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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言] '표류소년130' 골드파우치의 크라우드 펀딩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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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言]은 스타트업/독립개발팀을 방문하여 게임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고, 뜨거운 열정과 비전을 소개하여 알리는 코너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팀 및 개발사는 담당기자(orks@gamemeca.com)에게 게임과 팀 및 개발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어떠한 혁신 없이 흥행공식만 쫓는 소위 AAA급 게임에 다들 지쳐갈 즈음, 게임 업계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열풍이 불어왔다. 대중(Crowd)에게 모금(Funding)한다는 문자 그대로 거대 자본의 간섭 없이 뭇 유저가 십시일반해 개발을 지원한다는 획기적인 발상. 재능 있는 개발자들이 시장 논리에 얽매이지 않으며 정말로 유저만을 위한 작품을 만든다는 비전은 훌륭했다.

그러나 결과물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금이 선행되는 구조는 ‘먹튀’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기대를 모았던 몇몇 프로젝트가 실망스럽게 종결되자 유저들은 이내 지갑을 닫아버렸다. 국내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 또한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 때문에 적잖은 독립개발팀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쉽사리 모금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자칫했다가는 모금은 고사하고 되려 유저의 눈총만 받고 끝날 수도 있기에.

이런 악재 속에서 한 차례 크라우드 펀딩에 실패하고 2차 도전을 준비 중인 팀이 있다. 바로 모바일 샌드박스 어드벤처 ‘표류소년130’을 들고 나온 골드파우치. 1차 모금 당시 이미 상당 부분 완성된 콘텐츠와 성실한 개발 보고로 주목을 받았으나 결국 목표액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과연 지난 실패에서 얻은 경험은 무엇이며 어떤 각오로 다시금 ‘텀블벅’에 섰을까? 3개월 만에 돌아온 골드파우치 서진용 개발자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골드파우치
▲ 독립개발팀 골드파우치 서진용 개발자를 만났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言 우선 팀 골드파우치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서진용: 당초 프로그래머 친구와 함께 팀을 결성했다. 둘 다 게임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비슷한 갈망을 품고 있었다. 어릴 적 즐겼던 추억의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은데 막상 어른이 되어보니 그런 것은 더는 취급하지 않더라. 마침 2년 전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면서 의기투합했고, 이후 아트를 담당하는 동료가 한 명 더 합류했다. 현재 프로그래머 친구는 잠시 다른 일에 매진하느라 2인 체재로 유지 중이다.

전작으로는 ‘고고히어로’와 ‘까칠한 네티’라는 간단한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고고히어로’는 팀 결성 초기에 합을 맞추고자 2주 만에 가볍게 만들었고, ‘까칠한 네티’는 셋으로 충원된 후 제작했는데 유저들이 보내온 사진 속 고양이를 게임에 등장시켜 소소한 화제를 모았다. 이후 어느 정도 기반이 잡혀서 보다 장기 프로젝트로 선택한 것이 ‘표류소년130’이다. 또한 별도로 작은 작품을 하나 더 준비 중이다.

言 간판이 왜 골드파우치인지 궁금하다. 일확천금을 노린 건가

서진용: 그럴리가(웃음). 요즘에야 게임 속 재화가 다양하지만 내가 어릴 적에는 오직 금화뿐이었다. 난투 끝에 몬스터가 쓰러지며 금화를 딱 떨궜을 때 그 순수한 즐거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재미를 상징한다. 그래서 ‘골드드랍’ 등 몇 가지 시안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골드파우치’로 결정했다.


▲ 몬스터가 금화를 떨굴 때 느끼는 순수한 즐거움이 담긴 로고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言 본격적으로 게임 얘기를 해보자. ‘표류소년 130’를 소개해달라

서진용: 고등학생 ‘핀’과 친구들이 탄 비행기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인도에 추락하여 생존해나간다는 것이 메인 스토리다. 이 섬은 약간 판타지스러운 수수께끼가 숨겨진 장소로, 총 8개 지역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소재를 얻고 조합하여 각종 도구를 제작할 수 있다. 게임 내 모든 오브젝트를 조사하고 만져보고 도끼질하는 등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날짜 개념이 있어서 낮과 밤의 행동력을 모두 소진하면 다음날로 넘어간다. 아무래도 밤에는 낮보다 행동이 제한되지만 이때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도 존재한다. 표류 기간은 총 100일이며 섬의 수수께끼를 파헤치는 메인 스토리를 다 깨지 못했더라도 날짜가 다 지나면 진행 상황에 맞춘 엔딩이 나온다. 따라서 진엔딩 외에도 다양한 결말이 존재한다.

