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발매된 분대기반의 액션게임 ‘컨플릭트 데저트스톰(이하 CDS)’은 천운의 은혜를 타고난 몇 안 되는 행운아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유수의 액션게임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평범하기 이를 데 없었던 CDS는 오로지 ‘걸프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라크전의 발발과 함께 높은 판매고를 기록, 속편이 탄생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게 된 것이다.
▶ 컨플릭트: 데저트스톰 2 |
실제 걸프전이 일어났던 전장을 바탕으로 4명의 캐릭터를 직접 운용하며 분대기반의 액션을 체험한다는 재미는 아주 형편없다고까지 말하긴 어렵겠지만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과 조악한 인터페이스만큼은 게이머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최악의 단점 중의 하나로 남았다.
뭐 게임성이야 어떻든 걸프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적었고 익히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임이 아니었던 만큼 CDS는 나름대로의 팬층을 형성하며 ‘중박급’ 타이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유통사인 아타리의 입을 함박 만하게 만들어 줄 수 있었다.
▶ CDS2의 배경은 실제 작전을 근거로 하고 있다 |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만에 ‘바그다드로의 귀환(Back to Baghdad)’라는 부제와 함께 CDS는 ?돌아왔다. 보다 세련되어진 그래픽과 향상된 전투엔진 및 인공지능을 갖추었다는 제작사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해외언론에서는 전편보다 관대한 평가를 내렸지만 필자가 보기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한 걸프전의 어설픈 재현일 뿐이다.
▶ 대원 중 한명이라도 사망하면 임무 끝! |
전장에 피어난 4인의 전사들
CDS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1991년 걸프전에서 가장 용맹을 떨쳤던 실존 특수부대원 브레들리,
폴리, 커너, 존슨 등 4명의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안-나카프에 있는 조기
경보 레이더를 파괴하고 이라크 북서쪽 사막의 스커드 미사일을 제거했으며 숙적
알지즈 장군을 숙청(?)하는 등 대단한 활약을 벌였던 이들은 끝난 줄로만 알았던
걸프전의 또 다른 전장 속으로 들어서며 람보식 전투의 교범을 펼쳐나가게 된다.
▶ 철조망 제거를 위해 C4를 설치하는 대원 |
▶ 자자~ 조용히들 따라오라구 |
게임은 전편과 크게 다를 것 없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썰트라이플 전문가인 팀리더를 비롯 스나이퍼, 폭파전문 공병, 헤비머신거너까지 고유의 특화된 분야를 가지고 있는 이들을 골고루 조종해 주어진 임무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들은 저격능력이나 치료능력 등 모두 고유의 숙련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나의 미션을 해결할 때마다 해당 스테이지에서 전문적으로 사용했던 무기의 숙련도가 업그레이드된다. 들고 있는 무기와 외모만 다를 뿐 그다지 개성이 느껴지지 않은 주인공들이긴 하나 미션을 해결해나갈 때마다 올라가는 능력치를 보고 있자면 나름대로 감정이입이 이루어지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게임 시작시 선택하는 델타포스/영국SAS 선택메뉴는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약간의 능력치만 바뀌는 형식상의 시스템일 뿐이다).
▶ 브리핑이 끝나고... |
▶ 4인의 람보(?) 투입 |
미션은 위성에서 촬영된(물론 CG다 -_-) 영상을 통한 짤막한 브리핑이 이루어진 후 해당 임무에 투입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개 하나의 미션에서 4개의 달성해야할 목표가 주어지는데, 고립된 대원을 구출하거나 특정건물 파괴, 요인암살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각각의 임무목표는 [F1] 키를 눌렀을 때 나타나는 지도와 함께 현재 대원들의 위치가 같이 표시되며 나침판에서도 이동해야할 방향이 나타나기 때문에 해결에는 큰 무리가 없다. 4개 정도로 고정된 목표는 특정지점을 사수한다거나 탱크 파괴, 차량 이동을 위해 장애물을 제거한다는 세부목표가 중간 중간 하달돼 숫자가 불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4명의 대원은 번호키나 [PgUp], [PgDn] 등의 키를 이용해 곧바로 전환할 수 있다. 4명을 한꺼번에 조종할 순 없지만 특정버튼을 이용해 게이머를 따라오게 만들거나 멈출 수 있으며 조작을 안하고 있을 땐 각자 현재 위치를 이탈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위의 위협을 스스로 해결하게 된다.
2편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주위의 위협을 알려주기도 하고 게이머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해주는 등 동료로서의 제 몫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적군들 역시 게이머의 움직임을 포착, 서로 교신을 통해 전략을 수정하는 등 전편에서 문제시 되었던 난이도에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바로 옆에서 들리는 총소리도 모른 채 먼 산을 바라보고 있는 NPC들의 모습은 여전히 멍청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 길목을 막아선 탱크를 파괴하기 위해 공중지원요청 중 |
▶ 본부에 위치를 전달하면 곧 블랙호크가 날아와 탱크를 날려버린다 |
각 캐릭터들의 조작은 대게 3인칭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동할 때를 제외하고는 전투를 위해 1인칭 시점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전편에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인지 적과 전투를 벌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불편하기 짝이 없는 조준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불만이다.
바닥에 떨어진 무기나 의료품을 주워서 사용하고 수십방의 탄환을 맞고 쓰러진 대원을 메디킷을 이용해 수차례 살려내는 등 게임자체는 가볍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를 지향하고 있으나 등장하는 아이템이 너무 많고 사용법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CDS2가 지향하는 게임성을 모호하게 만들어주는 요소다(라디오를 이용해 공중폭격지원을 하는 부분이나 사용하기 까다로운 수류탄 등).
▶ 탄환을 맞아 번진 핏자국. 메디킷으로 치료하면 사라진다 -_- |
CDS2의 그래픽은 최근 나오는 액션게임에 비추어볼 때 그다지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순 없지만 나름대로 걸프전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만하다. 사방이 불타는 이라크의 시가지, 섬광탄으로 환하게 비춰지는 한밤의 전장, 지원을 위해 두문불출하는 블랙호크헬기의 위용 등 전장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요소가 삽입됐으며 적에게 총탄을 맞은 부분이 피로 얼룩진다든가 총상을 입은 채 절룩거리는 캐릭터의 모습, 또 조금은 과장됐지만 죽을 때마다 다른 모션을 취하는 적군의 표현 역시 개발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 바주카포로 탱크를 파괴한 광경 |
한번쯤은 해볼만한 게임
분대를
기반으로 한 액션게임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CDS2의 게임성을 논하긴
어렵겠지만 반복되지 않는 다채로운 임무내용과 전장의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쯤은 플레이해볼만한 게임이라고 생각된다.
허나 최근 액션게임의 기본적인 덕목(?)으로 불리는 멀티플레이도 지원하지 않는데다 돌발상황 하나 발생하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싱글플레이의 구성은 게임의 생명력을 크게 단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팀 플레이의 진정한 맛을 느끼고 싶다면 고스트리콘이나 레인보우식스를 즐기는 편이 나을테고 이라크전의 액션이 제대로 표현된 게임을 원한다면 배틀필드 1942의 공짜모드인 ‘데저트 컴뱃’이 게이머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액션이라기엔 게임의 구성이 꽤나 복잡하고 진정한 전쟁을 느끼기 위한 특성은 배제된 어설픈 CDS2.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앞에서 열거된 단점만 해결되어도 대작의 대열에 들만한 게임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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