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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게임 질병코드’ 12개국 전문가 의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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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진예원 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삼느냐 아니냐는 국내에서 뜨거운 감자다. 다만 ‘게임 질병코드’를 등재한 곳은 한국이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부분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질병분류체계인 ‘ICD(국제질병분류)’를 채택하는 WHO에서 등재한 것이다. 즉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는 ‘게임 질병코드’에 대해 다른 나라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조사결과를 확인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게임과학연구원과 디그라한국학회는 4월 18일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게임 플레이어’에 초점을 맞췄고, 논의된 주제 중 하나가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해외 현황 조사’다.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진예원 교수가 임상심리학 등 12개국 전문가로부터 받은 의견을 토대로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조사한 국가는 대만, 독일, 말레이시아, 미국, 스페인, 슬로바키아, 인도, 일본, 중국, 프랑스, 핀란드, 호주다. 대상국가 선정에 대해 진예원 교수는 “주요 게임산업 국가, 게임산업 신흥 성장 국가, 지역적∙문화적 다양성을 기준으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야기한 나라 중 ‘게임 이용장애’가 포함된 ICD-11을 적용한 국가는 없으며, ‘게임 이용장애’를 자국 질병분류체계에 등재한 곳도 없다. 아울러 조사한 국가 중 미국과 중국은 별도로 마련한 정신질환 분류 체계를 사용한다.

아울러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관련한 12개국 의견과 자국 분위기는 모두 달랐다. 우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자국 내에서 논쟁이 이뤄지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미국·일본·프랑스·핀란드·호주는 ‘논쟁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독일·스페인·슬로바키아·인도·중국은 논쟁이 없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스페인에서는 발표 며칠 뒤에 사회적 관심이 빠르게 사라졌다”라며 “중국은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로비를 하고 있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 게임이용장애 도입에 관련해 자국 내 논쟁이 있는가에 대한 12개국 답변 (자료제공: 게임과학연구원)

이어서 WHO가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서는 대만·미국·스페인·슬로바키아·프랑스·호주가 ‘부정적’이라 답했다. 이어서 독일·중국·핀란드는 중립적, 인도는 긍정적이라 답변했다. 진 교수는 “공통적으로는 모든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부분은 게임 이용장애 진단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개념의 모호성, 광범위성, 오용,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공통적으로 제기됐다”라고 밝혔다.

▲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것에 대한 12개국 전문가의 평가 (자료제공: 게임과학연구원)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된 프랑스 임상심리학자는 지난 10년간 직접 본 환자들은 게임 이용장애가 아니라 ADHD, 자폐 스펙트럼, 불안 장애, 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을 겪고 있었다고 밝혔다.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한 기저질환보다 ‘게임’이라는 증상에 초점을 맞춰 부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미국의 임상심리학 교수 역시 게임 이용장애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의학적 타당성이 부족하고, WHO 결정에 대해 신뢰성을 훼손한 실수라 지적했다.

WHO의 ICD-11를 도입할 때 게임 이용장애도 포함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슬로바키아·핀란드·프랑스는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독일·일본·대만·미국 등 8개국은 협의 중이거나 확실치 않다고 내다봤다. 인도는 질병으로 분류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음에도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례적인 답변을 냈다. 진예원 교수 역시 조사 대상 국가 수가 제한적이었고, 전문가 개인 의견에 기반한 탐색적인 조사였기에 객관성과 대표성을 좀 더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ICD-11 도입 시 게임 이용장애 포함애 대한 12개국 전문가의 전망 (자료제공: 게임과학연구원)

마지막으로 진 교수는 게임 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삼느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와 함께, 제도를 이행하는 것에 대한 경제적 비용, 질병으로 등재했을 시에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예원 교수는 “암은 미국, 한국, 아프리카 등에서 똑같은 모습이며 국가 간 입장 차이가 존재할 수 없다”라며 “게임 이용장애 역시 국가 간 차이를 넘어서 질환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 핀란드 유베스큘라대학교 벨리-마띠 카훌라티 연구교수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울러 ‘게임 이용장애’는 물론 ‘게임’에 대한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핀란드 유베스큘라대학교 벨리-마띠 카훌라티(Veli-Matti Karhulahti) 연구교수는 “핀란드에는 게임 이용장애를 겪는 사람을 위한 클리닉이 있다. 이 중 112명을 조사해봤는데 DSM(미국 정신질환 분류) 기준으로 응답자 중 42%만 조건을 충족했다”라며 “아울러 핀란드에서 ‘게임 이용장애와 관련해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44명 중 연구에 자원한 7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6명은 ‘도박장애’였다”라고 말했다.

이에 연구진은 ‘게이밍(gaming)’이라는 단어에 집중했다. 한국은 ‘게임’과 ‘도박’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만, 서구권에서 ‘게이밍’은 게임에도 쓰이지만 도박에도 사용된다. 1501년부터는 ‘도박’에 관련해서도 사용했고, 1970년대 후반부터는 비디오 게임에도 쓰인다. 이에 카흘리니 교수는 게임 이용장애에 대해 인용된 경우가 많은 논문 500편을 재검토하여, 논문을 작성하며 ‘게임’과 ‘도박’을 구분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중 연락이 닿아 논문 작성 시 참고한 자료를 전달받은 13건 중 도박을 구분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여기에 카흘리니 교수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과 슬로바키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각각 300명 이상을 모아 설문조사를 한 결과 슬로바키아어는 59%, 영어는 49%가 ‘도박도 게임에 포함된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항목별로 살펴봐도 실제 현금을 쓰는 온라인 포커에 대해서도 ‘게이밍’에 해당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적지 않다.

다시 말해 ‘게이밍’이라는 단어를 비디오 게임, 도박 등에 활용해온 영어권 사람들의 경우 도박도 게임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기에 관련 내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훌라티 교수는 “게임 이용장애 관련 연구는 ‘게임’의 정의부터 개념적으로 혼란스러워 측정에 오류가 있다고 보인다. 이 오류는 언어에 따른 것이며, 사람들이 도박과 게임을 일관성 없게 해석하기에 조사에서 ‘도박을 빼고 봐달라’고 요청해도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 슬로바키아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59%, 영어를 쓰는 사람의 49%가 '도박도 게임에 포함된다'고 답변했다 (자로제공: 게임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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