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판이 표절공화국이라는 오명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현재 상황을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패닉에 빠진 개발실태’라고 했고, 어느 개발자는 ‘게이머들의 사대주의’라고 표현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공방전도 치열하다. 저마다 다양한 근거와 해석을 내놓으며 끝없이 반복하는 헐뜯기는 항상 매듭을 풀지 못한 채 보는 이들의 인상만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게임메카와 넥슨은 이같은 논쟁의 정점에 서 있는 타이틀인 ‘카트라이더’ 개발의 총책임자 정영석 실장과 대담의 자리를 마련했다. |
정말 카트라이더는 마리오카트의 표절작이 분명한가? 아니면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표절논쟁의 희생양이 된 타이틀에 불과한 것일까? 논란의 주체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도 인터넷 한편에선 총성 없는 전쟁만 반복되고 있다. 이 대담의 결과가 게이머들의 의혹을 완벽히 풀어주진 못하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매듭을 풀어볼 때가 됐다는 사실이다.
대담참가자: 게임메카 박진호, 윤주홍 기자, 넥슨 카트라이더개발팀 정영석 실장, 홍보팀 이재교 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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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라이더 개발의 주역. 넥슨 정영석 실장 |
게임메카: ‘표절’이라는 주제를 놓고 넥슨의 개발자와 토론을 나누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먼저 모방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네티즌들에게 카트라이더와 마리오카트의 유사성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카트라이더 개발의 주최로서 이같은 논란에 대해 정실장의 생각은 어떤지 묻고 싶다.
정영석 실장: 현재 다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점은 카트라이더라는 타이틀 하나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제라-그라나도 일러스트 표절건이나 PC방 사태 등 최근 들어 회사가 겪었던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엮여들면서 와전되고 왜곡된 형태로 카트라이더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군중심리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제라와 같은 사례는 우리의 실수라는 사실을 내부에서도 모두 인지하고 있다.
▲ 카트라이더와 마리오카트 |
문제는 우리의 목소리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루머까지 곁들여져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령 카트라이더 PSP 버전의 개발취소나 일본진출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표절 때문이라는 이야기라든가 마리오카트의 개발사인 닌텐도가 실제로 소송을 걸었다라는 문제가 그것인데 이 자리를 빌어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싶다. PSP 버전개발취소와 일본진출은 회사의 정책일 뿐이며 닌텐도에서는 어떠한 입장표명이나 소송준비소식도 듣지 못했다.
게임메카: 지금껏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정영석 실장: 게임런칭 초기부터 지금까지는 표절하지 않은 사실을 두고 내가 왜 이야기를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어서였다. 게다가 특정 매체는 인터뷰에서 언급한 말을 부풀려 해석하거나 짤막하게 편집하는 식으로 의사가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예 표절게임의 원흉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사실을 보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이머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처럼 여기고 있지만 의견이 자꾸 왜곡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였지 못해서가 아니다. |
어느 한 인터뷰에서 나온 “마리오카트라는 게임이 있는지도 몰랐어요”와 같은 파문이 그 예라고 생각한다. 카트라이더 개발 당시 마리오카트: 더블대쉬가 등장한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라는 말이 어떻게 이처럼 와전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게임메카: 본론으로 들어가자.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이 어떤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타이틀이며 어떤 계기로 개발된 타이틀인지 기획자이자 개발을 총괄한 입장으로서 답해달라. 정영석 실장: 비엔비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 장르가 레이싱으로 선택된 것이 ‘계기’다. 모티브를 얻은 게임이라면 정말 수많은 타이틀이 있지만 다른 게임의 단점을 보완한 형태로 흡수 발전시킨 것이지 마리오카트를 온라인으로 옮기겠다는 생각은 하늘에 맹세코 해 본적이 없다. 사실 레이싱게임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테고 말이다. |
실제로 영향을 받았다면 훨씬 더 재미없는 게임에서였지 결코 마리오카트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이렇게 하면 정말 재미가 없구나. 이렇게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식이다. 또 비엔비가 크레이지아케이드로 초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트류의 차량이 등장하는 귀여운 레이싱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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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툰레이서와 드림체이서 |
사실 카트라이더를 기획하고 있을 당시에도 손노리의 카툰레이서, 소프트맥스의 드림체이서 등 수많은 카트레이싱류의 게임이 온라인으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들 게임보다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고 자신했고 그 결과 제작된 게임이 카트라이더였다.
