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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게임: 미래신화 쟈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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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게임성도 좋고 많이 팔리는 게임, 게임성은 좋은데 잘 안 팔리는 게임, 게임성은 안 좋은데 잘 팔리는 게임, 게임성도 안 좋고 판매량도 그저 그런 게임.

이 중에서 괴게임이라는 것은 어느 쪽에 속해야 할까?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판단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게임성도 안 좋고 판매량도 그저 그런 게임은 괴게임의 부류에 꼭 속한다.

앞서 두 가지 게임이 괴게임으로 선정되었다. 이번에 선정한 게임은 앞서 선정된 게임에 비해 떨어지는 그래픽과 진부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괴게임에 관한 컨텐츠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이들이 가진 포스는 범상한 타이틀로는 감당할 수가 없다

이번 주 괴게임 선정작품은 ‘미래신화 쟈바스’!

제목에서부터 강력한 포스가 넘쳐나지 않는가? 미래신화라니! 이 게임을 알고 있는 독자 보다 모르고 있는 독자가 더 많기 때문에 일단 게임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쟈바스란 1987년 6월 30일 화요일에 타이토에서 발매한 RPG게임으로 당시 발매가는 5,500엔이었다(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이 소프트가 일본의 모 쇼핑몰에서 500엔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이다).

쟈바스는 패미컴 사상 최초로 2메가에 달하는(당시 2메가의 디스크 용량은 굉장히 큰 것이었다) 대용량 디스크 시스템을 사용해 제작된 RPG로 패미컴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이다. 타이토는 쟈바스를 발매하고 나서 ‘최초의 2메가 소프트(의 탈을 쓴 저용량 게임)를 발매한 제작사’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지만 동시에 ‘대용량 디스크 시스템의 가치를 반감시킨 제작사’라는 타이틀도 달게 되었다.

▲본래는 드퀘3가 먼저 획을 그어야 했었다. 사진은 드퀘3 수퍼패미컴 판

필자가 쟈바스라는 게임에서 기억하고 있는 것은 계주달리기에 사용되는 배턴으로 용감하게 싸우는 주인공뿐이다.

그럼 이 대목에서 ‘어떻게 이 게임에 대해 논할 수 있냐’고 말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만으로도 충분히 괴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달만한 컨텐츠가 있으니 기대해주기 바란다.

그럼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괴게임 ‘미래신화 쟈바스’의 게임스토리를 공개하도록 하겠다. 필자가 일본에 있을 당시 미래신화 쟈바스를 연구하는 한 집단에서는(실제로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쟈바스의 스토리를 언급할 때 ‘신화를 언급한다’는 표현을 쓰곤했다.

미래신화 쟈바스의 설명서 4페이지에 나와있는 그들이 말하는 신화는 다음과 같다.

 


신지구 탄생에 관련되는 신화 가운데 가장 유명한 신화인 쟈바스 신화.

이 신화와 관련된 제대로 된 이야기를 당신에게만 전하도록 하겠다.

옛날 지구에는 고도로 발전된 기계문명이 있었다. 그 중심도시로는 뉴욕, 도쿄 등이 있으며 교통수단이 꽤 발달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발달로 인해 인구는 점점 증가해 갔으며 마침내 지구는 포화상태가 되어 사람들은 새로운 거주공간을 찾기 위해 고속우주선에 탑승해 미지의 공간으로 뛰쳐나왔다.

그런 고속우주선 중에 우주 탐사선 쟈바스 호도 있었다.

이 쟈바스 호가 수많은 고난을 넘고 지구에 돌아왔을 때 승무원은 1명뿐이었다.

그는 지구가 시야에 들어오자 광속통신장치의 스위치를 켰다.

“케네디 우주공항! 케네디 우주공항! 응답바란다. 여기는 탐사선 쟈바스 호. 응답바란다.

응답바란다”

하지만 응답은 없었다. 이상한 느낌을 받은 그는 탐사선을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추정)에 불시착시키고 비행선에서 내렸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생물체의 흔적이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고 햄버거도 없었다(필자 주: 왜 햄버거가 갑자기 튀어나왔는지 아직도 알 방도가 없다).

그리고 거대도시 뉴욕도 없었다.

도대체 지구는 어떻게 되어 버린 것인가?

그는 여행을 떠나기 전의 지구를 찾기 위해,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쟈바스 신화는 이런 한 명의 쟈바스 파일럿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쟈바스의 신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당신, 쟈바스 호의 파일럿이다.
 

지구가 황폐화 되었다는 것을 단지 햄버거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해 버린 쟈바스 호의 파일럿이 겪은 일대기를 그린 ‘미래신화 쟈바스(이하 쟈바스)’는 타이토가 11번째로 릴리즈한  패미컴 타이틀이다.

