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할수행게임, 이른바 RPG(Role Playing Game). 이 장르를 대표하는 게임을 선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울티마’, ‘위저드리’, ‘마이트앤매직’ 등 세계 3대 RPG라 불리는 고전 명작에서부터 ‘파이널 판타지’, ‘드래곤퀘스트’ 등 JRPG(일본식 RPG), ‘울티마 온라인’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MMORPG까지 차마 나열하기 힘들 명작이 가득하다. RPG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무엇이 최고의 RPG인가를 두고 매일같이 갑론을박이 펼쳐지곤 한다.
그러나, RPG의 배경으로 눈을 돌려 보면, 그 출발점은 단 하나의 게임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던전 앤 드래곤(Dungeon & Dragon)’이다. ‘던전 앤 드래곤’이 정립한 RPG라는 장르는 게임산업 전방위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그 중 일부 개념은 지금 현재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되곤 한다. 이처럼 RPG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던전 앤 드래곤’은 보드 워게임 마니아 2인의 손에서 태어났다.
▲ RPG의 지평을 연 ‘던전 앤 드래곤’ (사진출처: speakeasyohiou.com)
* 본 연재는 NHN과 제휴로 네이버캐스트 [게임대백과]에 함께 게재 됩니다.
1950년대 시작된 워게임 열풍
‘던전 앤 드래곤’을 설명하기 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워게임(War Game)이다. 워게임이란 쉽게 말해 ‘어른들의 전쟁놀이’다. 수십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공터에 모여 고대, 중세 등 테마에 맞는 옷과 무기를 갖추고, 군대의 사령관 혹은 일원이 되어 모의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오래 전부터 지역 축제 개념으로 이러한 워게임을 즐겨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인 워게임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원할 때 즉시 즐길 수 없는데다, 부상과 사고의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던 워게임이 필드를 떠나 거실로 들어왔다. 바로 ‘투명인간’, ‘타임머신’, ‘우주전쟁’ 등 수많은 SF소설을 집필한 거장 하버드 조지 웰스의 업적 중 하나다. 웰스는 군대에서 작전 지휘를 위해 사용되던 지도와 말 등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집에서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축소시켰고, 1913년에는 이를 ‘리틀 워즈(Little Wars)’라는 타이틀로 완성시켰다. ‘리틀 워즈’는 각 병과(兵科)별로 이동 거리나 사격 범위, 공격•방어력 등이 다르고, 주사위를 통해 명중률을 결정하는 등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 조건을 상당수 정립했다.
▲ 하버드 조지 웰스와 그가 만든 최초의 테이블 워게임 ‘리틀 워즈’
(사진출처: ironheartartisans.com)
그러나 ‘리틀 워즈’를 비롯한 초기 테이블 워게임은 그 규모가 비교적 컸다. 테이블이 아니라 방 하나를 통째로 이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보급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었다. 테이블 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1953년, 찰스 로버츠가 개발한 테이블 워게임 ‘택틱스’가 인기를 모으면서부터다. ‘택틱스’로 테이블 워게임 시장 가능성을 본 로버츠는 이듬해 아발론 힐 게임 컴퍼니(Avalon Hill Game Company)를 설립하고, ‘게티스버그 워’, ‘비스마르크’, ‘스탈린그라드’, ‘시빌 워’ 등 수많은 테이블 워게임을 출시하며 세계 최대 보드게임 업체로 자리잡았다. 아발론 힐을 필두로 미국과 유럽에는 테이블 워게임 열풍이 일어났다.
▲ 규모 때문에 부자의 취미일 수 밖에 없던 초기 워게임
(사진출처: latabernadelaurana.blogspot.com)
운명처럼 만난 두 명의 워게임 마니아
‘던전 앤 드래곤’의 창시자 개리 가이각스(Gary Gygax)는 1938년, 미국 시카고의 스위스계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판타지와 SF소설을 즐겨 읽었던 그는 철이 들고부터 죽마고우인 돈 케이(훗날 TSR 공동 창업자)와 아발론 힐 사의 테이블 워게임에 빠져들었고, 군인과 탱크 인형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아마추어 워게임을 만들기도 했다.
