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P로 먼저 출시된 바 있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프리퀄 격인 ‘사일런트 힐 오리진’이 PS2로 완전 이식 되어서 출시되었다. PSP가 없어서 ‘사일런트 힐’의 최신작을 못하고 계셨던 분들에게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단 PSP의 입력방식자체가 그대로 이식되어서 R2, L2, 우측 아날로그 스틱은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에도 약간의 관심을 보내주자. 여기서 잠깐. ‘프리퀄’이라함은 속편은 속편이되 원래의 이야기에 앞서는 내용의 속편을 일컫는다. ‘바이오하자드0’나 ‘메탈기어솔리드3’같은 게임이 대표적인 ‘프리퀄’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로 예를 들자면 ‘배트맨 비긴즈’와 ‘무간도2’ 같은 영화가 ‘프리퀄’ 영화다.
▲ '사일런트 힐 오리진'은 배트맨 비긴즈 같은 존재란 말씀
게임은 ‘사일런트 힐’의 7년전 이야기를 수록하고 있다. 즉 ‘오리진’의 발매로 인해서 오리진-1편-3편으로 가는 스토리 구조가 완성됨 셈이다.
▲ 소녀구출, 모든 것은 이때 시작되었다
100% 완전 이식작 120%는 무리였나
게임은 PSP용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전작들이 충실한 한글화가 되어 출시되었기에 PS2 용으로는 한글화를 기대해보았지만 안타깝게도 한글화는 불발되어 영어로 플레이해야 한다. 그러나 텍스트의 수준이 높지는 않으므로 토익 700점 정도면 무난하면서도 유난한 플레이를 할 수 있다. 다만 ‘사일런트힐3’의 “아XX 닥쳐, 미친 XX!"와 같은 고품격 번역을 가까이 할 수 없어 아쉬운 맘 그지 없다.
▲ 말로 하는 건 거의 알아들을 수 있으나 굴러다니는 쪽지해석이 문제
휴대용게임기인 PSP에서 거치형 콘솔인 PS2로 오면서 그래픽적인 면에서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별반 다른 느낌은 오지 않는다. 아마도 시리즈의 특징인 노이즈가 낀 화면의 덕분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PSP에 비해서 화면이 더 어두워져서 공포감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작은 PSP의 화면에서 TV화면으로 옮겨온 만큼 시리즈의 특징인 불쾌하면서도 찝찝하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의 공포감은 완벽하리만큼 살아난다. 새벽에 불을 끄고 플레이하면 금상첨화. 그러나 길이 잘 안보이기 때문에 수시로 지도를 열어보고 닫고 하는 번거로움 또한 커졌다.(이건 필자가 길치라서??)
▲ 안개 낀 '사일런트힐'의 분위기는 잘 살아났다.
분량도 적고, 액션도 별로지만 타격감은 괜찮아
이 게임에서 눈에 띄는 특징을 꼽아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분량이다. 볼륨이 커서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이다. 그만큼 ‘사일런트 힐 오리진’의 분량은 매우 짧다. 4개의 지역을 탐사하는 것으로 게임은 모두 끝나고 총 플레이 시간은 약 7~9시간 정도에 그친다. 추가 시나리오라던지 숨겨진 요소 같은 것도 눈에 띄지 않아서 상당히 빈약하다는 느낌이다. 또한 사일런트힐의 지역도 상당히 좁다. 좁은 지역에 게임의 난이도 조절은 없으며 상당히 쉽다는 느낌을 받는다. 보스 역시도 겉모습만 화려하지 실상은 상당히 약하다. 총으로 몇 번 쏘거나 칼로 몇 번 찌르면 끝난다. 주인공인 트래비스의 액션도 별다르게 볼만 하거나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아이템을 이용해서 공격하면 대부분의 적들은 상당히 쉽게 끝낼 수 있다. 아이템이 없다면 맨주먹으로 공격해도 대부분 쉽게 처리가 된다. 1회차 클리어 한 이후 2회차 플레이에 돌입해도 난이도 조절은 없으며 엑스트라 옵션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엑스트라 옵션을 사용하면 난이도는 더욱 낮아지며 플레이 시간은 더 짧아진다.
