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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쇼크 리메이크, 불친절하지만 깊은 맛의 원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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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쇼크 리메이크 (사진출처: 에픽게임 스토어)
▲ 시스템 쇼크 리메이크 (사진출처: 에픽게임 스토어)

시스템 쇼크는 1994년 출시되어 이머시브-심 장르를 개척한 역사적인 게임이다. 이후 출시된 바이오쇼크, 데우스 엑스 시리즈 등에도 큰 영향을 줬다. 이 장르 팬이라면 꼭 해봐야 하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뒤늦게 이 게임의 존재를 알게 된 입장에서 도스 시절 그래픽의 진입장벽은 상당히 높았다. 그래서일까, 많은 게이머들이 나이트 다이브 스튜디오에서 리메이크 소식을 알렸을 때 기뻐했다.

출시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있었다. 중간에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엔진도 바뀌는 등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5월 31일, 시스템 쇼크 리메이크가 출시됐다. 일부 기능은 현세대에 맞게 개선하되 되도록 원작의 충실한 재현을 목표로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이 게임을 통해 미처 경험하지 못 한 원조집의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실제 경험해 본 게임 역시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켰다.

변함없는 스토리와 여전히 매력적인 악역 쇼단

시스템 쇼크 리메이크는 원작과 같은 스토리로 진행된다. 주인공은 해커로 거대 기업 트라이옵티멈 서버를 해킹하다 보안팀에 잡힌다. 회사 사장 디에고는 해커의 능력을 높이 사 회사의 인공지능 쇼단(S.H.O.D.A.N) 해킹을 의뢰하며, 대가로 군용 임플란트를 시술해 준다. 우주 정거장의 모든 사람은 쇼단에게 죽거나 실험 당했고, 주인공은 임무를 수행하며 인공지능을 멈추고 우주 정거장을 탈출해야 한다.

게임의 악역 쇼단은 20년 세월이 지나도 적응되지 않는 기괴함과 공포를 주는 악역이다. 특유의 불쾌한 기계음은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 끼치게 만들고, 밝은 초록색 디자인과 오만하고 공격적인 대사는 AI라는 점에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또한 20년 전 화두였던 윤리 없는 AI에 대한 공포는, 챗GPT와 AI 그림이 현실이 된 2023년 들어 변주된 형태로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쇼단은 2023년에도 여전히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잘 만들어진 악역이다.


▲ 잡혀가 사장과 거래하는 주인공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강렬한 인상의 악역 쇼단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강렬한 인상의 악역 쇼단 (사진: 게임메카 촬영)

탁월한 분위기와 특유의 압박감

리메이크의 배경이 되는 우주 정거장은 원작처럼 총 10층으로 구성돼있으며, 그 중 6개 층은 넓은 규모를 가지고 있다. 게임의 여러 소품, 장치, 미니게임은 미래 분위기를 잘 드러내고, 대부분의 소품과 물체는 고철로 만들어 재화로 사용할 수도 있다. 쇼단에 의해 미로처럼 뒤틀리고 어두운 정거장은 공포 분위기와 압박감을 더한다.

적은 사이보그, 돌연변이, 로봇으로 구분되며, 사이보그와 돌연변이는 정거장 거주자로 쇼단의 실험에 변형되어 기괴한 생김새를 가진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각종 화기와 근접무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탄약은 모자라며, 회복수단도 한정되어있다. 또한 층을 오를수록 더 강력한 적이 나타나기 때문에 더 좋은 무기와 탄약을 찾아 정거장을 탐험해야 한다. 

