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CPU 안에 그래픽 프로세서를 내장한 ‘빌트 인 GPU’를 선보인 지 8년여가 지났다. 그 전까지는 PC에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는 것이 필수였지만, 내장그래픽인 인텔 HD Graphics가 클락데일 프로세서에 처음 적용된 이후에는 별도로 그래픽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돼 PC 구성이 간소화되는 계기가 됐다. 데스크톱 PC의 출하량이 계속해서 감소하며 내장그래픽의 성능 향상이 PC 산업의 둔화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필요 이상의 성능을 요구하지 않는 사용자들에게 내장그래픽만큼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지난 1월 인텔의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 시리즈가 인텔의 인기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AMD의 약진에 주춤하고 있기는 해도, 압도적이었던 점유율을 쉽게 잃지는 않고 있다. 메인 프로세서와 더불어 내장그래픽의 성능은 PC 시장 전체에서 외장그래픽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 만큼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외장 VGA를 장착하지 않는 것은 사무 업무용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의외로 VGA가 장착된 PC보다 장착되지 않은 PC가 더 많다. 데스크톱과 더불어 노트북 역시 최근의 대세인 휴대성을 위해 내장그래픽을 활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상위 라인업인 i7-7700은 쿼드(4) 코어 8스레드 구성으로 기본 3.6GHz, 최대 4.2GHz로 동작하는 프로세서다. 전력소비도 전작과 같이 65W고, GPU 코어는 전작과 속도는 같지만 10비트 HEVC와 VP9 코덱을 지원해 영상 재생 기술에서 한 걸음 더 진화했다.
경쟁사의 선전 덕분인지, 약간의 걸림돌이었던 가격대가 최저가 기준 약 5만 원가량 내려갔다. 가장 저렴하게는 32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는데, 성능 대비 가격대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내장그래픽과 더불어 사용하거나 외장 그래픽카드와 함께 사용할 때 모두 높은 성능을 앞세운 범용 PC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다.
고해상도 동영상 재생능력
▶ 4K 재생 원활, 인코딩도 문제없다!
i7-7700의 내장그래픽은 코덱 지원이 향상돼 FHD 이상의 고해상도 영상 재생도 문제가 없다. 4K UHD 블루레이 디스크를 화질 저하 없이 인코딩한 파일을 재생할 때도 CPU 점유율은 평균 25% 정도고, RWD/FF 키를 사용하지 않으면 점유율은 20% 아래로 떨어진다. 일반적인 720P 화질의 TV 프로그램 재생에는 10%도 사용하지 않고 재생할 수 있다. (본 테스트에는 B250M 메인보드, 8GB RAM, 120GB SSD, 500W PSU를 사용했다.)
저장된 영상 파일이 아니라 고해상도 스트리밍에도 i7-7700에서 필요한 소스는 10% 정도다. 유튜브에 등록되는 4K 해상도가 UHD 원본보다는 떨어지지만, 트랙킹을 하지 않으면 점유율 10%도 필요가 없다. (점유율과 별개로, 걸그룹 에이핑크는 해상도에 관계없이 사랑스럽다)
과거 당구 실력을 높여보고자 프로 선수들의 영상을 녹화해 보곤 했다. 지난해 4월에 딱 10분 분량으로 녹화해 둔 FHD 60FPS 해상도의 TS 파일은 용량이 3.6GB 정도였다. 이를 곰인코더의 기본 설정을 이용해 720p 화질의 파일로 변환해 봤다. (주로 다음 팟인코더를 사용하지만, 카카오TV와의 통합으로 서비스 제공이 중지됐다)
10분 분량의 동영상 파일은 화질에 따라 용량이 천차만별이다. 원본에 가까운 파일을 720P로 인코딩하니 예상 용량이 234MB로 측정됐다. 화질이 크게 떨어지진 않고도 원래 용량의 7% 정도로 줄여 보관할 수 있다. 보통 TV 프로그램을 녹화한 파일은 인코딩 작업을 통해 보관해야 저장 용량을 줄일 수 있다. 곰인코더는 설정에서 CPU의 코어를 몇 개 사용할지 결정할 수 있는데, i7-7700은 8개의 스레드를 제공하기 때문에 8개 이상으로 설정하거나 자동 설정으로 두면 된다. 위 스크린샷처럼 8개의 코어를 모두 사용해 효율을 최적화시킨다.
