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그 이름, 어둠 속에 나홀로 시리즈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대표작이라 하면 ‘바이오하자드’와 ‘사일런트 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이 게임들을 태어나게 한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조상격인 게임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어둠 속에 나홀로’(이하 어둠) 시리즈다.
▲ '어둠 속에 나홀로 1'의 게임화면. 최초의 풀 3D게임으로도 알려져 있다
‘어둠 1’은 그 당시로서는 최고의 공포를 선사해준 호러 게임이었다. ‘어둠 2’ 등 후속작이 나왔지만 1편보다 떨어지는 게임성과 공포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하고 하향세를 그렸다. 후속작들이 너무 인기가 없었던 나머지 심지어 ‘바이오하자드’의 아류작이라고 오해를 받을 정도였다. 이런 굴욕적인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어둠 5’의 발매소식은 전세계 유저들로부터 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과연 ‘어둠 5’는 ‘어둠’ 시리즈를 되살리고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빛과 어둠의 조화를 보여주는 그래픽
‘어둠 5’의 그래픽은 자신이 어둠 속에 혼자 있다는 느낌을 물씬 풍기게 한다. ‘어둠 5’가 보여주는 빛과 어둠의 부드러운 조화는 극소수의 게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래픽이다. 캐릭터의 얼굴 표현이나 배경의 퀄리티도 상당하다. 빛과 어둠, 캐릭터의 표현, 배경의 퀄리티의 세박자 조합으로 ‘어둠 5’의 그래픽은 합격점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
▲ 어둠 속에 나홀로 있는 듯하다.
‘어둠 5’에서는 그래픽이 단순히 시각 효과로 끝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빛을 사용하여 적을 쫓아내고, 주변 배경의 불에 무기를 가져다 대어 불을 붙인 다음 적을 공격할 수 있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그래픽이 더 이상 겉모습이 아닌 플레이의 한 용도로 활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시 전체를 플레이한다! 거대한 스케일
‘에피소드 1’을 시작하면 주인공은 붕괴 중인 건물을 탈출하게 된다. 건물 난간에 기대어 보여주는 센트럴파크의 전경은 굉장히 멋지다. 이 전경이 단지 뒷배경이 아닌 모두 이동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어떻겠는가? ‘어둠 5’의 거대한 스케일은 입이 벌어질 정도다.
▲ 저 센트럴파크가 내거다?!
단지 이동이 가능한 지역으로 ‘어둠 5’의 스케일을 논하기엔 모자라다. ‘에피소드 2’를 시작하면 택시를 운전하며 쫓아오는 적에게서 도망치는 ‘대탈주’ 장면에서 스케일의 크기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달리는 택시 주변의 도로가 갈라지고, 거대한 빌딩이 무너지는 등 하나의 도시가 붕괴되는 모습은 이 게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대탈주' 장면
오랜만에 느끼는 진정한 어드벤쳐
요즘 액션 어드벤쳐들은 ‘액션 어드벤쳐’라 해놓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클리어할 수 있는 간단한 퍼즐만 제공하는 게임들이 많다. 하지만 ‘어둠 5’는 아이템 조합이나 물리 효과와 같은 요소를 이용한 다양한 퍼즐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에피소드 3’에서는 흔들리는 버스 안을 통과하여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무심코 버스 안을 통과하면 버스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떨어져 죽게 된다. 이 퍼즐을 해결하려면 버스 안에 있는 세명의 시체를 버스 뒤로 옮겨 균형을 맞춰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 게임 내내 머리를 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물리효과를 이용한 기발한 퍼즐 외에도 혈액주머니를 미끼로 적을 피해가고, 손전등을 비추거나 불을 피워 적을 쫓아내는 등의 다양한 퍼즐이 존재한다. 이런 퍼즐들이 전투와 서로 독립되어 따로 놀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되어 재미를 높여준다.
