특히 ‘도탑전기’의 경우 중국에서 인기를 얻은 후 한국에 들어와 흥행몰이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다.
물론 한국 업체의 해외 진출도 늘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게임이 중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보니 많은 회사가 첫 타자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중국 게임의 점유율은 점차 늘어나고, 반대로 국내 게임은 중국 시장에서 번번이 미끄러진다. 즉, 국내 온라인게임 전성기와 달리 더이상 중국이 한국 게임에 목마르지 않다는 이야기다. 되려 공격적인 태세로 신작을 출시하고, 한국을 공략 타겟으로 삼는다. 특히, ‘도탑전기’를 비롯해 국내에 출시되는 중국 게임들은 완성도는 물론 현지화, 효율적인 과금 모델까지 탑재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이 현지에서 어떤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키워드 4: 대형 퍼블리셔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사 중심으로 돌아가는 모바일게임 생태계는 옛말이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몇몇 대형 퍼블리셔 위주의 산업으로 개편됐다. 10개 이상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퍼블리셔로 자리매김한 넷마블과 유망주로 떠오른 4:33, 그리고 넥슨이 주요한 업체다.
넷마블은 ‘몬스터 길들이기’와 ‘세븐나이츠’를 필두로 꾸준히 라인업을 다져왔고, 4:33은 ‘블레이드’, ‘영웅’을 주요한 무기로 내세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모바일에 뛰어든 넥슨은 자체 개발작인 ‘포켓 메이플스토리’를 매출 상위권에 진입시키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들의 특징은 많은 작품을 빠르게 퍼블리싱하면서 라인업을 늘리고, 상위권에 진입한 게임을 중심으로 다른 작품의 인지도도 함께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크로스 프로모션이 기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탓에, 작품 수 자체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퍼블리셔는 인기 작품에 신작을 붙이는 식으로 유저들에게 적극적으로 게임을 홍보하고 있다.
대형 업체가 모바일 시장에 뛰어들면서 규모 자체가 커진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타트업 성공 신화는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홍보 경쟁에서 대규모 마케팅과 크로스 프로모션으로 무장한 대형 퍼블리셔를 이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퍼블리셔를 통해 게임을 출시하면, 개발사의 색은 희석되고 작품은 퍼블리셔의 ‘신작’으로 변모한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 모바일 시장이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타트업과 중소 개발사가 꾸준히 양질의 게임을 내놨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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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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