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에서 소개된 실패 사례. 이 시스템이 한 게임에 모두 들어갔다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성공 전략이라는 막연한 주제보다는 실제로 겪은 선배들의 실패 사례가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NDC 15에는 개발자들이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넥슨은 20일, 판교 본사에서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NDC 15)를 열었다. 19일부터 진행된 NDC 15에는 다양한 주제를 다룬 강연과 아트 전시, 게임 시연 등이 마련됐다. 이 중에는 개발자들의 실패담이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다룬 강연도 진행됐다. 이 강연은 ‘나의 개발 흑역사 답사기’라는 주제로,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NOVN 김동현 CCO, 골드러쉬 김현석 개발자, 도톰치게임즈 장석규 대표가 각각의 실패담을 공개했다.
이날 강연에서 소개된 사례는 크게 직접적인 개발 과정 문제와 간접적인 환경 요인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정리하자면 개발 문제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망각한 결과다. 각 장르의 특성에 맞게 개발하면서 적절한 난이도로 플레이어에게 재미를 제공해야 하지만, 이를 놓쳤기 때문에 결국 게임의 실패로 이어진 것이다. 반면, 환경적 문제는 주변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 결과, 게임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 강연자로 나선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는 과거 개발했던 디펜스게임을 사례로 들었다. 박 대표가 개발한 게임은 단순히 적의 공격을 막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적을 죽이지 않고 살려 보내는 방식이었다. 박 대표는 “적을 살려 보내기 위해서는 이전에 설치한 타워를 삭제해야 했다. 하지만 디펜스게임에서 타워의 삭제는 미션 실패를 의미한다”며 “디펜스 장르는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미학이지만 내가 개발한 프로토타입은 플레이어에게 비효율을 요구했다”며 실패 요인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패로 인해 느낀 점은 디펜스 같이 정형화된 장르는 그에 따른 재미의 문법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법 안에서 재미를 찾거나, 기본에서 살짝 비트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장르를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터틀크림 박선용 대표
NOVN 김동현 CCO가 소개한 사례도 비슷하다. 그가 실패 요인으로 꼽은 이유는 ‘유저의 재미’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김 CCO는 “터치로 귀신이나 해골을 잡는 방식의 게임에 사용자의 플레이 패턴을 학습하는 로직을 넣었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와 CPU간이 수 싸움을 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격투게임의 ‘고스트’ 캐릭터처럼 사용자의 플레이 패턴을 분석해, 적이 대응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문제는 게임이 너무 어려웠다.
김 CCO는 “개발자들은 플레이어에게 시련을 안겨주면서도, 이를 넘어설 수 있게 적절이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만든 게임은 어렵기만해서 재미가 없었다”며 “‘레프트 4 데드’나 ‘철권’처럼 플레이어의 실력에 맞춰 적절한 난이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선 두 사례와 달리 골드러쉬 김현석 개발자와 도톰치게임즈의 장석규 대표는 주변의 요구를 너무 많이 수용한 결과 개발이 무산된 경험을 공개했다. 골드러쉬 김현석 개발자는 빠른 출시를 원하는 임원진의 요구로 연애게임을 개발했다. 여기에 투자자의 요청으로 연애게임에 VIP시스템과 가챠, 경쟁형 PvP, 메신저와 쇼핑몰 연동, 연예인 캐릭터, 옷갈아입히기 시스템 등을 삽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투자자와의 계약이 무산되면서 프로젝트도 중단됐다.
김 COO는 “문제는 개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임원진과 투자 업체의 요청. 투자자 내부 사정으로 사업 중지 등 여러 가지가 있다”며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회나 수익보다 ‘생존’이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톰치게임즈 장석규 대표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리더를 따로 정하지 않고 5~7명이서 모여 온라인 SRPG 개발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콘텐츠도 중구난방이었고, 게임의 유료화 모델도 없었다. 장 대표는 “실패 요인은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누군가 한명이 총대를 메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했다. 또 당시 시장 상황에도 맞지 않았다”며 “실패로 얻은 것은 기획, UI, 웹디자인, 원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원화가에서 기획자로 전직할 수 있었고, 프로그래밍을 배워 1인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로젝트가 실패했다고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며, 이런 것들이 앞으로 만들 게임의 밑거름이 된다”며 “‘앵그리버드’도 로비오의 52번째 게임이었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말고 보완해나가면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도톰치게임즈 장석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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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G와 MMORPG 그리고 야구를 사랑하는 게임메카 기자. 바이오웨어 게임이라면 일단 지르고 본다.ljm0805@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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