사춘기 시절 고등학교를 중퇴하는 등 방황을 겪었던 가이각스는 결혼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시카고 대학 인류학과를 졸업했으나, 생계를 유지할 만한 뚜렷한 직업을 찾지 못했다. 그의 20대는 잡지 편집자에서부터 보험 판매원, 신발 수리공 등을 전전하는 방황의 시기였고, 급기야 이혼까지 당했다. 척박한 삶에 빛이 되어준 것은 바로 워게임이었다. 그는 28세가 되던 해인 1966년, 제네바 호 근방에서 IFW(International Federation of Wargaming)이라는 테이블 워게임 지역 모임을 설립하며 더욱 더 워게임에 몰입했다.
‘던전 앤 드래곤’의 공동 창시자 데이브 아네슨(Dave Arneson)은 1947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나, 1960년대 초 아발론 힐 사의 ‘게티스버그 워’를 통해 워게임을 접했다. 10대 시절 아네슨은 주변 친구들에게 이 게임의 매력을 전파하고 다녀 ‘워게임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기존 워게임 룰을 변형해 더 재미있게 만드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관을 꿈꾸곤 했다. 20살이 되던 해에는 미국 미네소타 주의 워게임 동호회 Military Simulation Association(MSA)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오리지널 게임을 구상했다.
20대 초반, 아네슨은 특정 파티나 군단을 다루는 기존 워게임에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당시 그는 캐릭터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 데 몰두해 있었다.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각자의 역할을 정한 후 이에 따라 움직이는 이른바 ‘Role Playing Game’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과 ‘브라운슈타인’과 같은 기존 워게임 룰을 바꿔가며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데 그쳤다.
▲ 젊은 시절의 가이각스 (사진출처: news.bigdownload.com)
▲ 젊은 시절의 아네슨 (사진출처: cafecomsono.blogspot.kr)
워게임에 대한 열정을 가슴 가득 품고 있던 두 청년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운명이었다. IFW에서 활동하며 자신만의 오리지널 워게임 ‘체인메일’을 구상하던 가이각스는 미국 전역의 워게임 팬을 한 자리로 모아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결국 그는 1967년, 펜실베니아 주 몰번에 위치한 그의 집 지하실에서 ‘젠 콘(Gen Con Gaming Convention) 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개최했다. 첫 모임에는 펜실베니아 주 근방에 거주하는 20여 명의 워게임 팬이 몰리는 소규모 모임이었으나, 2년 후에는 참가자만 500여 명 규모로 확대되었다. (현재 ‘젠 콘’은 미국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로 성장했다.)
가이각스와 아네스의 만남은 1969년 열린 제 2회 ‘젠 콘’을 통해 이루어졌다. 가이각스의 ‘체인메일’ 개념 발표 및 토론회에 참석한 아네스는 가이각스가 고안한 섬세한 전투 시스템에 감탄했고, 자신이 구상 중이던 한 사람이 하나의 캐릭터를 맡아 플레이하는 롤 플레잉 요소를 넣으면 좋을 것이라는 조언을 던졌다. 둘은 그 자리에서 워게임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눴으며, 서로의 식견에 감탄함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게임의 모습이 비슷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가이각스와 아네슨은 ‘젠 콘’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마침내 가이각스가 1971년 기드온 게임즈를 통해 출시한 ‘체인메일’ 룰 북에 아네슨의 아이디어를 더한 ‘체인메일: 블랙 무어 캠페인’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이 때의 작업을 계기로 두 사람은 본격적인 합작을 시작했다.
▲ 1969년 제 2회 ‘젠 콘’ 풍경, 왼쪽 세 번째 사람이 데이브 아네슨
(사진출처: feedage.com)
▲ 2014년 세계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 발전한 ‘젠 콘’ 전경
(사진출처: doingindy.com)
RPG의 전설 ‘던전 앤 드래곤’의 탄생
‘체인메일’ 이후, 가이각스와 아네스는 높은 자유도와 섬세한 세계관 설정을 지닌 판타지 게임을 제작했다. 가이각스는 이 게임을 기드온 게임즈나 아발론 힐을 통해 판매하고 싶어했지만, 게임의 자유도가 너무 높고 1인 1캐릭터 플레이라는 독특한 룰이 흥행에 불리할 것이라는 평가만 받으며 좀처럼 유통사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가이각스는 1973년, 친구인 돈 케이와 함께 워게임 개발과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TSR(Tactical Studies Rules)을 설립했다. TSR은 초기 투자금 1,000달러에 직원이라고는 달랑 그들 두 명인 조그마한 벤처 회사였지만, 이듬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자본력을 갖추며 아네스도 합류시켰다.
