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불법 프리서버의 기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유명 프리서버인 `강철서버`의 운영자를 서울 중앙지방법원에 컴퓨터 프로그램보호 및 저작권침해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2005년 12월에 문을 연 강철서버는 평균 동시접속자가 1,500명 이상을 기록하는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대표적인 프리서버.
강철서버의 운영자인 닉네임 ‘구리’는 지난 주 경찰로부터 관계자 출두명령을 받았으며, 14일 현재 강철서버의 운영은 전면 중단되고 자유게시판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 그라비티 “프리서버가 아니라 불법서버가 맞다”
▲ 라그나로크 본서버 이상의 규모로 운영되던 강철서버의 메인공지화면 |
그라비티 측은 “프리서버가 아니라 불법서버가 맞는 말”이라며 “강철서버의 덩치가 크기 때문에 유난히 부각됐을 뿐, ‘프로즌’, ‘천지창조’ 등 다른 대형 프리서버 역시 검찰에 고소장이 접수된 상태”라고 밝혔다.
프리서버는 서버 프로그램을 복제, 또는 개조해 정식서비스 업체가 아닌 개인이 임의로 구축한 사설서버다. 주로 유저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설서버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프리서버는 업체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유저들의 개인정보유출 및 운영자 개인의 파행운영으로 인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번에 적발된 강철서버의 경우에도 운영자가 서버운영비를 이유로 후원금을 따로 모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라그나로크, 프리서버 ‘랭킹사이트’까지 존재
라그나로크 유저들 대다수는 “강철서버의 경우, 수 차례 회사 측에 신고를 했지만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그라비티의 늑장대처가 프리서버를 키웠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라그나로크 프리서버는 이미 100여개가 훌쩍 넘었으며 각 서버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프리서버 현황 및 이용자 숫자는 국내에서도 손 꼽히는 정도의 규모.
라그나로크 프리서버의 경우, 인기도를 토대로 한 랭킹을 제공해 주는 전문사이트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
▲ 100여개에 가까운 라그나로크 프리서버의 인기도를 랭킹으로 제공하는 전문 사이트 |
프리서버가 많은 리니지의 경우 완벽한 게임환경이 구현된 프리서버의 존재가 전무하고, 그나마 업체의 강력한 단속으로 소수의 사람들만 즐기고 있다. 이에 반해, 라그나로크 프리서버의 경우 대형 포털을 통해 공개적으로 계정을 주고 받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상황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업체에서 운영하는 본서버보다 높은 아이템 습득률과 경험치 획득 등 많은 유저들이 프리서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정식 클라이언트 파일을 이용한 불법서버 접속에는 서버프로그램의 개조가 필수적”이라며 “라그나로크의 경우 게임서버에 쓰이는 ‘이지스’ 소스가 유출된 사례가 있었고, 이를 토대로 만든 ‘아테나’ 프로그램이 널리 공유되면서 프리서버가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 유저, 원인제공은 그라비티의 `안일한 서비스`
유저들은 프리서버 범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그라비티의 안일한 서비스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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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서버 이용자들은 “본서버가 프리서버 같고, 프리서버가 본서버 같다”며 “업데이트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는 본서버보다 프리서버가 오히려 운영을 더 잘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라그나로크 유저는 라그나로크 본서버와 프리서버를 모두 경험했다며 "라그나로크 본서버의 업데이트가 늦어지면서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며 "이들이 프리서버로 옮기면서 프리서버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
그는 “본서버와 프리서버의 게임 질이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유료로 결제한 유저들만 피해를 입어왔다”고 그라비티의 늑장 서비스에 일침을 놓았다.
여기에 그라비티의 프리서버 단속까지 늦어지면서 유저들 사이에서 ‘프리서버 운영 자체는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널리 퍼지면서 프리서버 운영이나 이용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버 운영이 중단된 강철서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운영자가 그라비티에 의해 ‘사기죄로 고소됐다”며 “후원금만 모집하지 않았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란 정보가 널린 퍼진 상태다. 이로 인해 길드 전체가 또 다른 프리서버로 대거 이동하면서 업체와 유저 사이의 ‘숨바꼭질’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후원금과 이번 고소조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회사의 소유인 클라이언트 및 서버프로그램을 사적으로 취득, 개조했다는 것이 이번 고소사유”라고 못 박았다. 또, 프리서버 대응은 법률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증거확보 및 고소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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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0명의 이상의 동접자를 기록한 강철서버 접속화면(좌),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이 제공될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우) |
과거 ‘울티마 온라인’이 국내에 정식으로 서비스됐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프리서버를 막지 못해 정작 본서버는 유저들의 외면 속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라그나로크 또한, 업체 측의 늑장 대처로 독버섯처럼 자란 불법 프리서버의 `희생양`이 될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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