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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별, 국가 별로 천차만별! 각국 게임 심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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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온라인게임에 매서운 심의의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4주간 진행된 ‘RF 온라인의 족장월급제 이벤트가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의 판단 하에 게임 자체가 청소년 이용불가로 등급이 조정된 사례가 있었다. 또한 지난 16일에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일부 퀘스트의 사체 훼손 묘사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15세 이용가 등급분류가 도마에 오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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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저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RF 온라인'의 족장 월급제가 사행성 조장 문제로 제제를 받은 사건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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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내 콘텐츠의 과도한 폭력성 때문에 '15세 이용가 등급' 판정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이 등급 심의의 기준이 국가에 따라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6, 과도한 폭력성과 지나친 반사회적 요소 때문에 유럽 지역에서 발매 불가 판정을 받은 ‘GTA: 리버티 시티 스토리스가 국내에서는 15세 이용가 등급 판정을 받아 정식 발매된 사건을 들 수 있다. 당시 해외 게임 웹진들은 이 사건을 기사화하여 국내의 관대한 게임 등급 심의 제도를 부러워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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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성과 범죄의 자유성을 인정하는 반사회적 요소로 유럽 일부 지역에서 판매 금지 처분을 당한 'GTA'

이처럼 각국의 게임 등급 심의는 발매 결정 사항에 따라 해당 국가에 거주하는 유저들을 웃게도, 울게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내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게임 등급 심의 제도의 규정 사항 및 특징을 전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사행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내의 심의 등급제(게임물등급위원회)

국내의 경우, 지난 2006 10월에 출범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 발매되는 게임에 대한 등급 심사를 전담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보건복지부, 문화관광부, 그리고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를 통해 일괄적인 게임 등급 심사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폐쇄적인 성향과 게임에 대한 전문성 부족 문제로 업체와 유저 양측이 모두 등급 심사에 대한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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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국내의 모든 게임물의 등급 심의를 담당하고 있는 게임물등급위원회

게임위의 등급 심사는 철저히 게임의 콘텐츠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박스아트나 동영상, 포스터와 같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외형적인 부분보다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모든 내부 콘텐츠가 심의의 대상이 된다. 콘텐츠를 심사하는 사회적/윤리적인 기준은 범세계적으로 일반성을 획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해당 게임에 따라 별도로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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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급 부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평가 항목

이렇게 내부 회의를 걸쳐 진행된 심의 결과에 따라 게임위는 PC/온라인/콘솔 기종 게임에 총 4개의 등급을 차등적으로 부여한다. 크게 전체 이용가 등급’, ‘12세 이용가 등급’, ‘15세 이용가 등급’, ‘청소년 이용불가로 나뉘는 해당 연령 제한 등급에는 총 7종의 등급 관련 부가 설명을 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해당 부가 설명은 지적 사항의 표현 강도에 따라 총 3개까지의 별 마크가 따로 붙어 유저들과 유저들의 보호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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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사항의 표현 정도를 별의 개수로 표시하여 유저들이 보다 쉽게 심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게임위의 심의 등급이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사행성이다. 게임위가 출범한 계기가 지난 2006년 국내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바다이야기사건이었으니 이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게임위의 등급은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사회적으로 도박을 장려할 수 있거나 실제 게임 내에서 벌어지는 현금 결제에 대한 엄격한 제제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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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위가 설립된 가장 직접적인 사회적 배경이 바로 '바다이야기'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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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치 이후, 해당 내용을 게임위를 통해 재심사받아 이용 등급을 올린 전례가 있는 'WOW: 리치왕의 분노'

게임위는 다른 국가에 비해 온라인게임의 비중이 높은 국내 상황에 맞춰 패치 업데이트에 대한 심의를 따로 심사한다는 특이성을 소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리치왕의 분노확장팩 업데이트 이후, 해당 확장팩에 과도한 폭력성과 잔혹성이 함유되어 있다는 판단 하에 ‘15세 이용가 등급으로 제한 연령을 올린 것을 들 수 있다. 업데이트 내용에 따라 유동적으로 콘텐츠의 성향이 변화하는 온라인게임을 효과적으로 규제하기 위한 세부 심의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유소년층 보호 책임이 강조되어 있는 북미의 심의 등급제(ESRB)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북미 지역의 경우, 정부 산하의 민간 단체 ESRB가 모든 게임물에 대한 등급 심의를 실시하고 있다. ‘ESRB’은 폭력성과 선정성이 만연해있던 게임 시장 상황에서 유소년층 유저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난 1994년 현재 E3를 주최하고 있는 북미 최대의 소프트웨어 관련 단체 ESA에 의해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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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지역에 발매되는 모든 게임물의 등급을 심의하는 공식 기구, ESRB

