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게임업계는 성장이 둔화된 모바일게임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분주했던 한 해였다. 그간 모바일게임에서 쌓아온 기반을 바탕으로, 스팀과 콘솔에 적극 진출하며 서양 시장에 발을 들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작년부터 싹을 틔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는 상반기를 점유한 주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전방위적으로 새 시장 확보에 온 힘을 기울였던 국내 게임업계 주요 트렌드를 분야별로 살펴보고, 당면과제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모바일 – 둔화된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른 서브컬처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게임 시장은 완연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먼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7일 진행한 콘텐츠산업 2022년 결산과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모바일 비중이 절반 이상인 국내 게임시장은 올해 4% 성장이 전망된다. 재작년의 9%, 작년의 21.3%에 비교하면 성장세가 줄어들었다.
이어서 중국 게임시장 조사업체 CNG는 올해 3분기 중국 모바일게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5% 감소했다고 밝혔고,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가 지난 11월 17일에 발표한 2022년 글로벌 게임시장에 따르면 전체 시장 규모도 4.3% 감소했고, 전체 50%를 차지한 모바일은 작년보다 6.4% 감소한 922억 달러(한화 약 120조 5,300억 원)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결과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확산에 영향을 받았던 성장세가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기저효과가 발생해 한풀 꺾인 측면도 있다. 다만 모바일게임의 경우 전 세계적인 경기 악화에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 겹쳤다. 따라서 인건비, 마케팅비 등 투입 비용은 증가하지만, 매출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기 더 어려워졌다. 실제로 국내 구글 플레이 모바일게임 매출 최상위권을 장기간 점유해온 리니지W,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을 살펴보면 순위는 거의 동일하지만, 올해 매출은 출시 초기였던 작년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레드오션에 접어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신규 유저를 확보할만한 새로운 방향이 필요하다. 올해 급부상한 분야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같은 느낌을 강조한 서브컬처다. 서브컬처 게임은 국내에서는 비주류로 손꼽혔으나, 올해는 블루 아카이브, 우마무스메,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이 국내 서비스 초기에 매출 최상위권에 오르며 주류로 떠올랐고, 하반기 들어 무기미도, 에버소울, 헤븐 번즈 레드 등 서브컬처 테마를 앞세운 신작 등장이 부쩍 늘었다. 다만 이 분야 역시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등 해외 게임의 적극적인 국내 진출이 이어지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PC온라인 – 스팀 타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 내밀었다
PC온라인의 경우 스팀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강하게 드러났다. 썸에이지 크로우즈를 시작으로, 원더피플의 슈퍼피플, 카카오게임즈의 디스테라, 넷마블의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등이 스팀에 출시됐고, 넥슨이 선보인 데이브 더 다이버는 출시 약 2개월 만에 리뷰 수 5,779개에 압도적으로 긍정적(97%)를 기록 중이다. 올해 출시작은 아니지만, 지난 2월에 스팀을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로스트아크는 사흘 만에 동시접속자 132만 명을 기록했다.
스팀 출시를 예고한 국내 PC온라인 신작도 부쩍 늘었다. 넥슨은 퍼스트 디센던트, 베일드 엑스퍼트, 워헤이븐 등을 준비 중이며, 자체 플랫폼 서비스를 고집해왔던 엔씨소프트도 올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자사 신작 TL을 스팀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것을 검토 중이라 전한 바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가 준비 중인 PC온라인 신작 다수가 스팀 출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뚜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스팀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은 PC온라인 유저 풀이 넓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 이후 꾸준히 일 동시접속자 수가 증가해, 지난 10월에는 3,000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아울러, PC온라인은 콘솔에 비해 국내 게임업계에 익숙한 분야이기에 모바일 일변도를 탈피하는 창구로 가장 적합한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다만,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스팀에서 장기 흥행한 게임이 드물다는 것이 해결과제로 떠오른다. 앞서 이야기한 게임 대다수는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스팀은 유저 수도 많지만, 글로벌 타이틀이기에 전 세계 타이틀이 집중되며 경쟁이 치열하고 지역별 유저 성향도 큰 폭으로 차이 난다. 따라서, 스팀 출시가 소기의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눈높이에 맞는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콘솔 – 이제 막 돋아난 맹아를 지켜봐야 할 시점
올해 국내 게임업계에서 콘솔은 이제 막 출발 단계에 섰다. 이를 단적으로 볼 수 있었던 자리가 지난 11월에 열린 지스타 2022였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와 데이브 더 다이버 콘솔 버전 등이 출품되며 지스타 역시 모바일, PC온라인, 콘솔을 아우르는 종합 게임쇼 면모를 갖췄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특히 P의 거짓은 지난 8월에 열린 게임스컴에도 출전해 국내 게임 최초로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3개 상(최고의 액션 어드벤처 게임, 최고의 RPG, 가장 기대되는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받았다.
