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테리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설립된 특작부대 F.E.A.R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 이번 E3에서도 역시 주목할만한 기대주는 등장했다. 인기시리즈에 영합한 후속작과 영화를 기반으로한 게임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모노리스가 비밀리에 진행해온 프로젝트인 F.E.A.R는 관람객들의 졸린 눈을 비비게 만든 센세이션한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배급사인 비벤디유니버셜과 제작을 맡은 모노리스는 E3가 개최되기 일주일 전 정체불명의 스크린샷 한 장을 언론에 배포하며 F.E.A.R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공개된 스크린샷의 수준으로 미루어볼 때 F.E.A.R가 현존하는(그리고 앞으로 발매될) 액션게임에 비해 그다지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지만 <쇼군>을 비롯 <에일리언 대 프레데터>, <노원리브스포에버> 등 항상 참신한 액션에 도전해온 모노리스라는 이름표는 전 세계 언론과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노리스는 ‘근접전(백병전)에 있어 최고의 전투체험을 제공하는 강렬한 1인칭액션게임’이라는 한 문장으로 F.E.A.R를 소개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유로 벌이는 전투와 주인공을 감싸고 있는 음모, 그리고 외로이 전투를 벌여나가야 하는 게임진행방식은 대다수의 1인칭액션과 별다를 것 없는 모습이나 개발사가 소개한대로 ‘현란한 백병전’에 초점이 맞춰진 F.E.A.R의 특징은 동영상이 공개되며 그 진가를 알렸다.
▶ E3 개최 전 공개된 단 한 장의 티저 스크린샷 |
F.E.A.R는 'First Encounter Assault and Recon'의 약자로 굳이 해석하자면 ‘기동타격정찰부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어는 사람들의 종적이 감춰진 한 연구소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델타포스 특수부대가 대량학살을 당한 뒤 미스테리한 사건의 진상조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F.E.A.R의 일원이 되어 작전명령을 기다린다(X-File을 파헤치기 위한 특수부대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 F.E.A.R의 그래픽과 광원효과는 왠만한 액션기대작들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
연구소 투입을 위해 헬기로 공수된 F.E.A.R 소대. 바깥에선 쥐죽은 듯 정적만 흐르는 건물이지만 옥상에 안착하자 정체불명의 공격으로 헬기는 곧 폭발하고 주인공을 비롯한 몇몇의 대원만이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된다.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자들은 단순히 테러리스트라고는 보기 힘든 화력과 기술을 보유한 준(準)군사부대. 이들이 왜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이 연구소에선 어떤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특수부대의 일원으로 명령만을 따르는 주인공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마치 오키우라 히로유키의 일본애니메이션 <인랑> 속 특기대를 연상시키듯 다양한 기갑장비로 중무장한 F.E.A.R 팀은 수년간에 걸친 고된 훈련으로 총격술 뿐만 아니라 백병전에 엄청난 위력을 소유하고 있다. F.E.A.R 팀이 착용하고 있는 장갑은 왠만한 총격엔 끄떡도 없을 정도의 방어력을 자랑하는 장비. 게다가 보유 중인 화기 역시 일반군사에게는 공급되지 않은 실험용으로 구성된 만큼,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가까스로 연구소 안에 침입한 주인공은 길목 곳곳에 먼저 투입된 F.E.A.R팀의 동료들이 시체로 너부러진 광경을 목격한다. |
단순히 ‘건물’이라는 단어로 게임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언급했지만 이 연구소는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하나의 도시에 가까운 장소. 그래서인지 플레이어는 지프카, 오토바이 등 다양한 차량을 이용해 곳곳을 이동할 수도 있다.
▶ 차량을 이용한 액션은 이제 대세 |
대다수의 동료가 죽어간 상황이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엘리트대원은 살아남아 멋들어진 팀플레이를 보여준다. 수많은 동종의 1인칭액션게임처럼 주인공이 람보에 가까운 위력을 자랑하는 것은 사실이나 동료들과 함께 펼치는 팀플레이는 하프라이프의 든든한 조력자이기도 했던 ‘바니’를 떠올리듯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F.E.A.R의 전투는 60%의 화기활용과 40%의 백병전으로 이루어진다. 게임 내의 모든 물체가 플레이어의 행동에 반응하는 물리엔진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화기를 이용한 전투시엔 흡사 전쟁터처럼 콘크리트 먼지와 깨진 창문이 흩날리는 명장면을 쉽게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
▶ 뭘 그리 놀라나 돼지 아저씨 |
1인칭액션에서 쉽게 떠올리기 힘든 백병전은 F.E.A.R가 동종의 액션에서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다. 고도의 훈련과 착용하고 있는 기갑장비의 우수한 성능으로 플레이어는 마치 탄환과 같은 속도로 날렵하게 적으로 다가갈 수 있으며 팔꿈치로 치기, 뒤돌려차기 등 절도 있는 무술 동작으로 적을 날려버릴 수 있다.
이 때 볼 수 있는 F.E.A.R의 또 다른 백미는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연출되는 슬로우모션(불릿타임) 효과다. 백병전을 펼칠 때 주로 볼 수 있는 이 슬로우모션은 화기를 이용한 전투에도 멋진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액션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보듯 다양한 각도로 연출된다.
스크린샷만으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지금껏 소개된 플레이동영상과 체험기를 미루어 F.E.A.R는 하프라이프 2에 못지않은(혹은 그 이상의) 빼어난 그래픽 퀄리티와 물리엔진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기에 장착된 플래시라이트로 어두운 곳을 비추며 돌아다니는 장면과 탄환이 벽에 맞아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광경은 모노리스가 심혈을 기울여 새롭게 만든 엔진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현대와 근접한 근미래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게임은 현재 50~60%의 개발진척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2005년 초 게이머들의 안방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근래에 쏟아지는 1인칭 액션게임 모두 저마다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F.E.A.R가 구축할 입지가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둘 진 미지수이지만 ‘모노리스’라는 단어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기대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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