알고 계시다시피 넥슨에는 허들시스템이라는 개발방식이 존재한다. 이것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중에서 수많은 단계를 넘어야 제품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으로 카트라이더 기획 당시에도 스포츠게임 등 비엔비 캐릭터를 이용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존재했다. 카트라이더가 허들시스템을 마지막까지 통과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지 혹자가 언급한 것처럼 표절의도를 갖고 넥슨이 체계적으로 준비한 게임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 한 네티즌이 제시한 비교화면 #1 (출처: psygnus.egloos.com) |
게임메카: 그러나 아이템 등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너무 많은 면이 마리오카트, 특히 마리오카트: 더블대시와 닮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초코보레이싱이라든가 레고레이서, 와이프아웃, 봄버맨레이싱 등 수많은 카트류게임이 마리오카트에서 파생된 개념의 타이틀이었지만 표절의혹이 제기되지 않은 이유는 모두 저마다의 독특한 특징으로 개성을 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트라이더만의 독창적인 개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영석 실장: 독창적인 개념이라… 굳이 예를 들자면 물폭탄을 던져 다른 카트를 갇히게 만드는 것과 같은 개념을 차별성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게임제작에 있어 가장 유념해야할 점은 어떤 부분이 이 게임과 차별되는 것인가보다 어떻게 만들어야 재미있는 게임이 될 수 있는 것인가”다.
사실 카트라이더 초기 기획 당시 물폭탄을 던지는 방법도 좌측이나 우측, 후방, 전방 등 게이머가 의도하는 모든 방향으로 발사되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지금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특징들이 기획에 있었지만 온라인게임은 ‘네트워크’라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만약 카트라이더가 비디오게임이었다면 지금과는 정말 다른 타이틀로 등장했을 것이다. PC의 환경과 수십 명이 오가는 네트워크의 전송속도를 따질 필요 없는 비디오게임이라면 말씀하신대로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카트라이더는 온라인게임이었기에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특징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해야했고 그 결과, 앞에서 달리는 차량을 추적해 맞추는 락온시스템(유도탄)이라든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던져야하는 물폭탄과 같은 개념이 적용됐다. 아이템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많은 게이머분들이 카트라이더에 등장하는 바나나 아이템이 마리오카트의 그것을 배껴온 것이라고 지적하는데, 사실 바나나라는 것은 ‘밟으면 미끄러진다’는 전세계인의 공통적인 개념이 아닌가? |
또 바나나는 비엔비 크레이지아케이드에서도 존재했던 개념이며 이것을 사과껍질이나 기름으로 바꾼다해서 “와 난 드디어 표절의혹에서 벗어나는거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게이머들이 가장 직관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수단을 도입한 것을 두고 무조건 베꼈다고 매도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게임메카: 아이템의 유사성과 플레이방식 그리고 트랙의 유사성을 구체화해보자. 아이템은 당연히 마리오카트와 상당부분 다르다. 마리오의 꽃인 거북이나 스타 등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 밸런스에 맞춰진 동일한 기능성 아이템이라고는 얘기할 수 있다.
이것은 사실 필요에 의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 정도로 기능적으로 흡사한 점이 많다. 비단 바나나 뿐만 아니라 마리오카트의 초록거북이 등껍질과 마리오카트의 유도탄, 별과 싸이렌 등이 그것인데, 일렬로 서 있는 아이템박스의 획득방식도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트랙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정영석 실장: 먼저 아이템박스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아이템박스의 형태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정말 당황스럽다. 물론 사막이라든가 광산맵에서는 다르게 생긴 형태로 아이템이 삽입되지만 일반적인 맵에서 네모난 박스가 일렬로 놓여있다는 사실이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그저 아이템박스를 맵에서 구현하려했던 것뿐이고 박스는 사각형이라는 상식이 적용된 것뿐인데 말이다.