이에 따라 국내 콘솔 신작에 대한 해외 콘솔 플랫폼 업체의 관심도도 높아졌다. 지난 9월에 열린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에서 플레이 영상을 최초로 선보였던 시프트업 신작 스텔라 블레이드는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가 퍼블리싱을 맡는다. 아울러 MS Xbox는 지난 9월에 열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에 공식 스폰서로 참여했고, 지난 11월에 방한한 사티아 나델라 CEO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회동하기도 했다.
따라서 콘솔 분야에서는 올해 뿌려둔 씨앗과 막 돋아난 콘솔 새싹들이 내년에 어떠한 결실을 이루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특히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한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퍼스트 디센던트,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이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괄목할 시장 반응을 일으켜야 이후 출격할 신규 주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 게임업계 외부 요인에 크게 흔들린 새 먹거리
블록체인은 작년 하반기 미르4 글로벌 성과를 앞세운 위메이드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며 국내 게임업계 전체적으로 새 먹거리로 떠올랐다. 실제로 위메이드 이후 컴투스 그룹,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이 자체 암호화폐와 플랫폼을 열고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등도 검토 중이라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올해는 블록체인 게임이 극복해야 할 한계점도 명확히 드러난 시기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의 경우 게임 그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게임재화를 현금화할 암호화폐와의 연관성도 뚜렷하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 규모를 떠나 특정 업체 한 곳이 컨트롤할 수 없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시세 등락폭이 매우 가파르고, 이는 암호화폐와 연결된 게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주식시장, 금리인상, 환율 등 경제적인 이슈에, 5월에 터진 테라-루나 사태와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등이 겹치며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었고, 게임사 코인 시세도 급락한 이후 뚜렷한 반등 기회를 잡지 못했다. 통상적이라면 게임과 큰 관련이 없을 이슈가 블록체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셈이며, 앞서 이야기한 부분은 게임사에서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기에 지난 7일에 국내 게임업계 선두업체로 손꼽히는 위메이드의 위믹스가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되며 이제 막 문을 열기 시작한 P2E 게임도 주춤했다. 아울러, 13일에는 컴투스 그룹 가상자산인 엑스플라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빗에서 급격한 시세 등락을 사유로 거래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규제 측면에서는 위믹스 사태와 관계없이 현재도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P2E 게임 허용 여부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논의 끝에 국내에서 P2E 게임이 허용되더라도, 기반이 약하다면 탄력을 받기 어렵다.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규제 완화와 함께 암호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일 방법을 찾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오른다.
메타버스 – 출발만 알린 미지의 영역
블록체인과 비슷한 시점에 게임업계에서도 신 영역으로 떠오른 것은 메타버스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IP로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는 프로젝트 MOD를 출범했고, 컴투스는 자체 경제 생태계를 갖춘 기업형 메타버스 플랫폼인 컴투버스를 열 예정이다. 아울러 크래프톤 역시 제페토로 잘 알려진 네이버제트와 함께 내년 출시를 목표로 부동산, 아이템 판매가 가능한 가상공간인 프로젝트 미글루를 열 계획이며, 엔씨소프트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미니버스에서 올해 하반기 공채 직무설명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급부상한 것이 가상으로 제작한 사람인 디지털 휴먼이다. 넷마블은 리나, 제나 등으로 구성된 4인조 가상 아이돌 그룹을 준비하고 있으며, 스마일게이트는 가상 인플루언서 한유아를 선보여 타사 제품 광고 모델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넵튠, 크래프톤 등이 디지털 휴먼에 선보이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올해 막 출발을 알린 각 게임사의 메타버스 사업이 내년에 과연 어떠한 결과물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글로벌 대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으로 평가되는 로블록스의 경우 올해 3분기에 일평균 활성 사용자(DAU)가 전년 대비 24%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 3억 달러(한화 약 3,915억 원)를 기록했고, 3개월 분기와 9개월 연간 기준으로 모두 전년 동기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로블록스는 플랫폼 내 게임을 여러 제작자가 만들고, 발생한 매출을 각 게임을 만든 제작자와 나누는 방식으로 사업 중이다. 국내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역시 이와 비슷한 사업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어떻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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