言 표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소재다. 어떻게 이런 콘셉트가 나왔나

서진용: 처음부터 무인도 생존기를 상정한 것은 아니었다. 앞선 ‘까칠한 네티’를 만들며 인벤토리 기능을 구현하는데 자신감이 생겼다. 소재를 가방에 넣고 빼고 이를 조합하여 아이템을 만드는 시스템이 탄탄하게 구축되자, 이걸 잘 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기획이 이어졌다. 여기에 넓은 필드를 돌아다니며 소재를 모으는 아이디어가 결합되다 보니 지금의 형태가 됐다.


▲ 수수께기의 무인도에서 펼쳐지는 생존 어드벤처 '표류소년130' (영상출처: 골드파우치)
크라우드 펀딩 링크
[텀블벅]

言 여담이지만 제목에 붙은 130이 무슨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다

서진용: 표류 기간이 100일이라곤 했지만 이건 플레이 기준이고, 스토리상 연출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합치면 130일 정도가 된다. 그냥 ‘표류소년’은 조금 심심하기도 해서 이걸 붙이면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言 ‘표류소년130’에 담긴 골드파우치의 개발 철학은 무엇인가

서진용: 거창한 개발 철학은 없다. 그저 구현하고자 마음먹은 바를 제대로 완성하여 게임을 출시했을 때 그 부분만큼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으면 한다. 독립 개발은 결국 스스로와의 싸움이기에 외부적인 성과만큼이나 내부적인 역량 함양이 중요하다. ‘까칠한 네티’ 인벤토리 기능이 차기작을 위한 밑거름이 됐듯 ‘표류소년130’을 통해서도 팀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길 바란다.

言 그렇다면 ‘표류소년130’에서 얻은 개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

서진용: 이번 작에서 최초로 캐릭터가 돌아다닐 수 있는 필드를 구현했다. 고전게임 느낌을 살리기 위해 도트 타일 형태로 제작했는데, 실제로는 이게 다 3D 구조다. 여러 레퍼런스를 찾아봐도 아예 2D거나 3D만 있지 이런 형태는 없더라. 또한 모바일에 최적회된 조작과 연출도 전작보다 훨씬 명쾌하게 변했다. 탄탄한 기능 구현이 ‘까칠한 네티’의 성과라면 이번에는 기능을 기반으로 하는 보다 구체적인 시스템 완성도를 챙겨가고자 한다.


▲ 고전게임의 향취가 느껴지는 도트 타일이지만 실은 3D 구조다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言 확실히 어릴 적 즐겼던 게임들이 떠오른다. 개발에 영감을 준 작품이 있나

서진용: 팀원 모두 게임을 무진장 좋아하고 참 많이 해봤다. 어릴 적 즐겼던 게임들의 멋진 점을 이리저리 끌어오다 보니 명확히 어느 하나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에 앞서 유심히 본 작품을 꼽자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 게임 ‘무인도 이야기’, ‘역전재판’, ‘카마이타치의 밤’ 정도. 이스터에그로 ‘윌슨(캐스트 어웨이 속 배구공)’도 넣었다.

言 무인도 이야기는 알겠는데 역전재판이랑 카마이타치의 밤은 의외다

서진용: 본래 ‘표류소년130’은 RPG처럼 필드에 존재하는 NPC를 만나 대화하는 방식이었는데 모금 실패 후 콘텐츠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일러스트만 나오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렇게 대화만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게임으로는 ‘역전재판’이 최고였다. 또한 ‘카마이타치의 밤’은 텍스트만으로 몰입감을 주는 특유의 기법과 멀티 엔딩 시스템을 참고했다.

言 일러스트 등 전반적인 아트가 호평이다. 어떤 콘셉트로 작업했나

서진용: 아트 담당 최다혜 개발자와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막역한 사이라 충분히 상의를 거친 후 작업에 돌입했다. 무인도 생존기를 표방하고 있지만 ‘캐스트 어웨이’처럼 지나치게 현실적이지도 그렇다고 아주 판타지스럽지도 않길 바랐다. 그래서 캐주얼했던 ‘까칠한 네티’보다 캐릭터 등신을 조금 키우면서도 너무 진지해지지 않도록 중간 지점을 찾으려 애썼다.


▲ 인게임 그래픽과 함께 유려한 일러스트가 호평을 받았다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言 아쉽게도 ‘텀블벅’ 1차 모금에 실패한 바 있다. 무엇이 원인이라 판단했나

서진용: 한마디로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지식이 너무 부족했다. ‘표류소년130’은 본래 외부 지원을 받을 계획이 없었는데 개발 기간이 길어지는 바람에 자금을 확보해야 했다. ‘텀블벅’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급히 준비하느라 미처 사전조사가 충분치 못했다.

