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를 고를 때 화면만 크면 ‘장땡’이라는 말은 한참 과거다. 해상도는 물론 응답속도와 주사율, 색 재현율부터 밝기와 명암비까지. 성능과 기능을 꼼꼼히 따져보고 가격 대 성능 비를 꼼꼼하게 헤아려보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모니터에 관한 소비자의 인식이 강화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예컨대 오버워치의 흥행은 주사율과 응답속도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또 예전보다 고품질 영상소스를 구하기 쉬워진 것은 고화질 디스플레이의 구매 이유가 된다. 가장 큰 이유는 모니터 가격이 값싸지며 합리적인 값에 고성능 모니터를 구매할 수 있게 된 일이리라.
그렇다면 우리는 모니터를 고를 때 무엇을 특히 따져봐야 할까?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패널’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만 갖고 있다면 자신이게 알맞은 모니터를 구매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모니터 패널의 특성과 장단점을 살펴봤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 들어가기 전에... LCD 모니터는 무엇?
최근 모니터 시장의 주류는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니터다.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패널 속에 액체 형태로 섞인 액정 입자들에 전압을 가해 색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빛의 3원색, R(빨간색), G(녹색), B(파란색)의 3가지 빛을 섞어서 색을 만든다.
LCD 모니터가 처음 등장했을 땐 비싼 가격도 가격이지만 반응 속도가 느려 평가가 좋지 않았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기술적 발전을 이루며 현재는 CRT(Cathode-Ray Tube)를 밀어내고 모니터 시장을 장학한 모습이다. TN과 IPS, VA 등이 대표적인 LCD 패널 종류로, 전압을 가했을 때 액정을 배열하는 방식에 따라 색감, 응답속도, 명암 등에서 차이가 난다.
덧붙여 알아둘 점은 LCD 모니터를 LED 모니터라고도 표현한다는 점이다. 과거 형광등과 비슷한 형태의 CCFL(Cold Cathode Fluorescent Lamp)을 백라이트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은 CCFL 대신 LED(Light Emitting Diode)를 백라이트로 사용하기 때문에 나온 표현이다. 곧 LED 모니터라는 말 또한 LCD 모니터를 말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CCFL 백라이트 방식 LCD 모니터는 높은 색 재현율과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었으나, LED 백라이트의 긴 수명과 얇은 두께, 낮은 전력 소모, 더 밝은 장점 등에 밀려 자취를 감추게 됐다.
▶ TN 패널과 광시야각 IPS, PLS ,VA 패널 살펴보기
모니터 패널 종류에 대해 얘기할 때 쉽게 듣는 말이 있다. 이를테면 IPS 패널은 광시야각이라 좋고 TN 패널은 값은 싸지만 영 보기 안 좋다는 등이다. 이러한 설명은 각 패널의 특성을 간단하게 표현한 것으로, 사실 각 패널들을 무조건 좋다와 나쁘다로 나누기는 어렵다. 용도에 따라 더 어울리는 패널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덧붙여 아래 내용에서 IPS나 VA 등 광시야각 패널은 종류가 매우 다양하게 나뉘는데, 패널이 개량될 때마다 개발 회사에서 입맛대로 붙인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최근에 쓰이는 패널만 기억하면 된다는 얘기. TN 패널은 따로 개선된 모델명을 붙이지 않고 있다.
■ 게이밍에 적합한 빠른 응답속도, TN 패널
후지쯔에서 처음 개발한 TN(Twisted Nematic) 패널은 오랜 역사를 지닌 LCD 디스플레이의 대표적인 패널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구조도 단순하고 오랫동안 개발된 패널이기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 널리 보급되어 있다. 이후 설명할 광시야각 패널들 모두 TN 패널을 기초로 발전하며 등장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오래된 패널인 만큼 단점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화면을 표현하는 모니터에 있어 가장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시야각이 그것이다. 빛의 파장이 좁고, 가시각에 따라 액정 소자의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 보니 정면이 아닌 측면이나 아래에서 화면을 보면 색상 왜곡, 반전 등이 발생한다. 다른 패널 대비 색 표현력도 부족한 편이다.
이러한 시야각은 이용자의 가시각을 정면으로 한정 짓기 때문에 단점 중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화면이 클수록 안쪽과 바깥쪽, 위/아래 색이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색을 예민하게 다루는 소비자라면 적절한 제품이 아니다.
TN패널은 시야각이 좁아 색표현에 문제가 발생한다
기술 개선으로 최신형 TN 패널은 160~170도 정도까지 시야각을 지원하며, 요즘은 어느 정도 정면을 맞춰보면 색이 크게 변하진 않는 등 일반적으로 PC를 쓰는 용도로는 부족하지 않은 수준기는 하나, 아래쪽 가시각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TN 패널을 바로 색안경을 끼고 보기에는 이르다. TN에게도 장점이자 강점이 있다. 다른 패널을 크게 따돌리는 반응 속도가 그것이다. 광시야각 패널 응답속도가 5ms 수준에서 시작한다면 TN 패널은 1~2ms가 기본인 것. 게이밍 모니터 상당수가 TN을 채용하는 까닭이다. 소비전력도 같은 백라이트 기준으로 가장 적으며 화면도 밝은 편이다.