일렬로 아이템박스가 놓이는 형태 또한 매우 다양한 방법을 기획, 시도해본 결과 적용한 개념이다. 아이템이 세로로 나란히 놓여있다면 1등을 달리는 유저가 모두 먹어치우기 마련 아닌가? 가로로 배열된 형태가 뒤에서 달려오는 유저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그것을 게임에 적용한 것이다.
락온시스템을 통한 유도탄이라든가, 물파리, 물폭탄 등 아이템의 유사성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온라인이라는 특징에 적용할만한 가장 재미있는 요소가 가려지는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여겨진다.
난 레이싱게임을 즐기면서, 그리고 카트라이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다이나믹하고 스피디한 전개와 유저들끼리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쟁관계라고 생각했다. 앞서 가는 유저는 최대한 느려지게, 뒤따르는 유저는 최대한 빨리 달릴 수 있는 아이템이 앞서 언급한 그러한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경쟁심을 유발하는 아이템의 형태가 동종의 게임에서 유사성을 띠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트랙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더 할말이 없다. 일부 비슷한 장면을 스크린샷으로 비교해두고 ‘거봐라 이 부분이 흡사하지 않느냐’라고 하면 여느 레이싱게임은 그렇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카트라이더와 마리오카트의 트랙은 절대 비슷한 것이 없다.
게임메카: 그렇다면 앞으로도 카트라이더만의 독창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인가? 정영석 실장: 지금 업데이트된 2nd를 예로 들겠다. 현재 나와 있는 우주맵 말고 개발팀에서 준비한 트랙은 수십배 이상의 것들이 존재한다. 아이템 또한 수십여종 이상 기획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테스트를 거친 뒤 자르고 잘라서 오픈한 것이 지금의 형태다. 혹자는 무슨 게임에서 어느 부분을 베껴왔다고 이야기하고 혹자는 별로 변한 것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
그래서 “너희들은 참 아이디어가 없다”라고 이야기하면 “죄송합니다. 네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우린 우리가 “이렇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어요”라고 잘난 척하기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그런 점을 지적하는 게이머를 위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현재 카트라이더를 즐기는 게이머의 대부분은 큰 변화보다 추가적인 컨텐츠, 즉 차량이라든가 아이템, 새로운 트랙을 원한다. 우리는 이러한 게이머들을 위한 업데이트를 유지해나갈 수밖에 없다.
개발자라면 어느 누가 ‘괴혼’과 같은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고 싶지 않겠는가. 더욱 새로운 것은 차후에 시도하게 될 프로젝트에서 해야 할 일이지만 온라인이라는 상황 아래에서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대로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내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게임메카: 카트라이더 개발팀은 이러한 표절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말씀하신대로 당당하다면 논란을 불식시키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가졌을 법한데? 정영석 실장: 게임 런칭 초기에는 꽤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현재의 개발일정에만 매진하고 있다. 모두 카트라이더는 마리오카트를 베낀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인터뷰도 개발팀에서 말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표절논란이 왜곡된 형태로 변질되고 있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볼 수가 없어 나서게 됐다. |
기자들이나 방송국의 PD들이 “당신 마리오카트 표절했지?”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럼 그 한 마디가 기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방송에서 내가 말한 전부가 되어 네티즌들의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도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다’라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고 싶은 것뿐이다.
“카트라이더가 마리오카트의 표절게임”이라고 주장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표절이 아니라면 모방이라도 한 것이 아니냐, 가슴에 손을 얹고 다른 게임에서 가져온 특징이 하나도 없냐는 말이다. 우리에게 어떠한 대답을 원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서비스되는 수많은 게임들도 먼저 나온 게임의 장점을 계승발전시킨 형태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언젠가 대학에 강연을 하러 나간 적이 있었는데 주제가 공교롭게도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기 위한 개발자의 자세’였던 걸로 기억한다. |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당시 한 학생이 마리오카트의 표절게임을 만들었으면서 이러한 강연을 하는게 우습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적잖이 당황했지만 난 카트라이더의 어떤 부분이 마리오카트와 비슷하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이 앞서 질문해 주신 내용처럼 아이템의 유사성이라든가 트랙 등 많은 부분을 문제로 들었는데 성실하게 대답을 하면 할수록 점입가경이었다. 종국엔 “마리오카트에도 드리프트가 있는데 카트라이더에도 드리프트가 존재한다”라는 문제에서부터 “인터페이스의 색깔이 비슷하다”라는 말까지 듣고 그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에겐 어떠한 설명을 해도 카트라이더는 표절게임이라는 것이다. 표절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내가 하는 모든 설명은 변명일 뿐이다. 난 시드마이어나 피터몰리뉴와 같은 천재적인 개발자는 아니지만 도둑질을 하는 개발자는 아니다. 표절은 도둑질이다.
