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인 이철수 군은 어떤 물건을 살 때 성능과 가격, 기능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고르는 성격이다. 복학하면서 큰맘 먹고 100만 원이 넘는 노트북을 고를 때도 일주일이나 걸려 심사숙고 끝에 노트북을 구매했다.
노트북을 고를 때 디자인과 무게, 프로세서까지도 꼼꼼하게 체크하며 골랐던 이철수 군. 하지만, 막상 구매한 노트북은 그의 생각과는 약간 달랐다. 어댑터 없이는 밖에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 뭐가 문제였을까?
위 예시처럼 가성비와 휴대성 모두 흠잡을 데 없는 '잘 나가는' 노트북을 골랐지만, 막상 자신이 노트북을 쓰는 용도에는 맞지 않아서 나중에 실사할 때 불편을 겪는 경우가 있다. '내가 구매한 노트북은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호평하는 정말 좋은 제품인데, 왜 나하고는 안 맞는 것 같지?' 이런 상황. 의외로 흔하다. 노트북을 고를 때는 무조건 가성비와 고사양만 따지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일단, '용도'에 맞는 프로세서(CPU)부터 골라야
노트북을 고를 때 무조건 내 예산 안에서 제일 성능 좋은 프로세서를 탑재한 것만 고르는 것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물론,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하면 때때로 성능'뽕'은 느낄 수 있겠지만, 고성능 프로세서가 모든 상황에서 최고의 선택은 아니다.
노트북에 탑재되는 모바일용 프로세서는 동급 데스크톱용 프로세서보다 저전력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다시 저전력 버전과 고성능 버전으로 나뉜다. 저전력 버전은 휴대성을 강조한 초경량 노트북에 주로 탑재되고 고성능 버전은 성능을 중시한 게이밍 노트북과 모바일 워크스테이션에 주로 탑재된다. 저전력 버전은 전력 소모가 적은 만큼 적은 배터리 용량에서도 오랫동안 쓸 수 있고, 고성능 버전은 전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배터리를 대용량으로 장착한 노트북에서도 오랫동안 못 쓰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 배터리 용량이 경쟁 제품보다 (상대적으로)크다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트북을 외부에서 오랜 시간 쓰는 사용자라면, 프로세서를 처음부터 저전력 프로세서로 고르는 것이 당연히 유리하다. 노트북으로 게임을 굳이 안 한다면 고성능 프로세서에 대한 욕심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최근에는 제품에 따라 초경량 노트북에 고성능 버전 CPU가 탑재된 경우도 있다. 요즘은 USB-PD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어댑터, 스마트 모니터, 보조배터리 등을 이용해서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기 때문에 작고 가벼운 초경량 노트북에 고성능 프로세서를 넣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라인업으로 볼 수 있다.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 구분법
전통적으로 인텔과 AMD의 모바일 CPU에서 보통 저전력 CPU는 U 시리즈, 고성능 CPU는 H 시리즈로 불린다. 다만, 인텔의 최신 CPU인 11세대 타이거레이크는 저전력 CPU 모델명에서 U를 빼버리고 별도의 모델명 구조를 만들었다. 인텔 11세대 프로세서 제품명 뒤에 G1~7 이 붙는 프로세서들은 저전력 프로세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세서만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로는 더 많은 제품들이 있습니다.
그 다음에 배터리 용량 확인하기
▲ 아오 잠깐밖에 안 썼는데 왜 맨날 배터리가 광탈하는 거야??
노트북의 배터리 용량은 외부 전원을 공급받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이다. 똑같은 성능이라면 배터리 용량이 더 큰 쪽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건 당연한 이치.
물론, 디스플레이 크기나 밝기, Wi-Fi와 블루투스 연결 여부 등 외부 요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주지만, 일단 기본적으로는 CPU의 전력 소모 대비 배터리 용량의 크기가 곧 그 노트북의 연속사용시간을 결정한다.
최근 노트북 배터리 용량의 표기 기준으로 쓰이는 Wh는 대략적인 개념이라서 절대적인 사용 시간을 보장하진 않지만, ‘배터리 용량(Wh)/소비전력(W)=최대 사용 시간(h)’으로 계산하면 대강의 사용 시간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프로세서 전력 소비량만 계산하면 안 되고 디스플레이나 기타 부품들까지 감안해야 한다.
외부에서 어댑터 없이 노트북을 사용할 일이 많다면 최대한 배터리 용량이 큰 제품을 추천한다. 배터리 용량은 무한히 크면 좋겠지만, 국제법상 비행기 수하물 기준 배터리 용량이 100Wh 이하이기 때문에 최대 용량은 99Wh가 한계이다. 또 아쉽게도 배터리는 용량이 커질수록 크기도 커지고 무게도 무거워지니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해야 한다.
보통 초경량 노트북에는 30~50Wh 정도, 게이밍 노트북에는 60~90Wh 정도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초경량 노트북이라도 크기가 큰 LG 그램 17 같은 경우는 81Wh의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되고 게이밍 콘셉트의 노트북이라도 크기가 작은 에이서 스위프트 X SFX14 같은 경우는 59Wh의 비교적 저용량 배터리가 탑재되기 되기도 한다.
