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르시아의 왕자 2: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가제) |
일전에도 언급한 말이지만 PC게임 중 가장 인상 깊게 즐겼던 게임을 꼽으라면 필자는 주저없이 페르시아의 왕자에 몰표를 던지겠다고 장담한다. 구닥다리 터번을 쓴 왕자가 달랑 칼 하나만을 들고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모험을 벌이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그 당시(1989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부드러운 움직임과 치밀한 레벨 디자인은 비디오게임에만 빠져있었던 필자를 PC게임 골수 유저로 만든 기념비적인 작품이 됐다.
▶ 1989년 당시 PC에서 이 이상의 액션은 없었다 |
페르시아의 왕자가 남겼던 재미는 느리지만 박진감 넘치던 칼싸움과 아슬아슬하게 피해나가던 트랩의 구성방식이었다. 지겹도록 가시에 찔리고 톱니바퀴에 허리가 잘려나가는 고통 속에서도 수없이 반복했던 그 짜릿한 재미는 이후 어나더월드, 플래쉬백, 툼레이더와 같은 액션 어드벤처 장르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으며 현재까지도 PC액션게임의 전설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특징이 됐다.
Ubi 몬트리올 스튜디오가 게임 라이센스와 함께 원작자인 조던 매크너를 영입, 새롭게 부활시킨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발매 직후 영국에서 25주간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게임퍼블리셔인 Ubi소프트도 회사 설립 이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었던 성공이라고 게임을 평할 정도였으니 후속작 개발의 착수는 당연한 수순일는지도 모르겠다(톰클랜시의 레인보우식스 시리즈를 미루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_-;).
▶ 다시 돌아와서 기뻐요 |
어쨌든 원작이 보여줬던 묘미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펼치는 왕자의 모험이 엔비디아의 최신 영상기술과 접목되어 게이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낸 것은 사실이다. 마치 이코를 연상시키는 듯한 아련하고도 신비한 분위기의 배경, 맥시모나 시노비를 떠오르게 하는 액션을 부드럽게 융화시켜 성공적인 리메이크의 표본을 남긴 페르시아의 왕자. 그 후속편이 Ubi몬트리올 스튜디오의 한 켠에서 개발되고 있다.
▶ 2편의 배경은 더욱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이다 |
기본적인 골격은 같다
페르시아의
왕자 2는 지난해 선보인 ‘시간의 모래’의 골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 자체가 상당한 퀄리티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주인공의 액션이 다채로워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게임엔진의 변화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사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발전보다 원작의 명성을 떨어뜨리지 않는 성공적인 후속작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 해답은 지난 5월 개최된 E3에서 선보인 페르시아의 왕자 2의 플레이 동영상만으로도 충분히 유추해낼 수 있다. 훨씬 다양해진 전투의 기술과 주인공의 동작 그리고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맵까지, 전편보다 더욱 심도 깊어진 플레이스타일은 무작정 일본의 액션만을 추구하는 게이머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안겨다줄 것으로 보인다.
▶ 후속편의 묘미는 보스전이 될 것이다 |
게임은 ‘시간의 모래’가 나타나기 이전, 즉 원작의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왕자의 모험을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 시간의 단도와 마법의 모래를 이용해 마법사의 추악한 음모를 저지했던 왕자는 다하카(Dahaka)라는 새로운 상대에게 추격을 당하기 시작한다. 아지 다하카로 알려진 이 상대는 실제 페르시아에서 조로아스터교를 기원으로 갖는 악마로, 전설 속 인류의 1/3을 죽인 무시무시한 용으로 알려져 있다(아지 다하카와 동일한 악마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다하카는 불멸의 삶을 위해 왕자가 잠시나마 손에 쥐고 있었던 이 비밀을 캐고자 끝없는 추격전을 벌인다. 엄청난 숫자의 군대로도 상대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이 악마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왕자는 시간의 모래를 이용, 전편의 이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모래의 근원을 없애려는 것이다.
오랫동안 다하카의 스토킹(?)에 시달려온 탓인지 이번 작품에서의 왕자는 다소 음습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연출한다. 게임의 배경 역시 신비한 분위기를 보여줬던 전작의 이미지를 탈피, 마치 지옥의 한 부분을 연상시키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공개된 스크린샷과 아트웍만 미루어 봐도 전편에서 보여준 아찔한 고성의 분위기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가 보여질 듯 하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게이머들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개발진의 이야기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만들어둔 세계관과 시나리오의 불과 15% 밖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을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미처 보여주지 못한 이야기와 더불어 왕자의 새로운 모험을 담은 이번 후속편은 결코 짧지만은 않았던 원작의 플레이타임에서 약 두 배 이상 늘어난 스케일을 선보일 계획이다.
토니호크프로스케이터 시리즈를 개발해온 그래픽전문가들의 손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왕자의 액션은 ‘스타일리쉬’ 그 자체의 광경을 연출, 곡예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벽을 타고 달리면서 칼을 휘두르는 것도 가능하며 적의 칼을 빼앗아 두동강이 내는 액션, 적의 등 뒤로 돌아가 목을 잡고 나머지 상대에게 던져버리는 액션 등 다양하다.
두 개의 시미터를 들고 현란한 액션을 벌이는 왕자의 모습은 전편보다 약 1.5배 빠른 움직임으로 스타일리쉬의 로망을 극대화한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시간의 모래의 특수기를 이용, 왕자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이고 곡예에 가까운 칼부림을 벌이는 왕자의 액션은 비록 동영상에서만 공개된 광경이지만 팬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매력적인 모습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원작이 출시된 지 정확히 1년 후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할 페르시아의 왕자 2. 어설픈 로맨스가 옥의 티로 남았던 것이 전편의 아쉬운 부분이지만 엔딩의 반전을 기억하는 게이머라면 보다 충실하게 그려진 스토리라인 역시 기대해봄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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