막연히 생각했던 크라우드 펀딩은 ‘우리가 이러저러한 게임을 만들고 있으니 후원해주세요’였는데, 실제로는 후원을 겸하여 실험적인 상품을 구매하는 마켓에 가깝더라. 따라서 전략적으로 적정한 후원금을 책정하고 특전도 제공해야 했는데 우리는 그냥 ‘준비한 것은 변변찮지만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후원 부탁합니다’ 수준이었다.

言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2차 모금에서는 개임 내외로 어떤 변화를 주었나

서진용: 게임 외적으로는 후원금 가격대를 세분화하고 각각에 적정한 특전을 재배열했다. 아트북이나 스토리북은 실물이어야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디지털로 감상할 수 있도록 PDF나 월페이퍼 이미지를 보내달라는 요청이 많아 이를 추가했다. 따라서 소액 후원으로도 얼마든지 참여가 가능해졌다. 물론 크게 도와주시는 분들께는 실물 특전을 보내드리겠다.

게임 내적으로는 스케일을 줄여가고 있다. 1차 모금에 실패하며 ‘표류소년130’에 관심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당초에는 수익에 따라 내부 콘텐츠를 장기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구조였다. 가령 꾸미기 기능은 향후 장식을 계속 내놓으며 콘텐츠를 확장시킬 수 있는데 생각보다 유저 반응이 없으면 그대로 속이 텅텅 빈 기능이 돼버린다.

사냥도 마찬가지다. 1차 모금 때만해도 전투 콘텐츠가 있었다. 그런데 무기를 만들고 몬스터를 사냥하는 번거로운 행위에 비해 실제로 얻을 수 있는 소재는 가죽, 고기 정도로 한정된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밀접한 관련도 없는지라 허울뿐인 시스템이 될듯하여 고심 끝에 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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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모금 실패를 거울 삼아 후원금 가격대 및 특전을 다양화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言 크라우드 펀딩은 양날의 검이라고들 한다.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가

서진용: 개인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무섭다. 이미 부정적인 사례가 너무 많고 실제로도 하루가 다르게 게임 관련 모금이 줄어들고 있다. 후원 형태이긴 하지만 금액에 걸맞은 특전이 제공돼야 하고 투자한 보람이 있는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그런 좋은 선례가 많아지길 바라며 물론 우리도 그래야만 하겠지. 그렇기에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어려운 마음가짐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아무리 크라우드펀딩이 어려워도 우리 같은 고지식한 독립개발팀에게는 거의 유일한 자금 확보 수단이다. 퍼블리싱이나 투자에 대한 고려 없이 유저의 성원만으로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을 있는 그대로 유지해나갈 수 있는 길은 이것뿐이다. 그렇기에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고 다시금 모금에 도전하게 됐다.

言 개발 보고를 보면 상당부분 완성된 듯 보이는데 어느 정도 진척됐나

서진용: 실은 1차 모금할 때 거의 완성 단계였는데, 규모에 대한 방향성을 다시 잡으며 되려 작업량이 증가했다. 덜어낸 콘텐츠와 맞물리는 각종 시스템이 오작동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손보는 중이다. 그래도 연내에는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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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사라진 전투 시스템과 각종 몬스터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言 만약에 2차 모금도 실패한다면 게임은 영영 못 나오는 건가

서진용: 이미 개발 규모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정말 특별히 자금이 생기지 않는 이상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만 나올 수 있는 게임이다. 만약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더욱 철저히 준비해서 3차 모금에 도전해야겠지. 할 수 있는 데까지 타협하지 않고 유저 후원에 걸어보고자 한다.

言 모금이 성황리 마무리된다면 최종적은 콘텐츠 분량은 얼마나 될까

서진용: 수집할 수 있는 수많은 소재와 조합법이 있고 멀티 엔딩 시스템이기에 수 차례 반복해서 즐길 수 있다. 구체적인 플레이 타임을 체크하진 않았지만 모든 엔딩을 전부 찾으려면 상당히 오래 걸릴 것이다. 한번에 쭉 깨기보다는 언제든 생각날 때 꺼내서 2, 3회차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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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수집 요소는 물론 멀티 엔딩으로 오래 즐길 수 있다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言 스팀에서 여러 샌드박스 생존게임이 인기인데, PC 지원 계획은 없나

서진용: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당초 프로젝트를 처음 기획한 의도가 ‘고전게임의 재미 요소를 모바일 환경에서 간편하게 즐긴다’이기 때문. 당연히 조작이라 여러 부분이 모바일에 최적화되로록 신경을 많이 썼다.