러닝타임의 약 2배 속도로 인코딩 작업이 4분54초 만에 끝났다. 인코딩 중 화면을 보면서 진행하면 속도가 좀 더 느리다.(i7-7700의 경우 약 1.7배 정도로 속도가 떨어진다) 인코딩이 끝난 파일 용량은 처음 예상과 거의 같은 235MB로 만들어졌다.
<인코딩 전>
<인코딩 후>
원본과 720P 변환 파일의 화질 차이는 사실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다. 기자가 사용하고 있는 32인치 WQHD 모니터로는 전체화면으로 두 파일을 봤을 때 약간의 화질 차이가 느껴지는 정도로 확인할 수 있었다. 1920X1080 크기의 TS 파일과 1280X720 크기의 AVI 파일의 화질 차이는 위 사진으로 직접 확인해보기 바란다.
멀티 프로세서 성능
▶ 전문작업도 가능, 사무용으로 차고 넘친다
내장그래픽의 성능이 조금씩이나마 계속 향상되고 있어, 보편적인 전문가용 프로그램 구동 환경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 포토샵의 경우 로딩 시간과 브러시 타임이 동작 성능을 보는 기준 중 하나인데, 하스웰 리프레시에선 멀티 브러싱 정도에도 다음 작업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면, 7700으로는 브러시 작업에 분노의 클릭을 해도 꽤나 쾌적하게 다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i7-7700는 4개의 코어, 8개의 가상 스레드가 기본 속도 3.6GHz, 터보부스트 4.2GHz로 동작한다. 100MHz의 버스 스피드는 고정돼 있고 1 단위의 배수로 속도가 조절되는 방식이다. 오버클럭이 가능한 K 버전 역시 배수를 조절해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CPU-Z 벤치마크 점수는 싱글 스레드 481점, 멀티 스레드 2424점으로 전작의 상위 모델 i7-6700K보다 좀 더 빠르다. 다만 6700K 사용자가 7700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는 없다. 6700K에서 7700으로 교체하는 것은 소위 ‘옆그레이드’에 더 가깝다.
원활한 게임 성능
▶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 무난, 패키지 게임은 외장 VGA 있어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우리의 가장 큰 관심은 게임에 있다.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당연히 외장 그래픽카드를 장착해야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래픽카드를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더불어 모든 게임을 내장그래픽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현재로선 어불성설이다. 향후 개인 PC가 지정된 메인 서버에서 그래픽 성능을 끌어오는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고성능 CPU만으로 고품질 게임 그래픽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최근에는 콘솔 게임을 주로 즐기다가 정말 오랜만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접속했다. 로그인하자마자 카드가 선생이 새로운 퀘스트를 주길래, 위 스크린샷대로 그래픽 설정을 약 3 정도로 맞추고, 해당 퀘스트를 진행하며 10분 단위로 프레임 속도를 체크했다.
▲ '월드오브 워크래프트' 플레이 중 프레임 수치의 변화
최적화의 왕자 블리자드의 게임이지만, 수많은 소스를 실시간으로 구현해야 하는 MMORPG를 내장그래픽으로 즐기는 것은 쉽지 않다. 마을에서 소소한 업무(?)를 볼 때는 딱히 무리가 없지만,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고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필드에선 프레임 수치가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옵션을 5 정도로 높이면 필드에서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기기 어려웠고, 그래픽 옵션을 모두 최저 수준으로 낮추니 평균 50 중반 정도의 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오버워치의 경우 프로게이머들은 프레임 수치를 위해 옵션을 최저로 낮추고 한다고 하는데, 기자와 같은 일반인이 유려한 그래픽을 포기하면서까지 게임을 하는 건 그리 추천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더 높은 성능으로 가기 위한 교두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 성능 향상과 고품질 그래픽에 대한 욕구 역시 계속 커질지언정 눈이 낮아지진 않는다. 인텔 i7-7700 프로세서는 그 자체만으로도 고성능이라 불릴 만한 제품이지만, 고용량 RAM이나 외장 그래픽카드와의 조합으로 그 상한선을 더욱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처음에는 캐주얼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가 그래픽카드 없이 PC를 맞추고, 이후 스팀에 눈을 떴을 때 그래픽카드를 추가하는 걸 상상하면 된다. 더 많은 예산을 가지고 더 높은 성능의 PC를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적당한 가격대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는 기준점을 맞추는 것이고, 이는 변하지 않을 조립 PC의 숙명이자 사명이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 테크니컬라이터 황연종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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