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PA!NT)’라는 귀엽고 악랄한 퍼즐게임을 처음 만난 것은 2022년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이었다. 당시 유저 심사위원이었던 본 기자는, 귀여운 잉크 모양 캐릭터 ‘무니’에 낚여 게임을 플레이하게 됐다. 게임은 평범한 퍼즐게임으로 보였다. 그런데 게임 핵심 요소인 색 종류가 3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머리가 아파졌다. 귀여운 캐릭터와 그래픽에 이런 악랄한 고난도 퍼즐을 숨겨두니, 게임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후 올해 인디게임 행사에서 다시 한번 페인트와 만날 수 있었다. PC 데모판이 공개됐는데, 파스텔톤 아름다운 오프닝 영상이 나오는 훌륭한 게임으로 탈바꿈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이 매우 좋아할 듯한 크래파스로 그려낸 듯한 영상과 발전한 주인공의 모습에 타겟층을 확대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 귀엽고 어려운 게임을 개발한 비아이비 게임즈 개발진들을 게임메카가 만나봤다.
대학에서 만난 세 개발자 손에서 탄생한 귀여운 잉크 문어 ‘무니’
페인트를 개발하고 있는 비아이비 게임즈는 황수환, 신형서, 오윤진 총 3인의 개발자로 구성됐다. 이들은 포항 소재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한 이유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졸업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다만 대학에서는 게임에 대한 전공 과목이 없어 세 사람은 스터디 그룹의 형태로 제작을 이어나갔다. 그들의 첫 작품은 VR 공포게임으로, 뇌파를 활용해 플레이어마다 서로 다른 공포 요소를 부여하는 등 콘셉트부터 독특했다.
첫 작품 이후 세 사람은 공포게임에서 벗어나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캐주얼 퍼즐게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생각해낸 주인공은 과일을 먹는 슬라임이었고 이를 활용한 퍼즐을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다 그림이 취미였던 한 개발자가 단순한 형태의 캐릭터 무니를 창조했다. 콘셉트는 낙서에서 태어나 공책 속 세상을 여행하는 꼬마 잉크 문어였고, 귀여움에 더해 ‘색’이라는 개발 방향성도 명확했다.
이후 몇 차례 디자이너가 바뀌면서 무니는 더욱 동그랗고, 덩어리진 모양으로 완성됐다. 게임 분위기도 다소 모눈종이와 펜선이 살아있던 그래픽에서, 동화적이고 어린아이도 좋아할 만한 파스텔톤으로 변화했다. 머리 쓰는 일이 익숙한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 까지도 친숙하게 게임을 시도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개발진은 전했다.
같은 색은 통과하고 다른 색은 부딪히는 간단한 퍼즐 규칙
페인트의 기본 규칙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색과 관련된 법칙이다. 주인공 무니는 다양한 색으로 변신할 수 있는데, 같은 색은 통과하고 다른 색은 부딪힌다. 바닥도 마찬가지로 같은 색이면 통과해 떨어지지만, 다른 색은 밟고 올라설 수 있다. 황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색 때문에 자기 캐릭터를 보지 않고 플랫폼만 보다 떨어지거나 부딪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규칙은 바로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러쉬 아이템은 일종의 열쇠로, 획득하면 다음 층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 색깔 붓 아이템을 빈 양동이에 사용하면, 해당 색으로 변할 수 있는 색깔 양동이가 된다. 다만 공중에서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도록 제한됐다. 황 개발자는 “공중에서도 아이템을 먹을 수 있으면 플레이가 지나치게 자유로워 진다”며, “제한이 있어야 각종 기믹과 퍼즐이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스테이지를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기믹들이 추가된다. 블록을 움직여 더 높은 위치의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맞으면 색이 바뀌는 비누방울이나 레이저 회로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황 개발자는 “다른 플랫포머에서 흔히 보이는 장치들을 페인트에 적용했다”며, “이런 요소들이 고유의 색 퍼즐과 결합하면 새로운 게임성과 재미를 준다”고 전했다.