言 소규모 독립개발로 여기까지 해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서진용: 온통 어려운 일뿐이다. 20대 내내 번 모든 자금을 지난 2년간 모두 소진했다. 두 번의 사무실 이전이 있었고 끝내 자택에서 일하고자 이사까지 했다. 막연히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든다곤 하지만 그 프로세스를 갖추기까지 보이지 않는 싸움이 이어진다. ‘표류소년130’ 정도 규모만 돼도 작업량이 어마무시하다. 내외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변수도 쏟아지고. 하루하루가 불빛 하나 없는 어둠 속을 걷는 고달픈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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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불빛 없는 어둠 속을 걷는 심정으로 개발에 임한 서진용 개발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言 ...너무나 암울한 답변이다. 반대로 소규모 독립개발의 장점은 없나

서진용: 흔히 독립개발의 장점으로 수익을 전부 가질 수 있는 점을 꼽는데 우리에겐 별로 해당이 없다. 수익을 위해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적 꿈꾸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실험과 노력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후원 목표에도 ‘다음 게임을 계속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적었다.

진짜 장점이라면 나 외에 아무도 동의하지 않더라도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러한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온전히 게임을 만드는 시간에 미쳐있을 수 있고 이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진지하게 여기는 값진 경험을 해본다는 것.

言 이처럼 힘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개발하는 매력이란

서진용: 우리는 정말로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90년대를 지나오며 아케이드와 콘솔, 패키지 게임을 두루 접하고 온라인과 모바일의 태동기를 목도했다. 어릴 적 정말이지 멋진 게임을 하며 ‘지금 느낀 재미를 나중에 꼭 써먹어야지’하고 생각했는데 그사이 시대가 너무 많이 변해버렸다. 더는 내가 알던 ‘멋짐’이 통용되지 않는다. 그것이 여전히 아주 매력적임에도 말이다.

결국 꿈꾸던 개발자가 되고도 원하는 게임을 만들지 못하는 공허함만 남는다. 아마도 독립개발에 나서는 많은 분들이 이러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멋지다는 믿는 것을 직접 개발하고자 다짐했고 다행히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활로에 힘입어 계속해서 도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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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우드 펀딩에 힘입어 스스로 멋지다고 믿는 것을 개발해간다 (사진출처: 화면 갈무리)

言 새로이 독립개발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서진용: 앞서 얘기했듯 재미있는 개발이란 없다. 조직에서 받는 월급이나 스타트업 투자금, 출시 후 일확천금 등의 꿈은 전부 잊기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 생각했던 스스로의 모습이 지금과 다르다면, 그래서 꿈을 이루고자 이 길을 택한다면 뜨거운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言 ‘표류소년130’을 만들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서진용: 작업실 벽에 ‘표류소년130’ 일러스트를 잔뜩 인쇄해서 붙여놓았는데 언제부턴가 우리집 고양이가 하나씩 뜯어가더라. 무슨 마지막 잎새마냥 저 모든 일러스트가 떨어지는 날 게임이 출시될 거라고 우스갯소릴 했는데 정말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제 한 장 남았다.


▲ 요 귀여운 녀석이 바로 문제의 고양이 '네티' (사진출처: 개발자 카카오톡 프로필)

言 골드파우치가 앞으로 펼치고자 하는 포부가 궁금하다

서진용: 큰 포부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게임을 좋아하며 자란 우리에게 계속 개발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당장은 이것이 유일한 목표이다.

言 독립개발(인디)의 경계가 참 모호하다. 골드파우치에게 인디란

서진용: 인디에 무슨 경계와 조건을 만들어 체크하는 것부터가 본래 의미에서 벗어나지 않나. 인디란 어떠한 자격도 아니고 게임 장르도 아니다. 거대 자본이나 퍼블리셔 개입 없이,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는 비전이라도 도전하는 것. 우리 인생에서 사라진 소중한 무언가를 다시 찾아오는 일. 우리가 멋지다는 생각하는 바가 곧 개발 방향성이 되는 프로젝트. 그런데 이걸 구구절절 말할 수 없으니 흔히 쓰이는 표현이 인디 아닐까.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인디 프레임에 속할 수 있는지 모르겠고, 여기에 연연하지도 않는다. 그보다는 게임을 더욱 멋지게 완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감이 쌓여있으니까. 게임뿐만 아니라 모든 인디씬에서 이 단어가 갖는 무게는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설령 우리가 성공한다 해도 남들의 기준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인디가 각자 기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길 응원한다.

言 끝으로 게임메카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고픈 인사말은

서진용: 게임메카와 같은 좋은 매체를 통해 게임을 소개하고 우리 얘기도 들려드릴 수 있어 뜻 깊다. ‘표류소년130’이 지닌 방향성을 좋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실 때마다 그러한 기대에 걸맞은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변하지 않고 우리 비전대로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후원에 대한 가장 합당한 보답이 아닐까. 언제나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한다.

표류소년130
▲ 부디 '표류소년130'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길 응원한다 (사진출처: 골드파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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