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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PC판 바이오 하자드 4(바이오 하자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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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하자드’시리즈는 ‘서바이벌 호러 어드벤처’라는 장르로 게임계에 일대혁명을 가져온 캡콤의 장수 시리즈이다. 그 중에서도 닌텐도 게임 큐브용으로 발매된 ‘바이오 하자드 4’는 큰 변화가 없던 시리즈에 혁신적인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팬들은 물론, 바이오 하자드를 모르던 게임 팬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명작이다.

그래픽, 사운드, 게임플레이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게임 큐브의 성능을 100% 이끌어낸 이 타이틀은 후일 플레이 스테이션 2용으로도 이식되어 역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런 바이오 하자드 4가 이번에는 PC용으로 이식되어 등장했다. 이식을 맡은 것은 지금까지 ‘귀무자’, ‘데빌 메이 크라이 3 SE’ 등의 캡콤 게임들을 계속해서 PC로 이식해온 ‘소스 넥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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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숄더 뷰 시점의 조준 시스템 도입이 충격적이었다

▲ 뛰어난 그래픽과 사운드가 인상적이었던 명작

‘바이오 하자드 4’의 주인공은 2편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레온 S. 케네디’다. 이번 4편에서는 수수께끼의 집단에 납치된 대통령의 딸 ‘애슐리’를 구하기 위한 레온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이번에도 역시 이벤트 장면을 통해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펼쳐지며 그 연출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특이하게도 4에서는 전작들의 스토리상 중요한 요소였던 엄브렐러사나 T바이러스, 좀비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시리즈를 전부 즐겨봤던 사람이라도 전에 없던 신선한 느낌을 받게 됨과 동시에 더욱 스토리의 수수께끼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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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은 2에서 활약했던 레온 S.케네디

▲ 레온의 새 목표는 대통령의 딸 애슐리

■ PC판 바이오 하자드 4의 특징

게임 큐브판 ‘바이오 하자드 4’는 발매 당시 최고의 그래픽을 자랑했던 게임 중 하나다. 풀 3D로 그려진 배경은 매우 리얼하여 게임의 음산한 분위기를 충분히 이끌어냈다. 또 다양한 주인공 캐릭터들 및 적 캐릭터들 역시 굉장히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특히 숲, 호반, 고성 등 다양한 환경의 치밀한 표현과 낮과 밤의 변화, 비, 안개 등의 기상 효과가 눈에띄게 뛰어났다.

훌륭한 광원효과 역시 게임의 그래픽을 한층 리얼하게 만들어주었다. HDTV를 위한 프로그레시브 스캔까지 완벽 지원해 그래픽 퀄리티로는 흠을 잡을 데가 없었던, 게임 큐브의 한계에 도전한 타이틀이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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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한 환경묘사가 일품이었던 게임 큐브판

▲ 그래픽에 깊이를 더해주는 게임 큐브판의 안개 효과

아쉽게도 PC판 바이오 하자드는 그래픽 면에서 게임 큐브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화면이 밝아 무채색의 칙칙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훌륭한 안개 효과도 보이질 않는다. 셰이딩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적당한 폴리곤 수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모델들이 한층 형편없게 느껴지고, 게임 큐브판에서 사용되었던 생동감 넘치는 광원 효과들도 모두 삭제되었다.

폴리곤 모델이나 텍스처는 게임 큐브판에 비교해 떨어지는 퀄리티가 아니지만(오히려 높아진 해상도 덕에 좋아 보인다), 큐브판에 적용된 대부분의 3D효과들이 삭제됨에 따라 과연 같은 게임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질 낮은 화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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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에 거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 밤인데도 화면이 지나치게 밝게 보인다

인터페이스 역시 콘솔용의 입력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놓았을 뿐이라 이동에 사용하는 방향 버튼과 조준에 사용하는 방향 버튼을 각각 따로 설정해야 한다. FPS처럼 키보드로 이동하고 마우스로 조준하는 조작계를 기대했다면, 아쉽지만 포기하는 것이 좋다.

특히 PC판 바이오 하자드 4는 조이패드의 아날로그 입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큐브판이나 플레이 스테이션판만큼 미세한 조준을 하기가 매우 어렵다. PC판 ‘데빌 메이 크라이 3 SE’에서도 그랬지만, 소스 넥스트의 이식 능력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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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버튼은 숫자 3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 키보드를 사용해 조준하기도 매우 불편하다

■ 게임성만큼은 최고의 작품

비록 이식도는 낮지만, 게임 큐브판으로 처음 선보였을 당시 다양한 게임 관련 매체에서 대부분 만점대의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게임답게 게임성만큼은 흠잡을 데가 없다. 4에서는 조준 버튼을 누르면 자신이 직접 조준점을 움직여 적을 겨냥하는 획기적인 시스템적 변화를 보였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곳은 어디든 쏠 수 있다는 점은 시리즈 최초로 시도되는 요소였다.

이로 인해 현란한 움직임으로 공략 난이도를 높이는 적들이 등장하거나 팔을 쏴서 무기를 떨어뜨리고 다리를 쏴서 움직임을 늦추는 등의 새로운 전법을 가능해지기도 했다. 예전 시리즈들에 비해 총알도 넉넉하게 주어지는 편이라 원한다면 닥치는 대로 적들과 싸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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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 공략법이 다른 보스전이 다수 준비되어 있다

▲ PS2판 전용 미니게임 '어나더 오더'까지 수록

로켓 런쳐, 머신건 등 다양한 무기들이 등장하는 것은 시리즈의 전통적인 요소. 게다가 흥미진진한 보스전으로 더욱 전략성이 높아졌다. 대부분의 보스들은 일정한 약점을 가지고 있어, 과거의 그저 피해 다니다가 틈을 노려 쏘는 단순한 전법만으로는 쓰러뜨릴 수가 없게 되었다.

전투에서 맵을 보다 넓게 쓰는 것도 가능해 유리한 지형으로 적을 끌어들여서 싸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듯 전작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다양한 것들이 가능해지면서 바이오 하자드 4는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은 높은 완성도를 실현하게 되었다.

■ 명작이라 불리는 콘솔용 원작, 낮은 이식도의 PC판

퍼즐과 액션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높은 게임성, 잘 디자인된 인터페이스 등, ‘바이오 하자드 4’는 캡콤의 높은 개발력을 보여준 게임 큐브 유저들의 필수 소장 타이틀이었다. 특히 큐브용 게임 패드를 사용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조작감은 정말 훌륭했다. 이전 시리즈들에서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을 대부분 깨끗이 해결했던 혁신적인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 팬들은 물론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었던 이 높은 완성도의 명작은 PC판으로 이식되면서 변질되어 버리고 말았다. PC 특유의 인터페이스를 고려하지 않은 조작계, 원작의 뛰어난 그래픽의 강점을 50%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낮은 그래픽 퀄리티 등 실망스러운 이식도는 게임의 인상까지도 나쁘게 바꿔버릴 수 있을 정도다. 앞으로도 소스 넥스트에서 캡콤의 인기 콘솔용 게임들을 PC용으로 이식하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PC의 시스템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해서 더욱 연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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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큐브판 원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실소를 터뜨릴지도 모를 그래픽

▲ 이벤트 동영상도 콘솔용에 비해 퀄리티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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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원효과의 부재가 게임의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하고 있다

▲ 원작의 게임성은 살아있지만, 낮은 이식도가 역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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