미로 같은 우주 정거장, 기괴하게 생긴 적, 부족한 탄약과 회복수단은 플레이어에게 상당한 압박감을 준다. 또한 숨겨진 공간에서 적이 매복하기도 하며, 더 좋은 무기가 등장하지만 가방 공간이 한정되어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캐릭터 레벨과 강화 시스템이 없어 적을 죽인다고 더 강해지거나 체력 방어력이 늘어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게임 후반에도 긴장감과 공포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 미래 분위기가 드러나는 배경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가장 약한 적 뮤턴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인벤토리도 탄약도 치료약도 부족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중간에 만나는 강력한 적 볼텍스 코르텍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게임 중 만나는 강력한 적 코르텍스 리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몰입을 돕는 게임 진행 방식과 현대적 발전

시스템 쇼크 리메이크는 원작을 계승해 플레이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퀘스트 마커를 통해 알려주지 않는다. 이런 불친절함은 원작 재현임과 동시에 게임 배경과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게임에서 쇼단은 우주 정거장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인원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시설 구조를 뒤섞어 미션을 주는 사람도 목표의 위치나 세부사항은 알지 못한다. 따라서 각종 편의 기능이 있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일 것이다.

물론 최신 게임들처럼 목표, 암호 등을 직접 알려주면 게이머 입장에선 매우 편하고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매번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오디오 로그를 듣지도 않고 책자를 보지도 않아 플레이가 반복되어 지루해지고 몰입이 떨어진다. 반면 시스템 쇼크는 오디오 로그에서 암호를 직접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유추하게끔 하거나, 암호의 위치 만을 알려주기에 플레이어가 적극적으로 게임에 개입해야 한다.

오디오 로그, 게임의 핵심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오디오 로그, 정보의 핵심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래서 비밀번호가 뭐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래서 비밀번호가 뭐지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진행에서도 오디오 로그와 통신으로 큰 목표는 알려주지만, 세부사항은 플레이어가 파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목표의 위치와 다가가는 방법 등을 고민해 진짜 주인공이 된 것처럼 몰입하며, 미션을 수행했을 때 얻는 성취감 또한 높다. 이 게임이 이머시브-심(몰입-시뮬레이션) 장르의 근본이라 불리는 이유도, 탁월한 분위기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작 재현에 더해, 나아진 편의사항과 개선사항도 있다. 대표적으로 어두운 공간도 빛을 쓸 필요는 없어 공포감을 더하는 정도에서 끝난다. 또한 달리기에 피로도가 더 이상 소모되지 않아 무한으로 달릴 수 있고, 하드웨어 부스터로 인해 속도도 빨라져 이동거리가 긴 게임에서 진행 속도가 느려져 몰입을 해치는 것을 방지했다.


레이저를 그래서 쏘라고? 아 아닌가?
▲ 그래서 레이저를 쏘라고? 아 아닌가? (사진: 게임메카 촬영)

친절하지 않지만 정말 재미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친절하지 않지만 재미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나치게 불편한 몇몇 미션 구간

앞서 설명한 불편한 게임 진행 방식은 난이도 조절이 실패하면 큰 단점이 된다. 오디오 로그를 찾지 못하면 진행이 불가능한 구간이 있으며, 몇몇 미션은 너무 심하게 꼬여있어 공략이 필요했다. 대표적인 구간이 베타 그로브 분리, 정비구역 컴퓨터 노드 개방 미션이다. 

베타 그로브 분리 미션은 수행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고 잦은 층 이동이 문제다. 우선 해야 할 일을 오디오 로그로 파악하고, 베타 그로브를 개방하고, 그로브에서 스위치 셋을 누른 뒤, 카지노로 가는 암호를 얻고, 정비구역으로 되돌아 가서 기계를 수리하고, 다시 카지노에서 마스터 패널을 작동하고, 그로브 분리 버튼을 눌러야 한다. 물론 오디오 로그에서 개방 순서나 고쳐야 하는 기계 위치 등을 알려주는데, 정보를 간접적으로 주며 할 일도 많아 헷갈린다. 