페인트에는 또한 일반 스테이지뿐만 아니라 맵 에디터도 제공될 예정이다. 모바일 버전에서는 온전하게 맵 제작 도구가 지원되며, PC 데모 버전에서도 메인 화면을 스테이지 형태로 꾸밀 수 있다. 황 개발자는 과거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페인트의 맵 에디터를 시험했을 때 기상천외하고 독특한 맵이 다수 나왔다며, “스테이지를 완료해야 서버에 등록할 수 있는데, 이 중에서는 도무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었고,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어렵지만 재미있는 스테이지 개발
퍼즐게임 개발에 있어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스테이지 구상과 제작이다. 오윤진, 신형서 개발자가 주로 스테이지를 체계화한 뒤 만들고, 황 개발자는 개발과 함께 아이디어 구상, 스테이지 테스트 등을 담당한다. 세 개발자 모두 각자 맡은 일에 고민이 많았다.
신 개발자는 개발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의외로 스테이지 구상 자체보다는 적당한 난이도를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기믹 별로 10개 스테이지를 구상했으며, 3개 스테이지는 기믹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후 4개 스테이지는 응용, 남은 3개 스테이지는 심화편에 해당한다. 이 중 적당한 난이도를 가진 응용 스테이지를 만드는 것이 특히 어려웠고, 난도를 너무 높이는 바람에 일부는 폐기됐다.
오 개발자의 경우는 처음 고안한 답이 개발 도중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퍼즐을 구상할 때 개발자가 의도한 정답이 있고, 이를 찾아내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테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전혀 다른 두 번째, 심하면 세 번째 풀이가 등장하기도 한다. 황 개발자는 “제가 의도하지 않은 방식과 조작 능력으로 게임을 클리어하면, 다른 두 개발자 표정이 상당히 재미있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개발에서 가장 고됐던 것은 맵 에디터를 추가한 점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서버 관리라는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분야가 추가됐던 것이다. “기존에 개발하던 유니티 엔진에 간신히 적응했는데, 서버 관리 분야도 급하게 공부해야 했다”며, “인디게임 행사에서 개발자 분들의 조언이 없었다면 더욱 고생했을 것이다”라고 황 개발자는 말했다.
황 개발자는 “여러 게임쇼에서 시연을 하다 보면 귀여운 그래픽과 캐릭터 덕분인지 어린 아이들이 많이 시도한다”며, “게임을 못 깨면 부모님이 조언을 하시다가, 보다 못해서 직접 하시다가, 다시 아이가 플레이해 클리어하는 경우도 자주 봤다”고 말했다. 보면서 조언을 하고, 답답해서 직접 플레이하게 만드는 요소 또한 페인트가 의도한 게임의 재미 요소인 셈이다.
완성으로 나아가는 페인트
2022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에서 모바일로 처음 공개됐던 페인트는 최근 PC 버전으로 활발하게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과거 선보였던 모바일 데모버전과 달리 PC 버전에서는 무니와 게임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이 상당히 향상됐으며, 초반부 컷신이 들어가는 등 많은 요소들도 더해졌다. 최근 인디게임 이벤트에도 참가해 다양한 유저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게임은 기믹 당 10개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총 100개 스테이지가 존재하는 거대한 게임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맵과 기믹은 대부분 개발이 끝났으나, 아직 인테리어와 디자인 뼈대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개발진은 전했다. 게임은 올해 중으로 개발을 끝내고, 2월까지 마감을 거쳐 스팀 넥스트 페스트가 끝나는 즉시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모바일, PC, Xbox,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도 출시할 계획이다. 오 개발자는 “페인트는 퍼즐게임이지만, 장르를 즐기지 않는 분들도 접근하기 쉽도록 만들어 여러 사람들이 게임을 구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 개발자는 “욕심을 많이 부려 맵 에디터 기능까지도 추가했다”며, “많은 정성이 들어간 만큼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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