ESRB의 설립 배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준 문제적 타이틀은 과도한 폭력성으로 문제시되었던 모탈 컴뱃과 어드벤처 게임 나이트 트랩이렇게 두 가지이다. 특히 나이트 트랩의 경우 폭력성 외에 필요 이상의 선정성을 소유하고 있어 국내의 바다이야기처럼 당시 북미의 정치/사회적인 분야에서 큰 이슈로 떠올라 현재 ‘ESRB’가 설립되는 데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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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의 ESRB 설립 배경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모탈 컴뱃'과 '나이트 트랩'

때문에 북미의 심의 등급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폭력성이나 선정성 혹은 약물 등 유소년들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반사회적인 요소이다. 때문에 북미 지역에 발매되는 타이틀에는 연령 등급과 함께 해당 연령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박스 아트 뒷면과 관련 동영상 앞부분에 분명하게 실어 소비자들이 해당 타이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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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의 ESRB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폭력성이다

ESRB의 이러한 철저한 정보 제공은 북미 지역의 부모들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북미 지역은 자녀가 게임을 구입할 때, 부모가 대동하여 해당 타이틀의 등급과 세부 사항을 꼭 체크하도록 권유하여 심의 등급이 제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미국의 Kaiser 패밀리 재단의 설문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 북미 지역의 경우, 부모의 92%가 자녀의 게임 구매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 중 63% ESRB가 부여한 연령 등급과 부가 설명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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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RB의 연령 등급 마크, '전체 이용가 등급' 부분을 세 개로 세부적으로 구분한 것이 큰 특징이다

북미의 게임 심의 등급은 정식 발매가 되지 않은 타이틀에 부여하는 등급 보류판정을 포함하여 총 8개로 구분된다. 전체적으로 국내 게임 연령 등급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전체 이용가 등급을 3세 이상의 어린아이들부터 이용할 수 있는 C등급과 6세 이상의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KA 등급,마지막으로 국내와 동일한 전체 이용가 등급 수준의 콘텐츠를 함유한 E등급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세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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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패키지는 물론, 홍보 영상에도 이렇게 심의 사항에 대한 자세한 부가 설명이 붙는다

또한 철저히 게임의 콘텐츠에만 집중하는 국내와 달리 북미의 ESRB는 광고 영상이나 포스터 등, 게임 홍보 부분의 전반적인 것까지 철저하게 규제한다. 특히 17세 이상의 성인만 이용할 수 있는 ‘M 등급이상의 타이틀의 경우 유소년층의 시청률이 35% 이상을 기록한 TV 프로그램이나 17세 이하 독자 비율이 45% 이상을 차지하는 잡지에 해당 게임에 대한 광고를 실지 못하게 규제하는 등, 철저한 사후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규제보다는 정보 전달에 초점이 맞춰진 일본의 심의 등급제(CERO)

그 어떤 나라보다 게임이 차지하는 콘텐츠 사업 비중이 높은 일본은 각 유통사에게 자율적으로 맡겨오던 등급 심의를 2006 6월 설립된 공식 기구, CERO가 전담하도록 교체하여 소비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게임 소프트를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였다. CERO의 연령 제한 등급과 기타 세부 사항은 북미의 ESRB를 롤 모델로 삼아 고안되었으며 모든 게임의 등급 심사는 신청 7일 안에 모든 과정이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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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지역에 발매되는 모든 게임물의 심의를 담당하는 CERO

다만 연령 구분에 있어서 북미의 등급 기준과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연령 제한 관련 등급이 총 7개 존재하는 북미와는 달리 일본의 기본적인 연령 등급은 5가지로 간단하게 나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일본 심의 등급에는 데모 게임에 부여하는 체험판등급과 교육용 게임 소프트웨어에 따로 부여되는 교육용등급이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 어느 국가보다 게임을 대중적인 콘텐츠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일본 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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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등급에 특정한 색을 지정하여 박스 아트의 옆면에 표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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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모 게임이나 교육용 소프트웨어에는 따로 '체험판'과 '교육용'이라는 특별한 등급이 부여된다

일본의 게임 심의 등급은 유해한 요소를 규제하는 차원보다는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게임을 매니아적으로 즐기지 않는 20대에서 60대 사이의 일반 소비자를 심사위원으로 선정한 뒤, 이들에게 게임의 주제와 콘셉 그리고 심의상 문제시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한 상세한 DVD 자료를 보여주어 유저들을 포함한 일반 대중의 시선을 통한 실질적인 심사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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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항목에 따른 세부 사항에 따라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게임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심의 등급은 국내와 북미 지역과는 달리 타이틀에 대해 매우 관대하다. 실제로 현지의 소비자 층에게 심의 등급은 검토 사항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등급 심사를 받지 않은 타이틀은 정식 발매가 불가능하다는 사항이 있지만 설사 높은 연령 등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때문에 게임 내용적인 면에 큰 제제가 들어오거나 홍보에 제한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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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최초로 Z 등급을 받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데드 라이징'