답답하고 어지러운 시점
‘어둠 5’는 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을 교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자유로운 시점 변경으로 인한 장점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3인칭의 경우 시점이 고정 카메라 시점이기 때문에 갑자기 시점이 변경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또 배경이 좁은 곳의 경우 갑작스런 시점 변경으로 조작이 흐트러진다. 이런 불편한 시점 때문에 적과의 전투에서 데미지를 받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물론 오른쪽 스틱을 통해 3인칭 시점을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조작을 하지 않으면 강제적으로 원래 시점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거의 쓸모가 없다.
▲ 멋져보이는 시점이지만, 막상 해보면 답답함 투성이다.
1인칭 시점을 사용하면 좀 더 자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이동도 가능하기 때문에 두 시점을 비교한다면 사실 1인칭 시점이 더 편하다. 하지만 1인칭 시점은 사격과 이동만 가능하고 이이템 사용이나 근접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편리성에 비해 비중이 적은 것이 아쉽다.
짜증을 유발하는 조작
‘어둠 5’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바로 ‘조작’이다. ‘어둠 5’에서는 주인공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런 대부분의 기능을 ‘A’버튼 하나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어둠 5’에서 주인공이 근접전 무기를 들고 있고, 손전등이 켜져 있는 상태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손전등을 끄고 싶다면 근접전 무기를 버려야 한다. (버려야 하는 이유도 이해가 안 된다.) 무기를 버리고 손전등을 끄려는데 주인공은 엉뚱하게 근접전 무기를 줍고 있다. 이 문제는 근접전 무기를 줍는 버튼과 손전등을 끄는 버튼이 중복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는 유저는 답답할 수 밖에 없다.
▲ 사실 조작은 초반이 어려울 뿐이지 적응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진다.
그리고 이동은 조작에 비해 느리고 답답하며 운전도 마찬가지다. 근접전 무기를 든 상태와없는 상태 등 상태에 따라 조작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조작에 혼동이 오기도 한다. 그 외에도 조준점 움직임 등 전반적인 조작감이 답답하고 불편하여 게임을 지루하게 만든다.
어색한 음성, 빛 바랜 완전한글화
완전한글화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비디오게임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에서 음성과 자막까지 한글화한 ‘어둠 5’의 현지화는 기립박수가 절로 나올 정도로 대단하다. 하지만 어색한 음성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어둠 5’에서 실제로 나오는 대사를 한 번 보도록 하자.
A 대화 - [문 반대편에 갇혀있는 남자의 말] 나를 또 놀래 키는구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당신이 결국 여기 왔구나. 난 다쳤어. 그리고 문을 열수가 없어. 도대체 이 빌딩은 어떻게 된 거야?
B 대화 - [건물 난간에 기대어 있는 남자의 말] 선생님 여기요. 우린 빌딩 뒤를 돌았어요. 이 줄을 잡아. 조심해. 이봐, 괜찮아? 다친 건 아니죠? |
이 대본을 보면 대화 자체가 굉장히 어색한 것을 볼 수 있다. 번역기를 돌린 것 같은 어색한 ‘A 대화’는 ‘어둠 5’에서 가장 흔한 문제다. ‘B 대화’를 보면 ‘선생님 여기요.’라고 존댓말을 쓰다가 ‘이봐, 괜찮아?’라고 갑자기 반말을 쓰는 황당한 상황은 심각한 분위기를 코미디로 만들어버린다. 문제는 이런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무겁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추구해야 하는 ‘어둠 5’의의 특성상 이런 문제는 치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
▲ 할아버지에게서 20대 청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알고싶다면 '어둠 5'를 플레이해보자.
어둠 속엔 공포가 없다. 어둠 속에 나홀로 5
‘어둠 5’의 불편한 조작감, 어색한 음성은 플레이하면서 차차 적응이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응력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는 ‘어둠 5’에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의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퀄리티 높은 그래픽에 비해 특수효과나 깜짝 놀라게 하는 단순한 이벤트도 없는 ‘어둠 5’의 공포감은 요즘 나오는 다른 공포게임들보다 그 깊이가 얕았다. 공포게임에서 공포의 재미가 떨어진다면 그것은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까?
‘어둠 5’는 후반에 2가지의 엔딩으로 나뉘어진다. 엔딩은 말할 수 없지만 내용에서 후속작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어둠 5’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공포의 강도를 더 높여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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