▲ 너무 간접 정보라 헷갈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그로브 미션, 할 일이 많아 뇌가 혹사당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정비구역 컴퓨터 노드 개방 미션은 필요 아이템이 문제다. 홍채 스캐너를 통과해야 하는데, 특정 인물의 잘린 머리(?)를 사용해야 한다. 게임에는 수많은 시체가 있어 찾기 어렵고, 컴퓨터 노드는 필수적으로 개방해야 하며, 시체 머리는 징그럽고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보통 버린다는 점에서 진행 난이도가 불필요하게 높아 진다는 느낌이다.

불편한 게임 진행 방식은 자칫 장르에 익숙한 플레이어에게도 불편하다. 여기에 미로 같은 길 구성, 징그럽고 강한 적, 어둡고 공포스런 게임 분위기가 더해지면, 초심자는 게임을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 있다.

막힌 문을 만나면 숨도 턱턱 막힌다
▲ 막힌 문만 만나도 숨이 턱턱 막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필수 아이템 취급이 너무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필수 아이템이 너무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떨어지는 매력, 나쁜 타격감과 자잘한 버그

시스템 쇼크 리메이크는 2023년 게임이지만, 최신 게임에 어울리지 않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밋밋한 타격감, 그리고 불편을 유발하는 버그와 사이버스페이스 미니게임이 그 예다.

먼저 리메이크 작품임에도 원작처럼 전투 타격감, 특히 피격 모션과 소리가 상당히 부족하다. 일반 총기의 경우 발사음과 모션이 좋아 부족한 타격감을 메우지만, 에너지 무기와 근접 무기 경우 공격 소리가 작으며, 특히 레이저 라이피어는 공격 사운드와 모션이 간혹 증발한다. 또한 적의 피격 모션이나 소리가 작고 죽을 때도 풀썩 쓰러져버려, 어려운 적을 물리친 것 치고는 전투에서 쾌감을 느끼기 어렵다.

▲ 총기 반동과 빛은 엄청난데, 맞는 적은 미동도 없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기묘한 타격감의 레이저 레이피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기묘한 타격감의 레이저 레이피어 (사진: 게임메카 촬영)

또 게임 진행에 불편을 주는 버그가 종종 있는데, 감시카메라나 특정 사물에 잠시 동안 공격이 안 되고, 한글 인터페이스 글자가 너무 작다. 그리고 세이브 파일을 로드하면 사용 중이던 하드웨어 장치가 리셋되어, 게임 화면에서는 작동 중으로 표시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버그도 있다. 

개인적으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진행되는 해킹 미니게임은 나올 때마다 꺼려졌다. 해킹이 3D 비행 시뮬레이션 슈팅게임으로 진행되는데, 사방에서 적이 생성되어 난이도가 높았다. 부메랑 투사체를 던지는 적도 있는데, 공격이 되돌아 오기 때문에 시야에서 안보여 회피하기 어려웠다. 해킹에서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 시간 소모도 많았다.

▲ 하드웨어가 작동했다면 오염도 20을 넘기지 않는다, 세이브 로드 버그 (사진: 게임메카 촬영)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한 해킹 구간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가장 많은 시간을 소모한 해킹 미니게임 (사진: 게임메카 촬영)

시스템 쇼크 리메이크는 고전 원작의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이는 원작에 대한 존중이며, 이머시브-심 장르의 팬이라면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 유입된 2023년 게이머에겐 게임이 너무 어렵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프레이, 디스아너드 시리즈, 데우스 엑스 시리즈, 바이오 쇼크 시리즈를 사랑하는 게이머라면 그 게임의 원류를 체험할 수 있으므로 추천한다. 원래 원조는 불친절하지만, 맛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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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롤플레잉
제작사
나이트다이브스튜디오
게임소개
‘시스템 쇼크 리마스터’는 1994년 출시된 하이브리드 장르의 ‘시스템 쇼크’를 리마스터한 작품이다. 원작과 동일하게 폭주하는 A.I ‘쇼단’을 저지하기 위한 해커의 이야기를 다루며, 차세대 그래픽으로 이전의 작...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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