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그룹이 개발하는 게임은 종종 그 소재와 발상 그리고 진행방식에서 기존의 상업게임들이 미처 가지지 못한 창의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최근 창의력을 발휘하다 못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게임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동인그룹 4leaf 스튜디오가 만들고 있는 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게임 ‘카타와 쇼죠 (かたわ少女, 장애소녀)’. 노골적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카타와 쇼죠’에 등장하는 히로인이 모두 장애인이다. 이 게임의 히로인들은 의족을 달았거나, 귀가 먹었거나, 말을 못하거나, 앞이 안 보이거나 화상을 입었다던지 하는 모두 어디 한 군데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묘사되고 있다.
미소녀연애시물레이션 게임(이하 미연시)의 특성상 히로인들은 ‘공략’의 대상이다. 그리고 많은 미연시 게임들이 ‘공략’의 끝에 히로인을 성적으로 ‘정복’하는 내용을 포함 시킨다. ‘카타와 쇼조’의 경우는 개발 중이라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일단 밝혀진 것은 미연시 중에서도 ‘순애물’ 게열이라는 것과 히로인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점이다. ‘카타와 쇼죠’는 미국의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일본 쪽의 설정을 가지고 와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취향이니까 존중해달라? 왜 약자에 대한 배려는 없나
사실 이 논란에서 성적인 표현의 수위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약자, 그것도 특정집단을 이런 식으로 대상화하는 것이 옳으냐 하는 문제의식이다.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장애인을 ‘모두’의 범주에 포함시키려 노력은 하지 못할망정, 성적인 내용이 포함될 혹은 그런 상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한 미연시 게임의 소재로 쓰다니. 아무리 창작의 자유를 내세운다 해도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이 게임의 정보가 공개된 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아니 황당해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사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모습들이다. 그러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시각 장애인의 경우 청각이 발달해 있는 것으로 묘사됐을 테고, 이런 매력(?)을 즐겨볼 수 있을 것’이란 소수 취향자들의 솔직한 의견도 보인다. 누군가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을 도와가며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말하기도 한다. 혹자는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더욱 고취해 그들에 대한 차별을 희석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들이 그냥 장애인이었을 뿐이라면 똑같은 반응을 보일 수 있었겠나? 장애인이기만 했다면 여자가 아니었다면, 여자이긴 하지만 예쁘지 않았다면 그래도 이 게임을 하고 싶겠나? 여자이고 예쁜데 그들이 장애를 가졌단 사실이 당신 한 켠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그녀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물음에 솔직해진다면 ‘약자를 도우며 감정교류’ 운운하는 따위의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욕망을 솔직하게 이야기 못하고 ‘약자를 도울 수도 있다’는 대의명분 뒤에 숨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하다.
이런 경우에는 분노하는 것이 맞다. 취향이니까 존중해달라? 이 정도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에 피해를 주는 악취미다.
▲ 카타와 쇼조의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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