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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등급 게임 인터넷 방송, 청소년에게 무방비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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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 스트리밍 방송들 (사진출처: 아프리카TV)

게임을 눈으로 보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예전에는 방송국에서 중계하는 e스포츠 채널 정도가 유일했지만, 최근에는 개인 스트리머들이 진행하는 인터넷방송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블루홀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흥행 요인에도 BJ들의 스트리밍 중계가 큰 역할을 했다고 풀이될 정도로, 인터넷방송은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방송 시장이 커져 가는 것에 비해 제도적 장치는 뒤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 인터넷방송을 통해 미성년자들에게 여과 없이 비춰지고 있음에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다. 여기에 이를 관리 감독할 게임물관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기관 간 평가 기준까지도 엇갈리고 있다.

인터넷방송, 게임물 가이드라인은 ‘제로’

인터넷방송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여러 번 지적됐다. 지난 주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과도한 선물 기능 및 선정성 등 인터넷방송의 문제점이 여지없이 지적됐다. 국회에서는 인터넷방송 사업자로 하여금 실시간 모니터링 의무화, 방송 정보 일정 기간 보관 의무화,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 등록제, 자율규제 수위 강화 등을 담은 법안이 여럿 발의됐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방송에 대해 사후 모니터링을 통해 조사 및 시정요구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구글(유튜브), 아프리카TV 등 인터넷방송 운영업체는 자사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에 대해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2,000건 이상의 인터넷방송 콘텐츠가 신고됐다. 그러나 해당 기간 중 시정요구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고작 198건이었다. 인터넷방송 규모에 비해 제재 건수가 턱없이 적어, 사실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중계하다 제재를 받은 건은 없다시피 하다. 대다수의 제재 는 BJ가 카메라에 대고 직접 행한 음란, 성매매, 도박, 욕설, 폭력 행위에 대해 취해졌다. 국내 최대 인터넷방송 사업자 아프리카TV 역시 “현재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을 인터넷 플랫폼에서 방송을 하는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관련 법률이 없다. 모니터링 인력이 방송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잔인하거나 잔혹, 선정적일 경우 바로 가이드 메세지를 띄우는 등 조치를 취한다”라며 게임물 중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로 인해 최근 몇 년새 게임 스트리밍 방송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 연령에 근거한 방송 시청 관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 서비스 중인 주요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명을 검색하면, 거의 모든 방송을 별도 로그인이나 본인인증, 연령 확인, 등급 안내 메시지 없이 시청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 방송
▲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배틀그라운드', 방송은 성인인증 없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인터넷방송 관리 주체는 누구인가

게임물에 대해 이용등급을 붙이는 곳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다. 그러나 게임위에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이더라 하더라도, 그것이 방송으로 나갈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임물 이용등급은 사용자가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할 때 적용되는데, 방송의 경우 게임을 매개로 한 제 2의 창작물로 취급되기 때문에 게임위가 아니라 방송 심의기준을 적용받는다.

앞서 설명했듯, 현재 방송물에 대한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담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방송에 대해 신고를 받고, 시정요구 등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다. 자율심의의 경우 업체 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자체 운영정책에 의거해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해하거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콘텐츠에 대해서는 19금 설정을 권고하거나 경고, 제재 조치를 진행한다.

그러나 정작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중계에 대한 별도 조항은 마련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공개한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8조 3호에 따르면, 청소년유해매체물로서 상대방 연령 확인이나 표시 의무 등을 이행하지 않고 제공되는 정보 등은 유통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용불가 게임 콘텐츠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인터넷방송 기업 역시 별도 규정에 따라 유해 여부를 판단하고는 있지만, 게임 스트리밍 방송에 특화된 명확한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 인터넷방송 법적 관리에 사용되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폭력성 관련 내용

가장 쉽고 효율적인 가이드라인은 아무래도 게임위 기준을 수용하는 것이다. 비록 고무줄 심의 논란이 있긴 하지만, 게임위는 현재 국내에서 게임 내용을 전문적으로 분석해 청소년 유해 여부를 판단하고 등급을 매기는 유일한 공적 기관이다. 게임 등급 취지는 미성년자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게임위는 매달 등급 분류한 게임물 목록과 결정사실에 대해 경찰청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 통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게임위 결정 자료가 아니라 별도의 선정 폭력성 판단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즉,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더라도 청소년에게 해가 되지 않을 만한 장면만 방영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게임 일부 장면만을 보여주는 방송 특성을 감안하면, 이는 얼핏 합당한 조치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 중계 대부분이 선혈이나 폭력적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냄에도 제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별도의 기준’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발매금지 게임까지 여과없이 시청, 사실상 무법지역

이처럼 심의기관 간 평가 기준이 엇갈리고 기관 및 업체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사이, 게임 인터넷방송은 무법지대화 되어 가고 있다.

현재 각종 인터넷방송에서는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게임 영상을 여과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차세대 e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과도한 선혈 표현을 이유로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은 바 있으나, 인터넷방송에서는 선혈 효과를 포함한 모든 게임 화면을 고화질로 감상 가능하다. 이 중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콘텐츠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법적 관리 부재가 청소년들의 성인 게임 시청을 부추기고, 나아가 성인 게임 플레이까지 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방송 추이를 보면 자율규제가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청소년과 아동에 대한 보호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자칫 게임방송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이어질까 두렵다”라며 “정부는 인터넷방송 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등급 별 게임물 방영에 대한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깨끗한 방송환경 유지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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