TSR에 모인 가이각스와 아네스는 1974년, 최초의 ‘던전 앤 드래곤(Dungeon & Dragon)’ 룰 북을 출간했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진 ‘던전 앤 드래곤’은 전작 ‘체인메일’의 중세 유럽이 아닌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삼았는데, 이는 때마침 다시 불어온 판타지 열풍과 맞물려 큰 인기를 얻었다.
1954년 처음 출간된 J. R. R 톨킨의 장편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은 발매 당시 수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켰으며, 가이각스와 아네스 역시 ‘반지의 제왕’의 세례를 피해갈 수 없었다. 비록 가이각스는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이 ‘반지의 제왕’의 영향을 받았냐는 질문에 대해 단호히 부정했지만, 당시 판타지 세계관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반지의 제왕’의 영향이 간접적으로 미쳤으리라는 것은 정설로 여겨진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에서는 ‘던전 앤 드래곤’은 오리지널이 아닌, 기존의 시스템을 다수 끌어온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던전 앤 드래곤’은 전투 규칙에선 ‘체인메일’을, 야외 탐사 규칙에서는 아발론 힐의 보드게임 ‘아웃도어 서바이벌’을 채용했으며, ‘브라운슈타인’ 등 기존 워게임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세세하게 구성된 흥미로운 판타지 세계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모험을 펼치는 RPG의 개념을 정립하고, 현대 게임에서도 사용되는 레벨, 체력(HP), 마력(MP) 등의 보편적 파라메터를 만드는 등 기념비적인 업적을 다수 남겼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
‘던전 앤 드래곤’에서 플레이어는 던전 마스터가 마련한 흥미로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길을 떠난다. 몬스터를 만나면 주사위를 던져 정해진 공식 대로 대미지를 주고받고, 보물이나 공주를 찾거나 마왕을 물리치는 등 모험을 진행해 나간다. 이는 판타지 소설이나 기존 워게임에서 얻는 경험과는 완전히 색다른 재미였다. 판타지 소설은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워게임은 주어진 룰 북 하에서 전투와 전략만을 즐기는 데에 그치지만, ‘던전 앤 드래곤’은 내 분신 캐릭터를 통해 판타지 세상 속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주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총 3권 1세트로 발매된 ‘던전 앤 드래곤’은 워게임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흥행에 성공. 전세계에 RPG라는 개념을 전파했다. ‘던전 앤 드래곤’을 통해 워게임의 높은 진입장벽은 한층 낮아졌고, ‘반지의 제왕’ 이후 하향세에 접어든 판타지 문화는 게임이라는 형태로 재조명되었다.
▲ 세계 게임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던전 앤 드래곤’ 초판
(사진출처: filfre.net - Cory Doctorow)
▲ ‘던전 앤 드래곤’ 출시 전까지 판타지 세계관을 대표했던 ‘반지의 제왕’
(사진출처: humanitysdarkerside.com)
‘던전 앤 드래곤’ 이후 갈라선 두 파트너
‘던전 앤 드래곤’은 RPG의 기초를 다진 작품으로 평가되며 흥행에 성공했으나, 이 작품 이후 가이각스와 아네슨의 길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가이각스는 TSR 공동 창업자였던 돈 케이의 사망 이후 회사 경영에 참여했지만, 수완 부족으로 얼마 안 가 RPG 제작으로 돌아온다. 이후 가이각스는 ‘던전 앤 드래곤’ 룰을 더욱 발전시킨 ‘어드밴스드 던전 앤 드래곤(이하 AD&D)’ 개발에 몰두한다. 반면, 아네슨은 ‘던전 앤 드래곤’을 떠나 자신이 오래전부터 꿈꿔온 오리지널 세계관 RPG ‘블랙무어(Blackmoor)’ 집필을 시작했다. 서로의 관심 분야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 TSR을 떠나 집필한 아네슨의 ‘블랙무어’ (사진출처: amazon.com)
TSR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생긴 잡음도 둘의 관계를 조금씩 멀어지게 했는데, 이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 바로 아네슨과 TSR 사이에 벌어진 ‘던전 앤 드래곤’ 로열티 지급 소송이었다. ‘던전 앤 드래곤’이 한창 유통될 당시, 아네슨은 공동 개발자 로열티를 지급받았다. 그러나 ‘AD&D’로 넘어가고부터는 로열티 지급이 끊겼다. TSR은 ‘AD&D’가 ‘던전 앤 드래곤’을 토대로 가이각스가 재창조한 별개의 작품이라고 주장했고, 아네스의 이름을 공동 제작자 명부에서 삭제했다.