높은 주사율과 응답속도가 장점인 TN 패널 (뷰소닉 VX2757 로우인풋렉)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오직 승리만이 목표인 게이머의 선택
PC의 주용도가 게임이라면 TN 모니터는 합리적인 선택이다. 어차피 화면 전환이 급격한 게임을 즐긴다면, 초고화질이나 고선명을 크게 따질 필요가 없기에 TN 패널의 색 표현력이 약점이 되지 않는다. ‘승리’와 직결 짓는 모니터의 반응속도는 어느 패널보다 뛰어난 점이 매력. 하지만 게임을 쉴 때 누워서 영화 보기를 즐긴다면 TN 패널 특유의 색상 왜곡은 매우 불편할 수 있다.
■ 어떤 각도에서도 완벽하게 - IPS 패널
광시야각 중 첫 번째로 살펴볼 패널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IPS(In-Plane Switching) 패널이다. 히타치(Hitachi)가 개발하고, LG에서 개선/개발한 이 패널은 TN 패널의 좁은 시야각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뒀다.
자세히 찾아보면 S-IPS(Super IPS), H-IPS(Horizontal IPS), AH-IPS(Advanced High Performance IPS) 등 패널 중에서도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기술 고도화로 잔상과 응답속도, 색 재현율 등을 개선하며 히타치와 LG전자가 붙여온 이름이라고만 알아두면 되겠다. 뒤로 갈수록 좋은 디스플레이다.
IPS 패널의 대표적인 장점은 널찍한 시야각이다. TN 패널이 160~170도 수준이라면 IPS 패널은 거의 180도에 이를 정도의 시야각을 자랑한다. 특히 위-아래 시야각이 안 좋은 TN 패널과 달리, IPS 패널은 액정 소자가 수평으로 움직이면서 빛을 내보내기에 눈으로 볼 수 있는 각도가 넓은 덕이다.
AH-IPS 패널의 광시야각을 강조하는 LG전자 24MP47HQ
현재 IPS 패널은 널찍한 시야각을 내세워 모니터뿐만 아니라 대형 TV용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액정을 눌러도 배열에 큰 변화가 없어 변색이 적은 덕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특히 아이폰/아이패드 등 애플의 스마트 디바이스에도 채용된 바 있다.
AH-IPS 패널의 색재현율을 강조하는 뷰소닉 VX2776 아이케어유
단점은 먼저 가격이다. 다른 패널보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제조 단가가 높다. 또 작동에 필요한 전압이 높아 TN 패널과 비교하면 전력을 더 소비하며 응답속도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대부분의 IPS 패널이 응답속도 5ms대 이상인 이유다.
빛샘 현상에 대한 지적도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액정 소자가 수평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백라이트를 완전히 차단하지 못해 VA 패널 등보다는 명암비가 떨어진다. 거듭된 개선을 통해 가격도 응답속도도 어느 정도 해결한 IPS 패널인 만큼, 사실상 유일한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곡면 기준 VA 패널보다 정확한 색 표현을 강조하는 LG전자 울트라와이드 34UC98
■ IPS와 다른 점은 색감뿐 - PLS 패널
LG에 IPS 패널이 있다면 삼성에게는 PLS(Plane to Line Switching) 패널이 있다. IPS나 PLS나 방식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 VA 계열, PVA 패널을 개발하던 삼성이 IPS 패널에 대응하고자 만든 비슷한 종류의 광시야각 패널이라고만 이해하면 되겠다. 대부분 삼성 모니터 라인업에 채용되며 IPS와 별다를 점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PLS 패널을 탑재한 삼성전자 S27F350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디자이너부터 일반 유저까지 두루 충족
IPS 패널은 어떤 용도로도 무난한 성능을 자랑하는 좋은 패널임이 틀림없다. 전문적인 디자인 작업부터 사진 편집, 영화 감상 및 게임까지. 다용도로 PC를 쓰는 소비자라면 IPS/PLS 패널 구매를 고려해보자. 참고로 PLS 패널은 IPS 패널과 같이 놓고 비교 시 색감 차이(따듯함과 차가움)가 조금 느껴지는데, 이는 소비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 깊은 명암비와 화면 표현력 - VA 패널
요즘 들어 인기를 끌고 있는 VA(Vertical Alignment) 패널은 IPS와 마찬가지로 TN 패널의 단점을 개선하고자 탄생됐다. 역시 기술 고도화로 패널의 응답속도와 명암비가 개선됨에 따라 MVA, PVA/S-PVA, A-MVA/A-MVA+ 등의 종류가 나뉘며, 회사별 명칭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VA 자체는 샤프가 개발했지만 PVA는 삼성이, MVA(Multi-domain Vertical Alignment)는 AUO가 주도해왔다고 알아두면 된다.
