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전체

[메카블로그] 칸노요코와 라그2의 엇갈린 명암

/ 1

MECA BLOG: 게임메카 기자와 필자진들이 ‘뉴스’ 이외의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입니다. 영화, 음악, 만화, 게임 등을 소재로 형식 없이 자유로운 이야기가 비정규적으로 펼쳐질 예정입니다.

[#1]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콘서트를 만들어 주겠어요.

재즈에서 클래식까지, 애니메이션에서 영화, 게임음악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의 천재, 칸노 요코.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 ‘공각기동대S.A.C.’, ‘에스카플로네’ 그리고 영화 ‘허니와 클로버’, ‘우아한 세계’ 등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게임 뿐만 아니라 영화와 애니메이션 어디에서나 그녀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 라그나로크 2 O.S.T. 총괄 음악 감독, 작곡가  칸노 요코

지난 20일, 세계적인 음악가 칸노 요코의 단독 콘서트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2’의 O.S.T. 음악감독을 맡은 인연으로 그라비티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공식적으로 ‘라그나로크 2’의 음악을 들려주는 자리였다.

본국인 일본에서도 이와 같은 콘서트 개최가 드문 그녀이기에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한국 공연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공연에 앞서 가졌던 쇼케이스 ‘칸노 요코와 함께 하는 라그나로크 2의 밤’에서 일찌감치 그녀는 멋진 공연을 약속했다. 그녀 특유의 사랑스러운 말투로 전하길, “섹시하고, 감동적이고, 기절초풍하고, 코피가 터질만한, 실망시키지 않는 콘서트”라고 예고했다.

20일 저녁, 칸노 요코의 콘서트가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은 3층까지 입추의 여지가 없는 만석이었다. 7시 40분, 이윽고 불이 꺼지고 ‘마법의 밤’이 시작되었다. 무대 한가운데에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요요한 빛을 발하고, 세 명의 가수가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공각기동대S.A.C.’에서 노래를 부린 러시아 출신 여가수 오리가와 ‘카우보이비밥’의 가수 야마네 마이, ‘에스카플로네’로 유명해진 사카모토 마야였다.

오리엔탈 분위기가 물씬 나는 오리가의 신비로운 음색과 아프리칸 스타일의 허스키 보이스를 뿜어내는 야마네 마이, 천상의 목소리로 불리는 맑은 사카모토 마야의 목소리는, 서로 다른 색깔에도 불구하고 하나로 어우러졌다. 세 명의 보컬과 밴드의 연주는 조용했던 세종문화회관을 순식간에 용광로로 달구어냈다.

▲ 독특한 펑크룩으로 등장한 칸노 요코

▲ 한국인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은 칸노 요코

무엇보다 콘서트의 주인이었던, 칸노 요코의 등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한껏 띄어놓은 머리에 반짝이를 붙여낸 그녀는 생기발랄하게 피아노 앞으로 다가가 연주를 시작했다. 아니, 온몸으로 음악을 표현했다. 들려오는 음악에 맞춰 쉴새 없이 몸을 움직였다. 춤을 추었다. 칸노요코 식 ‘막춤’은 공연 내내 그 자신의 흥분과 함께 터질 것 같은 관객의 감동을 전달하는 데 모자람이 없었다.

공연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무대가 180도 회전하고 베일 뒤에 가려졌던 오케스트라가 등장했을 때, 관객석에서는 탄성이 쏟아졌다. 하모니카, 아코디언, 피리를 자유자재로 연주하던 그녀는 지휘대에 올라가 작은 체구로 거침없는 지휘를 시작했다. ‘라그나로크 2’의 음악이 그녀의 지휘 아래 웅장한 스케일로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공연이 종반에 다다르자, 관객들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그녀는 작은 작업실에서 디지털 음악을 만들어내는 고독한 천재가 아니었다. 밴드와 함께 연주하고, 관객과 호흡하며, 살아있는 음악을 만들 줄 아는 음악인이었다. 그녀의 유창한 한국어와 사랑스러운 영혼에 관객들은 찬사를 보냈다. ‘영원히 기억에 남는 감동적인 공연’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칸노 요코는 완벽하게 지켰다.

[#2] 그라비티 직원들은 모두 칸노 요코 콘서트 갔나요?

