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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국산 RPG의 전설(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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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뒤늦게 접하게 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 비디오게임을 주로 플레이 하지만 PC판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즐겼던 게이머로서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1994년 일본어로 범벅이 된 일본산 RPG에 젖어 있을 무렵 PC로 왠 RPG가 나왔는데 왠지 친숙하고 깔끔해서 한번쯤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임이 있었다. 더욱이 국내에서 만든 게임이었으며 한글로 되어 있어 스토리를 즉석에서 이해할 수 있다는 매력을 가진 게임, 그것이 바로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였다. 그리고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 32를 통해 리메이크되어 등장한 것이다.

세월을 넘어 다가온 명작
세월은 지났지만 국내 휴대형 하드웨어인 GP 32를 통해서 리메이크작이 선보이게 되는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GP 32를 구입한 게이머들에게나 과거에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즐겼던 게이머에게나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확실히 게임자체는 새로운 게임을 즐긴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상당히 바뀌어져 있으며 시대에 흐름에 따라 바뀐 부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나 ‘맛’은 그대로 살아있다고 느껴지니 리메이크 작품으로서 또는 새로운 신작으로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가장 센스있는 국내제작사 손노리
게임을 오래 플레이 하면 할 수록 게이머들의 피로를 말끔히 풀어주는... 혼자서 즐기는 게임이지만 가끔씩 ‘피식’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하는 것. 이것들이 손노리의 기막힌 센스에서 비롯되어 나오는 것이다. 화이트데이에서도 보여주었지만 역시 손노리는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센스를 가진 게임제작사라는 생각이 든다. 그 수준의 심각한 상황에서도 상당한 유머를 전달해주며 혀를 내둘게 하는 메탈기어 솔리드의 감독 ‘코지마 히데오’의 수준이라고까지 감히 말할 수 있다.

물론 그 센스가 손노리의 오리지널인 것도 있는 반면에 다른 게임에서 등장하는 유명캐릭터를 이용한 것도 있다. 패스맨이나 손노리군이 등장하는 장면은 한편의 코미디프로를 보는 듯한 착각을 느낄정도로 웃음을 선사해주며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불법복제를 하지말자, “시리얼을 불러봐라“라든지 북두신권의 캐릭터, 아랑전설의 캐릭터를 패러디한 장면 등 기억에 남는다. 손노리의 이런 센스는 국내 많은 게이머들의 손노리 사랑의 원동력이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의 완성도는 상당하다
국내 RPG라는 편견을 씻어버릴만큼 게임의 완성도는 훌륭하다. 전투는 턴제 시뮬레이션방식을 채택해서 전략성을 높였으며 게임의 스토리도 준수하다. 특히 칭찬을 해주고 싶은 부분은 그래픽과 음질이 굉장히 뛰어났다는 점. GP 32의 하드웨어 성능이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줄정도로 하드웨어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 기분 좋다. 이정도 수준이라면 GBA로 등장한 여타의 게임들과 비교해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니 입이 마르게 칭찬을 해줄 수 밖에.

아직 숙제로 남아있는 것들
하지만 역시 많은 문제점도 제기된다. 첫 번째는 게임자체의 허점이라기보다 GP32 하드웨어 설계상의 단점인데 조작감이 너무 나쁘다. 조작을 하다가 마을을 몇 번 왔다갔다하는 경험도 적지 않다. 조작이 상당히 나빠서 가끔씩 짜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두 번째는 게임의 전개가 너무나 평이하다. 이것은 94년 당시였다면 큰 단점이 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은 조금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리메이크 작품이니 만큼 어느 정도 눈감아줄 수 있는 부분이다. 당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인기를 끌었던 것도 일본 RPG의 교과서적인 스토리진행과 형식을 빌려왔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니까... 세 번째는 밸런스가 너무 엉망이다. 혹시나 하고 실험해본 결과 황당한 결론을 얻어냈는데 전투시에 나타나는 MISS표시의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즉 MISS가 뜨는 이유가 그다지 뚜렷한 부분이 없다는 점. 한번은 보스전에서 5번 연속으로 로이드(주인공)의 공격이 MISS가 뜨길래 레벨차에 의해서 그러는 것인줄 알았다. 하지만 혹시나하고 다시한번 도전했을 때는 전투가 끝날 때까지 MISS표시는 단 한번밖에 나지 않았다. MISS의 기준이 없이 중요한 순간에서 자꾸 MISS가 나면 화나는 것은 둘째치고 억울하다는 생각만 드니 확실히 밸런스에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이다.

도전이 아름다웠던 작품
손노리는 분명 GP 32로 이 게임을 발매하면 적자를 볼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약속했던대로 GP32용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발매했으며 할게임이 부족했던 GP 32에 ‘할만한 게임’을 만들어줌으로써 GP32의 가능성을 입증해주었다. 국산하드웨어로 국산 RPG, 혹은 국내에서 제작한 ‘할만한 게임’이 등장한 것을 보면 왠지모를 뿌듯함이 솟아 오른다. 외적인 얘기지만 GP 32의 도전은 훌륭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이 도전을 성공으로 이끌어 줄 파트너를 외국의 유명게임, 서드파티를 잡으려는 노력에 앞서서 국내 게임제작사들이 먼저 실천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적자니 흑자니를 생각하며 GP32용 타이틀 개발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자사의 과거 인기타이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리메이크하여 GP 32로 과감하게 발매해한 손노리가 멋져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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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장르
롤플레잉
제작사
게임소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1994년 PC용으로 출시, 깔끔한 그래픽과 수준 높은 게임성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작품이다. 원작이 출시된 지 7년여 만에 GP32용으로 출시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R`은 그래픽과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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