A-MVA+ 패널을 탑재한 벤큐 EW2750ZL
VA 패널 또한 넓은 시야각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IPS 패널보다는 시야각이 조금 좁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개선을 통해 178도에 달하는 시야각을 지원하게 됐다.
또 광시야각 패널 중 가장 정확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TN이나 IPS 패널보다 백라이트 차단성이 좋아 깊이 있는 검은색을 표현, 좀 더 세밀한 명도 조절이 가능해 기본 명암비가 높다. IPS 패널과 비교했을 때 원본에 가까운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표기된 제원들만 찾아봐도 IPS 패널은 정적 명암비가 1000대 1 정도지만 VA 계열 패널의 경우 3000~4000:1 정적 명암비가 기본이다.
MVA 패널의 높은 명암비를 내세우는 알파스캔 4077 UHD
이 밖에도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해 IPS 패널보다 제조 단가가 값싸고 소비 전력이 낮은 것도 여러 모니터 제조사가 VA 계열 패널 제품을 출시하는 데 힘을 실었다. 빛샘 현상도 IPS보다는 덜하다는 것이 중론. 주로 삼성에서 대형 TV나 커브드 모니터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IPS 패널과 VA 패널의 빛샘/명암비 차이를 광고하는 벤큐 EW2750ZL
단점은 응답 속도다. 광시야각 패널 중 아무래도 응답속도가 가장 느린 편이고 잔상도 지적된다. 최신 제품은 ‘오버드라이브’ 기술을 주축으로 응답 속도를 IPS에 근접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지만, 다른 패널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다.
▶ 오해하지 마세요~ AH-VA 패널.
VA 패널 설명 중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패널이 있다. AH-VA(Advanced Hyper-Viewing Angle) 패널이 그것. 명칭만 봤을 땐 VA 파생 계열 중 하나처럼 보이나 이 패널은 위에서 설명한 PLS 패널처럼 IPS 패널과 기술 원리가 동일하다. IPS 패널이라는 호칭은 LG와 히타치만 쓸 수 있기에 비슷한 기술이라도 삼성과 AUO가 각각 PLS/AH-VA라고 호칭한 것으로 생각된다.
▶ 이런 사람에게 추천 → 영화 감상과 사진 편집을 주로 한다면
VA 패널의 높은 명암비는 영화나 사진 등을 감상하기에 최적이다. 특히 깊은 암부 표현은 화면의 품질 향상으로 몰입도를 높여주며, 빛샘이 적기에 어두운 방 안에서 영상을 감상할 때 특히 유용하겠다. 대신 게임을 즐기는 용도로는 다른 패널에 비해 부족한 응답속도가 지적되므로 패널 제원 확인이 필요하다.
■ 성능 평준화된 패널, 좋은 제품 찾기가 중요해
정리해보자. 만약 PC를 통해 글자나 색을 주로 다룬다면 IPS, PLS, VA 등 광시야각 패널이 유용할 것이다. 일단 보는 각도에 따라서 색이 달라지지 않고 색을 더 정교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점수를 얻는다. TN 패널의 색 표현력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IPS나 PLS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상하 시야각도 문제다.
하지만 광시야각 디스플레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광시야각 패널의 잔상 문제는 여전히 지적되기에 화면 전환이 급격한 FPS 게임을 할 때나 움직임이 빠른 스포츠 경기에서는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색에 민감하지 않다면 TN 패널 모니터를 구매하는 것이 값도 싸고 반응 속도도 좋아 추천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설명은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선택의 여지가 더 넓을 것을 참고해둬야 한다. 모니터 패널은 꾸준히 개선됐다. 과거 TN 패널은 옆에서 보면 화면이 잘 안보일 정도였지만 현재 그 정도는 아니니까 말이다. 요즘 나온 TN 패널은 시야각이 좋아졌고 IPS 패널은 빛샘이 줄었으며 VA 패널의 응답속도도 해결됐다.
시야각은 무조건 IPS가 최고, 명암비는 무조건 VA가 최고 등의 구호는 이제 이론상의 얘기에 좀 더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모니터를 구매하려는 업체의 신뢰도 문제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모니터 제조사가 삼성이나 LG, AUO 등 유명 패널 제조사 제품을 사용한다고 광고하지만, 패널 제조사 또한 A~B 급의 다양한 패널을 생산하기에 무작정 믿기는 어렵다. B급 패널을 사용한 모니터를 마치 A급 패널인척 광고할 수도 있다는 것. 제품 구매 전 실제 소비자 사용기나 리뷰를 참고하고 직접 체험이 필요한 이유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조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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