1. 배터리 용량(Wh)/소비전력(W) = 대강의 사용 시간(h)로 유추할 수 있다
2. 이때 소비전력은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 사용자의 노트북 사용 용도 등을 감안할 것
3. 당연히 배터리는 크면 클수록 오래간다
4. 그러나 배터리가 크면 클수록 노트북은 무거워진다
한편, 어댑터를 연결하면 배터리 용량과 상관 없이 노트북을 쌩쌩 돌릴 수 있다. 그런데 배터리를 통해 공급받는 전력량과 어댑터를 통해 공급받는 전력량이 다르기 때문에, 배터리로 구동할 때는 뭔가 비실비실하고, 어댑터로 구동할 때는 100% 성능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저전력 CPU가 탑재된 초경량 노트북은 배터리 구동과 어댑터 구동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지만, 고성능 CPU가 탑재된 게이밍 노트북은 배터리 구동과 어댑터 구동의 성능 차이가 크다. 이는 게이밍 노트북의 경우, 배터리로 구동할 때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장 GPU의 동작을 제한하거나 꺼버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량 게이밍 노트북을 구매할 때 상상하는 환상과는 거리가 먼 가슴 아픈 현실.
충전 편의성도 확인하면 좋다. 특히 USB-PD가 많이 좋다.
▲ PD충전을 이용하면 보조배터리로 충전할 수도 있다. 사진은 델의 홍보 이미지이지만 이 기사는 델과 무관함
배터리 용량을 확인한 다음에는 충전 편의성을 점검하면 좋다. 예를 들면 USB-PD 충전 지원 여부라던지, 어댑터의 크기라던지, 작은 출력의 보조배터리나 어댑터로도 충전이 되는지 따위를 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USB-PD(Power Delivery)는 사실상 경량 노트북의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은 옵션인데, 초 보급형 제품이 아니라면 이제 대부분의 경량 노트북에 탑재되고 있다. USB 케이블을 이용해 충전할 수 있어서 충전 편의성이 크게 올라간다. 어댑터가 없어도 스마트모니터, 데스크톱 본체, 보조배터리 등을 이용하여 충전할 수 있으므로 노트북 사용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고, 무거운 어댑터를 안 들고 다녀도 되니까 가방도 가벼워지는 효과가 있다. 내가 휴대성 좋은 노트북을 찾고 있다면 다른 건 다 포기해도 USB-PD만큼은 꼭 사수하는 것이 좋다.
이도 저도 안 될 경우에 시도하는, 노트북 사용시간 늘리는 팁
▲ 화면이 잘 안보일 정도로 극한의 저전력 모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긴 있다
이미 노트북을 구매했을 경우, 굳이 용도에 맞지 않는다고 도로 팔아버리고 새로 장만할 필요는 없다. 간단한 운영체제 설정을 통해서도 배터리 사용 시간을 상당히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노트북에서 외장그래픽카드를 제외하고 전력 소모가 가장 큰 것들은 역시 프로세서와 디스플레이이다. 그래픽 작업이나 게임 등을 하지 않고 웹서핑이나 문서 작성 등의 작업만 하고 있다면 배터리 사용 모드에서 CPU 성능을 제한하는 ‘절전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이것만으로도 배터리 사용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
디스플레이의 밝기도 절전모드에 들어가면 상당히 낮아진다. 조도가 낮은 실내에서는 이대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없지만, 야외나 밝은 장소에서 사용하려면 화면이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당하게 밝기를 올려주고 사용하는 게 낫다.
또한, 사용하지 않는 백그라운드 구동 프로그램이나 블루투스 기능은 꺼놓자. 백그라운드 구동 프로그램은 현재 사용 중이 아니어도 화면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계속 배터리를 소모한다. 이러한 백그라운드 구동 프로그램을 직접 꺼두면 불필요한 배터리 소모를 줄일 수 있다.
노트북 구매는 우선 내 용도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이 타인의 평가입니다.
노트북을 고를 때 무조건 고성능과 가성비만을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좋은 평가를 내리는 제품이라도 내가 노트북을 주로 쓰는 용도에는 안 맞을 수 있으니까 그렇다. 가장 먼저 내가 노트북을 어떻게 쓸 것인지 용도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다음에 '용도'에 맞는 제품 추천을 받는 것이 순서에 맞다.
노트북은 저렴한 물건이 아니어서 구매할 때 큰 지출이 따른다. 덜컥 구매하기보다는 심사숙고하여 모든 독자 여러분들이 자신에게 맞는 노트북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만약 정 감이 안 온다면? 아래 이미지를 클릭해서 다나와 노트북 카테고리 CM에게 물어보자.
▲ 나에게 딱 맞는 노트북, 노트북 주변기기가 궁금하다면 '다나와 CM추천'을 이용하세요
기획 송기윤 / iamsong@danawa.com
글 강호 /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