▲ 보기에는 진짜 무섭지만 실제 싸워보면 별로 무섭지 않다
앞서 주인공인 ‘트래비스’의 액션이 별다르게 볼만 하거나 강력하지는 않다고 이야기 했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는 맨주먹으로 시작하지만 이 주먹질의 타격감은 상당하다. 단 2타에 그치는 주먹질이지만 2대씩 치고 빠지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필자의 경우 후반부로 갈수록 무기로 치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적수공권(赤手空拳)으로는 큰 데미지를 입히기는 무리인 법. 약한 데미지가 마음에 안드신다면 다양한 무기를 획득해서 적을 공격하자. 그러나 무기마다 내구도가 있어서 내구도가 다하면 부서지니 강한 무기는 강적을 위해서 아껴두는 것이 좋다. 1회용 무기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때도 있으니 명심하자.
▲ 손에 잡히는 것은 거의 무기가 된다.
또한 새롭게 방어 개념의 액션이 생겼다. 이것은 ‘갓오브워’의 커맨드입력 회피 시스템과 유사하지만 그것보다 간단하다. 간호사가 주사기로 공격을 해 올 때 아래 사진과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에는 X버튼을 연타하면 데미지 없이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 실패하면 큰 데미지를 입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 간호사, 큼지막한 주사기로 공격을 해온다.
▲ 방어, X버튼 연타만이 살길이다
이번 작에서는 거울을 이용해서 자유자재로 현계와 이계를 왕래할 수 있다. 상당히 신선하고도 유저편의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플레이어는 거울을 이용해서 양쪽 세계를 왕복하며 퍼즐을 풀어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다. 길을 찾거나 퍼즐을 풀 때 막히면 반대편으로 이동하여 방법을 모색하자.
▲ 거울 속의 나는 오른손잡이요. 굳바이. 나는 유쾌하오.
한 박자 느린 반응은 불만족스러운 부분 중 하나이다. □버튼을 누르고 왼쪽 스틱을 조작하면 달리기 시작하는데 바로 달리는 것이 아닌 한 박자 느리게 달리기 시작한다. 일부러 그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초기에는 이게 불편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익숙해지면 그다지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반면 ○버튼으로 조작하는 손전등 스위치는 즉각 반응해서 대조를 보였다. 불편한 카메라 시점도 게임을 조금 답답하게 만들었다. 기존 작에서는 카메라 시점 조절이 게임진행을 도왔으나 이번 작에서는 카메라 시점이 마땅치 않은 부분이 많아서 길을 찾는데 애로사항이 있거나 빠른 도망이나 회피가 필요한 시점에서 곤란을 겪은 부분이 있었다.
전작들과 비교는 무리, 콘솔 게임으로는 빈약
‘오리진’은 팬서비스 차원의 작품 정도로 ‘사일런트 힐’ 1편의 앞선 이야기라는 사실과 그동안 몰랐던 수수께끼에 대해 알게 해주는 게임이다. 팬이라면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수록 그동안 스토리상 의문이었던 것들이 하나씩 풀려가는 기쁨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기존의 1~4와 단순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PSP 게임의 이식작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플레이 할 것을 당부 드린다. 휴대용 게임이었던 원판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만으로 그쳤다는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통 휴대용 콘솔에서 거치형 콘솔로 이식하는 과정에서는 업그레이드 내지는 보강작업이 이뤄지는 것이 보통인데 ‘오리진’에서는 그러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여겨진다. PS2 게임치고는 상당히 빈약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여겨지며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팬이 아니고 처음 접하는 게이머라면 그다지 좋은 평가는 내릴 수 없다.
‘사일런트 힐4’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 ‘오리진’ 제작에는 ‘사힐4’ 스탭들을 전원 제외시켰다는 부분에서 기존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작품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엿보였으나 기존작들과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인기를 얻어 시리즈로 만들어지는 모든 게임들이 한번씩은 거치는 과도기적인 작품으로 사료되며 향후 나오는 ‘사일런트 힐5’에서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 이게 다 달리아 때문이다
▲ 알래사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 영화를 보고나서 플레이하면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