필자에게 있어서 쟈바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잊을 수 없는 타이틀이었다. 쟈바스는 필자에게 괴게임의 그 한계에 대한 모든 것을 알게해 준 소중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쟈바스는 1994년 필자가 괴게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대량으로 구매한 괴게임 타이틀 중 하나였지만 괴게임의 제왕인 ‘비트 타케시의 도전장’(이 게임은 필자가 1989년도 패미컴을 구입한 기념으로 구매했었다)이란 게임보다 더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운명을 달리했다. 참고로 ‘비트 타케시의 도전장’도 타이토의 게임으로 1986년 12월 10일 5,300엔에 발매되었다.

▲한 제작사에서 연이어 괴게임을 발매하는 것은 굉장히 보기 드문일이다

이 게임은 ‘내 마음속의 괴게임 넘버원’, ‘소비자에게 오히려 돈을 주어야 할 소프트 넘버원’, ‘일러스트와 게임화면의 차이가 심한 게임 넘버 원’ 등 괴게임으로서 가져야 할 덕목을 모두 휩쓴 게임으로 발매된 지 10년이 넘은 지금에도 필자의 가슴속에 아픔으로 남아있다.

쟈바스가 발매된 이후에도 수많은 괴게임이 발매되었지만 아직도 필자에게 괴게임 넘버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점 하나만은 높게 사고 싶다.

쟈바스가 괴게임으로서 얼마나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길래 이렇게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쟈바스는 ‘스페이스 인베이터’, ‘버블보블’ 등 좋은 타이틀을 개발해온 타이토의 입지를 허물어지는 모래성처럼 단번에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공든 탑도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신화의 시작은 정체모를 주인공으로부터!

쟈바스를 시작하면 단 한 줄의 설명도 없이 필드화면이 등장한다. 오프닝, 프롤로그 등 뭔가 RPG게임의 초반에 등장해야 할 요소가 나오지 않아 필자는 어린 나이에 굉장히 당황했다. 뭐, 이 당시에 이와 같이 뜬금없이 시작되는 게임은 많이 있었지만, 이 정도로 괴게임의 냄새를 풍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이런 화면을 처음보게 된다. 어쩌라고~

월면을 상상시키는 크레이터와 지면상태! 그런데 나무가! 황폐화 되었다는 지구에 살아남은 생명? 아무리 패미컴이라고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어설픈 화면. ‘설마 황폐화된 지구를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만든 거겠지’라고 생각한 필자가 순진했던 것이다. 이 게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이 엉성한 모습의 캐릭터  는 뭐지?”

“혹시, 설마~! 그런데 맵 위에 캐릭터라고는 이거 달랑 하나!”

<-- 이 캐릭터가 주인공?”

“아니야! 아니야! 설마~ 그럴 리가 없어!”

“인정할 수 없어! 인정할 수 없어. 이 녀석이 주인공이라고!”

왜냐하면 게임 패키지에 그려진 쟈바스의 주인공은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시 패키지에 그려진 쟈바스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다시 게임화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게임화면에는 정감 없게 생긴 이 녀석밖에 없었던 것이다.

취급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았기 때문에 이 게임의 진가를 몰라서 일거야. 그래서 취급설명서를 확인했다. 결론은!

역시  이 녀석이 바로 패키지의  그 녀석이었다.

하지만 쟈바스에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 필자는 이 게임에 대해 다시 한 번 기대감을 갖기로 했다.

쟈바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총 세 가지. 게다가 전직이 아닌 게임시작과 동시에 바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직업을 바꾸면 외형도 바뀌는 것이 인지상정. 필자는 패키지에 있는 일러스트대로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RPG하면 일단 힘세고 용감한 검사가 최고지. 전투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외모도 멋지고!”

하지만 또 한 번 필자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 모습에서 검사로 전직하면 이 모습으로 변한다. 어디가 검사란 말이냐!

뭐! 이 당시의 하드웨어 스펙과 롬 용량으로 지금처럼 리얼하게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은 무리인줄 알고 있다. 그리고 표현할 수 있는 색의 가지 수도 많아야 8가지 정도였고 배경을 합한다 해도 16가지를 넘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색에 가까운 색을 구현할 수 있는 지금의 하드웨어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떻게 디자인을 하면 이 캐릭터가 이렇게 되는지? 게임업계 종사하고 있는 지금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움직임도 예술이다. ‘드래곤 퀘스트’ 첫 작품에서 게걸음을 걷는 주인공은 이 캐릭터에 비하면 양반일 정도로 말이다.

4페이지의 게임스토리는 모두 거짓말!?

이제 게임의 내용에 대해 언급해보도록 하겠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쟈바스의 취급설명서 4페이지에는 주인공인 쟈바스 호의 파일럿이 지구가 황폐해진 원인을 찾아 해결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취급설명서 놀이방법을 서술해 놓은 부분에는

“이 세계에는 7명의 폭군이 있습니다. 그들을 물리치고 신지구에 왕으로 군림하는 것이 이 게임의 최종목표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지구가 황폐화된 이유’와 ‘주인공의 삶의 길’은 도대체 어디로 가 버린 것일까?

