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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게임 셧다운제, 하면 안 되는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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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 현장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 중인 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 (사진출처: 국회 영상회의록 갈무리)

올해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 국정감사에서는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발언이 있었다.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종필 의원이 여가부 장관을 상대로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고, 장관은 ‘검토해보겠다’라고 답변했다.

정부 차원에서 셧다운제 개선을 추진하는 와중, 국정감사에서 장관이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적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하자 업계에서도 혼란이 온 셈이다. 국정감사 이후에 여가부에서 ‘현재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적용 범위는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라고 해명했으나 업계 입장에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는 도입한다고 해도 취지를 살리기 어려우며, 글로벌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물론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목적이 모바일게임 셧다운제 도입 하나로 이루기도 어렵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산업 경쟁력만 깎아먹는 결과를 나을 수 있다.

1. 게임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닌 보는 시대

▲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처럼 게임이 아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료출처: 앱애니 공식 블로그)

가장 큰 부분은 게임업계가 유튜브를 위협적인 경쟁자로 생각할 정도로 영상을 보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도 구매하기 전에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등을 통해 영상으로 미리 보고 사는 경우가 많으며, 게임을 하지 않고 영상을 통해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즐기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경향은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앱애니가 올해 8월에 연 ‘앱애니 세미나’에서 발표한 것에 따르면 소위 Z세대로 불리는 청소년은 전세계적으로 25세 이상보다 게임이 아닌 모바일 앱에 쓰는 시간과 이용하는 빈도수가 더 많다. 특히 국내 청소년은 성인보다 게임이 아닌 앱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앱은 게임 개인방송으로 유명한 트위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소년에게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모바일게임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밤에 스마트폰을 쓰지 않고 잔다는 보장은 없다. 여가부가 셧다운제를 도입하며 설명한 취지 중 하나는 청소년 수면권 보장이다. 하지만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게임보다 영상을 더 많이 이용한다면,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해도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2. 정부 차원에서 셧다운제 개선 논의 중 범위를 더 늘린다?

제 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 현장 (사진출처: 기획재정부 공식 홈페이지)

앞서 언급했다시피 현재 정부 차원에서 셧다운제를 비롯한 규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열린 제 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홍남기 부총리는 “게임업계 자율규제 강화와 병행하여 셧다운제 단계적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고, 기획재정부 방기선 차관보는 “셧다운제 단계적 개선에 대해 여가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부처 간 합의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뤄진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에서 셧다운제에 느끼는 문제점은 규제가 2개라는 것이다. 여가부가 하는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체부가 맡는 '선택적 셧다운제'가 있고, 업계는 제도를 하나로 합쳐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제도는 운영하는 방식이 달라서 이를 도입하려면 관련 시스템도 2개를 마련해야 하고, 이를 관리해야 한다. 규모가 큰 기업은 괜찮지만 중소 게임사 입장에서는 부담된다.

이처럼 셧다운제 2개를 하나로 통합해달라는 의견이 있고, 정부 차원에서도 셧다운제 개선에 대해 논의하는 와중 적용 범위를 모바일게임을 더하라는 것은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정책 방향에 역행하는 일이다. 각 부처에서 셧다운제을 두고 각기 다른 의견이 나오면 업계에서는 셧다운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가늠할 수 없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3. 구글∙애플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구글, 애플 비중은 90%에 가깝다 (자료제공: 아이지에이웍스)

또 하나 살펴볼 점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글과 애플이다. 이 둘은 글로벌 업체고, 모바일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총정리’에 따르면 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 시장 점유율은 각각 78.6%, 9.6%다.

글로벌 사업자가 운영하는 오픈마켓 점유율이 90%에 가까운 상황에서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를 도입하고, 그 과정에서 구글과 애플의 협조를 요청한다면 이들이 이를 수용하느냐가 미지수다. 이 둘은 자체적으로 심의해서 게임을 내는 ‘자율심의’가 생기기 전까지 국내에 ‘게임 카테고리’를 열지 않았던 적도 있다. 이러한 전례가 있는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게임 셧다운제에는 협조해주리라고 보장할 수 없다.

아울러, 국내 통신사 3사는 모두 부모가 자녀 스마트폰 이용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특정 시간에 자녀가 게임을 이용할 수 없게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 모바일게임 셧다운제가 없더라도 부모가 자녀 게임 이용 습관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바일게임 셧다운제를 더하는 것보다 이미 있는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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