따라서 일본의 경우 국내와 북미 게임 시장과는 달리 게임의 심의 등급에 관련한 큰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난 2007 1, 캡콤의 데드 라이징이 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일본 시장에서 성인 이용가 판정의 Z 등급을 받아 화제가 된 사건을 제외하고는 심의 문제로 CESA와 제작사 혹은 유저 사이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전례가 거의 없이 매우 평온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게임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매우 긍정적인 현지의 시장 환경이 이와 같은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준 것이다.

외산 게임을 철저하게 견제하는 중국의 심의 등급제(중국 문화부)

신생 게임 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다른 국가와 달리 등급 심의에 당국 정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현재 중국 게임 시장에는 콘솔 기종 게임보다 온라인게임의 보급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편인데 특히 중국으로 수입되는 외산 온라인게임의 경우, 게임 운영 대리 업체의 자체 심사와 중국 문화부의 관할의 수입 온라인 게임물 내용심사위원회를 통한 정식 심사, 이렇게 2차례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그리고 이 모든 판정에 대한 최종 허가 여부를 중국 문화부에서 최종적으로 내리는 과정으로 등급 심사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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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까다로운 절차로 이루어지는 중국의 게임 등급 심의

또한 여타 지역과는 달리 세부적인 연령 제한으로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이용가로써의 발매 허가/불가로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여타 지역에 비해 심의에서 통과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특히 외산 게임의 경우, 현지에서 이미 판정 받은 심의 내용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통과에 있어서 진통을 겪는 경우가 특히 많다. 현지의 유저의 취향과 시장의 분위기에 맞춰 기획된 다수의 콘텐츠들이 중국 현지에서 규정 대상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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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중국 정부의 관련 부서가 게임 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에 개입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의 게임 심의 등급은 전체적으로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특히 지난 7월에 벌어진 중국 문화부는 조직폭력 및 범죄를 소재로 한 온라인게임들이 청소년들 사이에서 범죄 심리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해당 내용을 포함한 게임에 대한 일괄적인 운영금지 처분을 내린 사건은 중국의 게임 시장에서 당국의 정부가 얼마나 큰 규제력을 가지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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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W, 던전앤파이터 등 각종 외산 게임을 그대로 모방한 동영상이 공개되어 큰 논란을 빗었던 '더나인'의 'WOF', 만약 입장이 반대로 되었다면 중국 당국에서 엄청난 압박을 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중국의 심의 등급의 가장 큰 특징은 외산 게임에게 특히 더욱 까다로운 심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과도한 심의 정책은 자국 자체의 게임 개발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특히 자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외산 게임을 억제해 자국의 개발사에게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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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나인이 퍼블리싱을 담당하였던 'WOW'의 중국 공식 홈페이지

대표적인 예로 올해 4월부터 벌어진 ‘WOW’를 둘러싼 블리자드와 더 나인의 법적 분쟁을 들 수 있다. 블리자드는 2005년부터 ‘WOW’의 중국 서비스를 담당해온 퍼블리셔 업체 더 나인과의 재계약을 파기하고 경쟁사인 넷이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더 나인은 넷이즈 측에 넘겨주지 않았고 블리자드는 이와 관련하여 중국 정부에 총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더 나인도 지지 않고 블리자드를 상대로 상업적인 비방과 재산상의 손실 등을 명분 삼아 맞고소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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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W의 중국 공식 홈페이지에 업데이트 된 서비스 중단 관련 공식 안내문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 소송에 대하여 블리자드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며 사건을 종결지었다. 게다가 올해부터 시행되는 중국 정부의 외국 게임 업체 관련 법률 규정에는 중국 업체가 게임에 관련해 외국 업체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을 경우 해당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는 사항이 명시되어 있어 ‘WOW’는 그 이후 한동안 중국 서비스가 중단되는 악재를 맞이 해야 했다.