나에게 도둑질을 했냐고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한다. 나 혼자 듣게 되면 모를까 우리를 모두 도둑놈으로 매도하는 것은 개발자로서 솔직히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게임메카: 그렇다면 개발자로서 표절과 모방, 계승발전이라는 부분에서는 어떤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정영석 실장: 게임이라는 분야에서의 표절은 제도적인 근거가 매우 협소하다. 테트리스처럼 게임의 룰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라이센스화된 캐릭터를 가져오거나 게임소스의 일부분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만이 법적인 제제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현재 개발된 게임에서 표절과 모방, 계승발전의 차이점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며 이는 개발자의 양심에 맡겨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게임메카: 반복되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개발자의 양심에 손을 얹고 카트라이더는 마리오카트의 모방작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정영석 실장: 그렇다. 난 개인적으로 1인칭액션게임을 울펜슈타인3D가 개척했듯이 카트레이싱류의 게임은 마리오카트가 개척한 하나의 ‘장르’라고 판단한다. 앞서 질문해 주신 내용처럼 초코보레이싱이라든가 레고레이서 등 수많은 카트류의 게임 역시 특징적인 면을 제외하면 마리오카트와 유사한 부분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지 않겠는가?
카트라이더도 그렇다. 당초 카트라이더는 스피드전에 기초해 제작된 게임이고 문제시되는 아이템전은 유저층을 넓히기 위해 삽입한 하나의 요소였다. 그리고 지금 유저들이 진행하는 게임형태도 스피드전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상황인데, 유독 마리오카트와 흡사한 부분만을 들고 나와 문제시한다면 어떤 게임이 표절논란을 벗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것을 보고 마리오카트를 모르는 사람까지 카트라이더를 욕하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해질 따름이다.
사실 카트라이더가 동접 2~3만에 불과한 게임이었다면 이처럼 큰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에서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게임이 된 지금 카트라이더는 표절이라는 잣대를 붙이기에 매우 좋은 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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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개설된 이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안티넥슨사이트 |
게임메카: 게임내적인 부분이든 외적인 부분이든 간에 유독 넥슨게임이 표절논란에 많이 시달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정영석 실장: 혹시 이 문제를 ‘신사대주의’라고 생각을 안해보셨는가? 현재까지 대부분의 게임은 일본과 북미지역에서 개발되어 왔고 국내게임은 이러한 게임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아왔다. 유독 넥슨게임 뿐만 아니라 지금 어느 웹진이나 커뮤니티를 가더라도 국내에서 나오는 게임은 일단 유저들이 표절문제를 짚고 넘어간다.
사실 일본과 미국에서 나오는 많은 게임들도 유사한 형태의 타이틀이 많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은 이러한 게임과 조금만 유사한 부분이 있어도 표절이라는 잣대를 들이댄다. 물론 문제가 될 부분도 있었지만 열심히 개발에 매진하는 다수의 국내개발자들에겐 조금 서글픈 현실이다.
게임메카: 앞서 하고 싶었던 말은 넥슨이 게임업계선두주자로서 보여야할 모범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다. 또 좀 더 개방적인 사고방식으로로 대처한다면 논란에 휩싸일만한 점이나 불필요한 오해도 살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정영석 실장: 앞서 설명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이라는 분야에서 획기적이거나 창조적인 개념을 도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왜 만들고 싶지 않겠냐만은 특히나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게임이 아닌 타이틀이 성공하기 힘든 국내시장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말씀하신 것처럼 보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은 약속드리겠다. 또 게이머와의 창구를 보다 넓혀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토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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