결국 아네슨은 1976년 TSR을 떠나 가이각스 및 TSR를 상대로 한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결국 TSR과 아네슨은 1981년 ‘AD&D’ 공동 제작자에 아네슨의 이름을 넣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법원에서 TSR이 ‘AD&D’의 로열티를 아네슨에게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갈등이 재점화됐다. 결국 ‘AD&D’ 로열티를 둘러싼 분쟁은 2004년, TSR을 인수한 위자드 코스트가 ‘AD&D’ 3rd edition에서 ‘Advanced’라는 단어를 빼고 아네슨에게 배상액을 지불함으로써 약 30여 년 만에 종지부를 찍었다.
▲ 아네슨의 이름이 빠진 ‘던전 앤 드래곤’ 후속작 ‘AD&D’ (사진출처: photobucket.com)
한편, 1980년대로 접어들며 ‘던전 앤 드래곤’의 두 제작자에게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왔다. 바로 개인용 컴퓨터의 등장이다. ‘던전 앤 드래곤’을 비롯한 테이블 RPG를 즐기기 위해서는 룰 북 외에도 일정 수 이상의 플레이어와 주사위, 필기구, 그리고 룰 북을 담당하는 사회자(던전 마스터)가 필요하다. 여기에 사회자를 맡는 사람은 게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고, 플레이어는 상상력을 총동원해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야 한다. 사람들이 모이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데다, 진입 장벽도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 이후 던전 마스터와 주사위, 필기구, 맵, 심지어 상상력이 필요한 이미지 작업까지 모든 것을 컴퓨터가 맡아 해 주는 시대가 열렸다. 리차드 게리엇의 세계 최초 상용화 CRPG(컴퓨터에서 즐기는 RPG라는 뜻으로, 현재는 RPG라고 하면 CRPG를 통칭한다. '던전 앤 드래곤'과 같은 원조 RPG는 테이블 RPG, 페이퍼 RPG 등으로 불린다) ‘아칼라베스’와 ‘울티마’, 1981년 발매된 ‘위저드리’ 등은 모두 ‘던전 앤 드래곤’의 룰을 PC 상에서 구현하려는 시도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던전 앤 드래곤’의 룰을 따르지 않는 다양한 RPG나 액션, 슈팅 게임도 ‘던전 앤 드래곤’이 정립한 패러메터 개념을 채용했다. 컴퓨터 게임의 시작과 발전은 ‘던전 앤 드래곤’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다.
게임의 주체가 테이블에서 컴퓨터로 넘어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아네슨과 가이각스 역시 제각기 다른 방법으로 컴퓨터 게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먼저 아네슨은 4D interactive System이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몇몇 게임의 프로그래밍과 기획 등을 담당했다. 이후에는 컴퓨터 회사 컨설팅으로 분야를 돌렸고, 99년부터는 풀 세일 대학에서 컴퓨터 게임 디자인 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한편, 가이각스의 TSR은 아네슨이 떠난 이후 꾸준히 재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가이각스는 1985년 불어닥친 구조조정으로 자신이 설립한 TSR을 떠났고, 훗날 TSR은 1997년 위자드 코스트에 매각된다. 가이각스는 TSR에서 나온 후 체스, 워게임, 보드게임 관련 저서 및 판타지 소설 집필에 몰두했으며, 95년에는 룰을 대폭 쉽게 만든 컴퓨터 게임 ‘Lejendary Adventure’ 제작을 시작했으나 결국 테이블 RPG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가이각스는 2004년 트롤 로드 게임즈(Troll Lord Games)사를 통하여 ‘AD&D’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RPG를 출시했고, 그 후에도 RPG 협회 고문을 맡아 조용하고 꾸준히 활동을 지속했다.
▲ 가이각스의 말기 작품 ‘Lejendary Adventure’ (사진출처: index.rpg.net)
한평생을 RPG 정립과 발전에 바친 가이각스와 아네슨. 노년에도 수많은 저술 활동과 후학 교육에 힘써 오던 두 사람은 각각 2008년과 2009년, 암으로 나란히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만든 ‘던전 앤 드래곤’은 여전히 게임업계의 성서로, 교과서로, 정신적 지주로 칭송받는다. RPG의 아버지 개리 가이각스와 데이브 아네슨. 그들은 아마 하늘에서 주사위를 굴리며 RPG론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지 않을까?
▲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RPG 업계의 발전에 힘쓴 가이각스(좌)와 아네슨(우)
(사진출처: cafecomson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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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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