쟈바스의 파일럿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지저분한 도트로 그려진 황폐화된 지구의 모습에 압도당해 그러한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 것일까?

4페이지에 서술된 게임스토리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주인공의 신지구 침략으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괴게임으로 정해버린 터라 이런 것은 필자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이 게임이 단순한 RPG가 아니라는 데 있다.

주인공인 쟈바스 호의 파일럿은 7명의 폭군을 함락시키기 위해 용병을 고용해야 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파티 동료가 아니라 용병이다.

용병시스템이라고 하지만 정상적인 용병시스템을 생각하면 낭패다. 쟈바스의 용병은 필드에서 이따금 만나는 일반 NPC나 개구리 등으로 플레이어가 일정이상 캐릭터 레벨을 올리게 되면 용병으로 맞이할 수 있다.

▲설마 이런 화면에 용병 캐릭터가 등장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어렵게 맞이한 용병은 7명의 폭군들이 머무르고 있는 성에 들어가기 위한 열쇠로 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보통 RPG에서 용병이라고 하면 해결하기 어려운 퀘스트나 난이도 있는 전투를 해결하기 위해 맞이하는 스페셜리스트로 인식되지만 쟈바스에서의 용병은 ‘무슨무슨 열쇠’와 같은 아이템 정도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이해하는 것 자체가 귀찮은 쟈바스의 용병 시스템! 게임을 위해 시스템을 살펴봤더니 용병은 단순한 열쇠 아이템!

용병 중에서 일부 마법사와 같은 캐릭터에게는 ‘조언’이란 커맨드를 통해 도움이 될 만한 것을 물어볼 수 있지만 대답이 모두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기 때문에 마법사의 조언 커맨드도 그다지 의미는 없다.

모름지기 RPG에서 정보는 마을사람들에게 얻어야 하는 것!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통해 대량의 텍스트 대화에 어느 정도 단련이 되어 있었지만 쟈바스의 대화는 필자가 생각한 그 이상이었다.

일단 마을사람들은 한, 두 마디 밖에 하지 않는 벙어리 밖에 없었으며, 대화 패턴도 일정하다(다른 마을에 가도 어떤 말을 할지 예상이 될 정도). 게다가 캐릭터의 이동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과장을 보태 말하자면 한 번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캐릭터의 꽁무니를 레이싱 게임을 하듯이 계속 쫓아다녀야 한다.

▲적과 용병 그리고 일반 NPC를 구분할 수 있겠는가? 이런 캐릭터 패턴은 마지막까지 동일하다!

설상가상으로 마을사람들의 패턴이 무려 3가지나 준비되어 있어 일정한 방향을 정해놓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대화를 하다보면 같은 캐릭터에게 계속 질문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

이 게임을 괴게임으로 필자가 지목한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주인공에 관한 것도 있지만  이런 마을사람들이 주는 어처구니없는 힌트를 바탕으로 스코프라든가 안경 등의 키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때문이다.

<-- 당시 기분은 패미컴을 밟고 싶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제작사마저도 확실히 ‘이거다’라고 정해놓지 않은 게임 스토리에 어정쩡한 주인공을 내세워 혼란스러운 시스템을 통해 진행을 강요하는 ‘미래신화 쟈바스’.

결국 필자는 불굴의 투혼으로 이 게임의 주인공은 쟈바스 호의 파일럿에 감정을 이입했고 신지구에서의 악의 무리인 7명의 폭군을 물리치게 되었다.

오프닝이 없었고 게임구성이 굉장히 어설펐지만 나름대로 고생한 만큼의 보람은 느끼게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엔딩 스탭 롤을 기다린 필자는 또 한 번 제작사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이런 캐릭터가 이런 모습으로 등장했고 직업을 선택하니 이런 모습으로 변했다. 필자는 왕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새로운 캐릭터의 모습을 기대했다(뭔가 더 괴스러운 모습이 등장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왜냐!

어정쩡한 왕의 모습을 한 정체불명(엔딩에는 앞서 언급한 주인공과 또 다른 캐릭터가 등장한다)의 캐릭터와 다음과 같은 코멘트가 쟈바스의 대망의 엔딩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こうしてあなたは、この世界の王になりました。おめでとう!”

“이렇게 해서 당신은 이 세계의 왕이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미래신화 쟈바스는 이 문구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괴게임으로 선정될 만하다.

참고로 이 게임이 발매되고 얼마 뒤 당시 에닉스가 ‘드래곤 퀘스트 Ⅲ’를 발매했다. 당시 유저들이 ‘드래곤 퀘스트 Ⅲ’에 열광한 것은 타이토가 발매한 미래신화 쟈바스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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