국가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유럽의 심의 등급제(PEGI)

유럽 지역의 경우 지난 2000년대부터 출범한 유럽연합(EU)를 중심으로 PEGI라는 통일된 심의제도와 기관을 갖추고 있다. 그 이전인 90년대만 하더라도 각국의 고유의 심의 기간과 제도를 통해 각 게임의 연령 등급을 확정하고 있었다. PEGI의 가입 여부에는 강제성은 없지만 영국, 프랑스, 스페인, 핀란드 등 유럽의 주요 국가 16개국이 가입을 한 상태라 자체적으로 심의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도 이 PEGI의 심의 규정을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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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지역에 발매되는 게임물에 대한 전반적인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PEGI'

PEGI는 게임을 포함하여 교육용으로 제작되는 놀이 형태의 DVD 타이틀도 동시에 등급 심의를 정하고 있다. PEGI의 등급은 총 5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콘텐츠의 표현 정도에 따라 3세 이상, 7세 이상, 12세 이상, 16세 이상 그리고 완전한 성인을 위한 18세 이상으로 구분된다. 해당 등급에는 약물 사용, 공포나 두려움, 선정성, 저속한 언어 표현, 폭력 묘사 등 총 6개의 부가 설명이 붙어 타이틀을 구입하는 유저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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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의 연령 등급과 함께 세부적인 심의 사항을 아이콘으로 간단하게 표시하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의 게임 등급 심의의 가장 큰 특징은 각 국가별로 문제시 되는 콘텐츠의 표현 정도가 천차만별로 나뉜다는 것이다. 가장 규제가 심한 국가로 손꼽히는 곳은 세계 2차 대전의 전범이었던 독일이다. 독일은 호주와 함께 게임에 대한 제제 수위가 높은 국가로 유명하며 이와 같은 이유로 시리즈나 커맨드 앤 퀀커’, ‘기어즈 오브 워등의 타이틀이 발매를 거부당한 전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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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도한 폭력성 때문에 독일을 포함한 몇몇 유럽 국가에 발매 금지 처분을 받은 '기어즈 오브 워'

독일의 심의 제도와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2006 12 6, 사람의 신체를 훼손하는 잔인한 묘사가 이루어지는 게임의 발매를 전면으로 금지한다는 조항을 출범했던 사건이다. 이와 같은 조항이 출범된 이유는 같은 해 11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즐겨 했던 한 유저가 독일의 엠스데텐 지방에서 학급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산탄총을 난사하고 자신도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독일 사회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고 당시 독일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소년이 이러한 사건을 벌였던 주요 이유를 카운터 스트라이크플레이에서 온 게임 부작용으로 몰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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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즐기던 현지 유저가 벌인 총격 사건으로 독일 사회 내에서 더욱 부각된 게임의 폭력성

물론 이러한 언론과 전문가들의 판단은 과도한 억측이지만 그만큼 독일 사회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게임에 드러나 있는 폭력성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척도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는 역사적인 특성으로 인해 나치군을 찬양하거나 게임 전면에 나치의 상징인 히켄크로아츠가 드러나는 게임의 발매를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8월 국내를 비롯한 전 지역에 발매된 울펜슈타인의 경우, 유통사인 액티비전 스스로가 독일 현지에 출시된 타이틀을 자체적으로 전량 회수한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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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티비전이 직접 타이틀을 독일 현지에서 회수해간 것으로 유명한 '울펜슈타인'

독일을 제외하고도 유럽의 대부분의 지역은 게임에 드러난 폭력성과 반사회적인 요소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유럽의 국가 중, 문제적 게임에 대해 가장 관대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은 영국이다. 영국의 등급 심의의 정도는 북미나 기타 다른 지역과 그렇게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지 않으며 발매되는 타이틀의 종류나 연령 제한 등급도 일치하는 편이다.

일반 대중들의 인식과 현지 시장의 분위기가 가장 큰 잣대!

이렇게 각 지역마다 천차만별로 변화하는 각국의 게임 등급 심의 판정 제도의 기본 사항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았다. 무엇보다 눈에 뜨이는 점은 게임 유저가 아닌 일반 대중들의 게임에 대한 인식에 따라 심의 등급의 규제 정도가 변화한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의 바다이야기나 독일의 카운터 스트라이크 유저의 총기 난사 사건등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떠오르는 게임 관련 사건에 따라 각국의 심의 기관이 주목하는 항목의 성격이 달라진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한 현지의 게임 시장의 분위기 역시 심의 규정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국내의 경우 온라인게임에 치중되어 있는 시장의 분위기에 발맞춰 전세계에서 최초로 게임의 패치 업데이트에 대한 심의를 따로 시행하는 등, 각국의 유저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일수록 더욱 엄격한 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바른 게임 정보를 제공하여 보다 건전한 게임 문화를 조성하자는 차원에서 발족되는 심의 기관들. 때문에 일반 유저들을 뛰어넘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적절한 규정을 제시하기 위해 그들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이러한 심의 기관의 움직임이 다소 제한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임 역시 파급력이 높은 문화 콘텐츠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만큼 게임과 상관없는 일반 대중들이 게임의 내용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도 없어야겠다. 하루 빨리 게임을 즐기는 유저와 게임을 밖에서 바라보는 입장에 서 있는 일반 대중들을 모두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심의 제도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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