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라는 세월은 강산도 바꿀 만큼 긴 시간이다. 그런데 그 10년을 두 번이나 겪은 곳이 있다. 그것도 한 우물만 파면서.
파워렉스는 지난 20년간 파워(전원공급장치)에만 주력했다. PC는 물론 서버, 의료,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최적화된 파워를 개발하고 국내에서 생산까지 한다. 덕분에 대한민국 대표 파워 브랜드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파워렉스를 이끌고 있는 곽승철 대표이사와 김정훈 전략기획이사를 만나 파워렉스의 장수 비결을 들어봤다.
▲ 파워렉스 김정훈 전략기획이사.
파워의 제왕이 되자
회사를 만든 곽승철 대표는 처음부터 고품질의 국산 파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회사를 세운 건 아니다. 당시 업계를 선도하던 곳에 엔지니어로 들어가 제품을 개발하고 구매와 영업, A/S 등의 분야에도 관여하면서 다방면에 실력을 키웠다. 어느 정도 노하우를 쌓은 후 직접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설립한 것이 파워렉스다.
파워렉스라는 이름은 POWER와 REX의 합성어다. REX는 라틴어로 임금, 군주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파워 분야의 제왕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현재 파워 시장의 성적표를 보면 파워렉스는 충분히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의 판매량 데이터 기준으로 2012년 이후 지금까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건 아니다. 곽 대표는 “개발자 시각으로 시장을 대하다 보니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회상한다. 처음에는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 대신 파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자는 전략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차별화할 수 없었다. 기술력은 있지만 시장 대응에 미흡했던 것.
지금은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좋은 제품으로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물론 그러기까지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며 인내한 것이 사실. 곽 대표는 “이름값 하려면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그의 눈엔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고.
▲ 파워렉스의 대표 라인업은 총 4가지. 렉스III, 레전드, 블랙Q, 바쿠나 시리즈다.
파워렉스의 대표적인 라인업은 총 4가지다. 렉스III는 신뢰성을 내세운 보급형 모델로 현재 100만 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레전드는 80플러스 브론즈 이상의 등급을 받은 고효율 제품이다. 블랙Q는 렉스III 기반에 액티브PFC와 골프팬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80플러스EU 등급을 받았다. 바쿠나 시리즈는 가성비를 높인 라인업이다.
독자 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스페어팬의 경우 냉각팬을 하나 더 달아 전원을 끄고 난 후 내부에 남아 있는 열을 빼낸다. 메인 냉각팬이 고장 나면 대신 발열을 해결한다는 장점도 있다. 대기 전력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메인보드로 흐르는 미세한 전기를 차단하는 기술로 지난해 특허까지 받았다. 요즘에는 고효율과 저소음에 대한 기술을 연구하는 중.
▲ 스페어팬의 경우 냉각팬을 하나 더 달아 냉각 효율을 더욱 높였다.
국내 생산이라는 강점
파워렉스의 강점에 대해 김정훈 전략기획이사는 국내 생산을 꼽는다. 국내에서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기 때문에 시장 대응이 빠르다는 것. 갑자기 특정 모델에 대한 발주가 들어와도 2~3시간이면 웬만한 물량은 맞출 수 있다고.
덕분에 생산 단가도 낮아졌다. 미리 시장을 예측하고 물량을 수입할 필요가 없으니 물류 보관 비용을 덜 수 있다. 또한 여러 라인업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부품의 경우 개발 시점부터 규격화하는 방법을 이용해 단가를 줄였다. 역시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에 가능한 일. 이런 노력이 저가형 브랜드라는 오해를 낳기도 하지만 가격 때문에 품질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 파워렉스는 제품 개발은 물론 생산까지 모두 국내에서 진행한다.
그는 협력사와의 관계도 강점으로 꼽았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일하면서 단단한 관계를 구축했기에 서로 간의 신뢰는 물론 커뮤니케이션도 한결 수월하다고.
기술력이나 안정성은 기본이다. 20년간 한 우물을 파면서 적지 않은 노하우를 쌓은 만큼 좋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곽 대표는 이 부분을 굳이 장점으로 꼽지는 않는다. 오히려 “당연한 걸 꼽을 필요가 있냐”고 반문한다.
양심껏 만든다
파워렉스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곽 대표는 앞으로도 지난 20년처럼 곁길로 새지 않고 한길만 가리라고 단언한다. 한때 PC케이스를 만든 적도 있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람을 피워’본 것. 하지만 오히려 힘이 분산돼 적지 않은 손실을 경험했다. 당분간은 수출에 대한 욕심도 없다. 우선 국내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그 외에는 추후에 검토하겠다는 심산이다.
▲ 생산 과정에서 검수만 4번 거친다. 물론 테스트 단계도 빼놓을 수 없다.
앞으로도 가성비는 기본으로 가져가면서 기술력을 더욱 견고히 다질 예정이다. 80플러스 플래티넘 인증과 고효율, 저소음에 대한 기술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시장 트렌드에 맞춰 고출력이나 디자인 요소를 고려한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물론 국내 개발, 생산에 대한 고집도 꺾지 않을 것. 20주년 기념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 모듈러 방식과 1,200W 용량을 지닐 것이라는 김 이사의 귀띔.
곽 대표는 “양심껏 만들겠다”는 말로 끝인사를 대신했다. 파워의 특성상 겉으로 드러나지도 않고 특수 장비가 아니면 정확한 성능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제품만을 선보이겠다는 뜻이다. 자칫 인사치레로 느껴질 수 있는 말이지만 인터뷰 내내 풍겼던 우직함 덕인지 결코 쉽게 내뱉은 느낌은 아니었다.
* 다나와 DPG 게시판을 통해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은 별도의 게시판에 정리했습니다.
한만혁 기자 mhan@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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