2005년, 회사의 주인이 바뀌면서, 그라비티는 회사를 둘러싼 계속되는 소문들과 지루한 진실게임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라그나로크 온라인 2’를 기다렸고, 기대했다.

▲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정통 후속작, 라그나로크 2

그리고, 지난달 28일부터 ‘라그나로크 2’의 본격적인 오픈베타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전세계적인 흥행작이자, 그라비티를 나스닥에 직상장시킨 ‘라그나로크’의 정통 후속작의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이었다.

이명진이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라그나로크’의 성공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온라인 게임은 많지만, 커뮤니티만으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은 드물다. ‘라그나로크’는 흔히 이야기하는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아닌 여성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특유의 커뮤니티로 사랑 받은 게임이다. 덕분에 콘솔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가장 사랑 받는 게임으로 당당히 ‘왕좌’에 등극했다.

현재, 라그나로크 시리즈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이민수, 박영우 팀장은 모두 약관도 안 되는 젊은 나이에 그라비티에 입사했다. 젊은 개발자들이 보이는 게임에 대한 열정은 그들 자신이 만들고 있는 게임의 미래와 같다. 특히, ‘라그나로크 2’의 개발을 맡은 박영우 PD는 “사자의 자식은 고양이 될 수 없다.”는 말로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라그나로크 2’는 전작의 장점이었던 귀여운 캐릭터와 커뮤니티,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캐주얼한 게임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 라그나로크 2의 장점 중 하나인 다양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그러나, 칸노 요코의 콘서트에 감동한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세종문화회관을 가득 메우는 바로 그 순간, ‘라그나로크 2’ 공식 홈페이지에는 게이머들의 비난글이 폭주하고 있었다. 같은 이름 아래 서로 엇갈린 길을 가고 있는 음악과 게임이었다.

‘라그나로크 2’는 ‘너무 이른 오픈베타테스트’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 많은 버그와 시스템 미 구현으로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여기에 20일, 테스트 서버의 추가와 이어지는 게임 서버 접속 불량으로 게이머들의 인내심은 한계에 봉착했다.

게이머들은 칸노 요코의 콘서트에서 아름다운 음악이 들려오는 바로 그 순간에도 게임에 접속하기 위해 컴퓨터와 씨름해야 했다. 칸노 요코가 직접 만들었다는 환상적인 음악도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콘서트가 끝난 시간 즈음에서야 정상으로 돌아가는 게임으로 인해 게이머들은 ‘그라비티 관계자들은 모두 콘서트장에 있었느냐’ 라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동안, 가슴이 벅차 올랐던 사람들은 누구인가? 가슴을 졸이며, ‘라그나로크 2’ 운영으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은 그들과 동일인인가? 칸노 요코 콘서트의 주최자이자 ‘라그나로크 2’의 개발을 주도한 그라비티 관계자들의 심정은 어떨까? 게이머들이 묻고 있다.

지금도 ‘라그나로크 2’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과 공연후기가 올라오는 게시판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테스트 단계의 게임 홈페이지에 결코 좋은 평가만 올라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씁쓸한 현실이다.

▲ 비난이 쏟아지는 라그나로크2 자유게시판(좌), 찬사가 쏟아지는 콘서트 후기게시판(우)

칸노 요코가 구현한 음악은 ‘라그나로크’가 강조하는 게임성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전투와 공성전에 특화된 국내 온라인 게임과 달리, 사람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에 기반한 ‘라그나로크’는 ‘싸움이 싫다’는 칸노 요코의 마음과 가장 가까이 있다. 그것이 그라비티가 칸노 요코를 선택한 이유이고, 칸노 요코가 ‘라그나로크’를 선택한 이유일 것이다.

아름다운 음악에 걸 맞는 아름다운 게임. 아니, 음악 이상의 게임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분명한 것은 ‘라그나로크 2’의 음악보다 ‘라그나로크 2’를 기대하는 게이머들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지금의 성장통을 지나, 새롭게 도약할 ‘라그나로크 2’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다. 믿음은 아직 꺾이지 않았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그라비티
게임소개
'라그나로크 2'는 MMORPG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정식 후속작이다.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전투 직업과 전문 직업을 함께 육성하여 전투를 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들을 직접 생산하여 사용하거나 다른 유저들과... 자세히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