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버워치 리그' 현장 (사진출처: 리그 공식 페이지)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이다’는 내용과 함께 종종 언급되는 내용은 방송 제작 노하우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e스포츠 방송 제작을 전담해온 방송사가 e스포츠 발전에 한몫을 해왔다. e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밑바닥부터 쌓아 올린 방송 노하우가 방송사에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 국내 e스포츠 시장의 큰 강점으로 손꼽혔다.
그러나 최근 e스포츠 방송 주도권이 방송사에서 종목사로 넘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월 11일에 출범한 ‘오버워치 리그’다. ‘오버워치 리그’는 방송 주도권을 종목사인 블리자드가 쥐고 있다. 첫 시즌 모든 경기는 블리자드가 LA에 설립한 ‘블리자드 아레나’에서 진행하며 주최 역시 블리자드다.
e스포츠 방송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서양에서는 게임사가 e스포츠 방송까지 주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리그 오브 레전드’ 북미와 유럽 e스포츠 리그 ‘LCS’를 직접 주관해왔다. 하지만 이는 e스포츠 방송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서양 시장의 이야기이며 전문 방송사가 오래 활동해온 국내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e스포츠 방송사와 종목사 관계가 국내에서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게임사가 e스포츠 방송 주도권을 쥐는 사례가 해외에서 국내에도 점점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 조짐은 국내 시장 여러 곳에서 하나씩 발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e스포츠 방송 주도권 이동 가시화
앞서 이야기한 ‘오버워치 리그’가 글로벌적인 이슈라면 국내에서 진행되는 ‘오버워치’ 대회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는 좀 더 국내 시장에서 피부로 느껴질 만한 지점이다.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의 이전 이름은 ‘오버워치 APEX’다. 그리고 ‘오버워치 APEX’의 주최는 e스포츠 전문 방송사, OGN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주최가 블리자드로 변경되었으며, 이름 역시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로 바뀌었다.
여기에 블리자드는 기존에 ‘APEX’를 진행해온 OGN이 아닌 MBC스포츠플러스와 방송 계약을 맺었다. 이에 OGN은 지난 1월 5일 ‘오버워치 APEX’ 차기 시즌을 제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OGN은 “리그 존속을 위해 블리자드가 요구한 선제 조건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결과적으로 블리자드가 타 방송사와 리그를 진행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 '오버워치 APEX'가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로 변경됐다 (사진제공: MBC스포츠플러스)
블리자드가 MBC스포츠플러스를 선택한 이유는 전통 스포츠 채널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함이다. 기존 게임 팬은 물론 스포츠 시청자들에게 ‘오버워치’ 대회를 보여줄 창구가 필요한 것이다. 국내 외에도 블리자드는 미국 스포츠 채널 ESPN을 통해 e스포츠를 방영하며 스포츠 채널에 대회를 내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실제로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는 물론 ‘오버워치 리그’도 MBC스포츠플러스를 통해 국내에 중계할 예정이다. 종목사 필요에 따라 방송사를 선택한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e스포츠 방송 주도권 이동은 블리자드만의 이슈가 아니다. 국내 주요 종목으로 자리하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라이엇 게임즈가 방송 제작까지 맡으려 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는 현재 서울 종각에 450석 규모 ‘LCK(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전용 경기장 설립을 준비 중이다. 경기장 완공 예상 시점은 올해 9월이며, 내년부터 라이엇 게임즈는 ‘LCK’ 방송 제작까지 맡을 예정이다.
올해에는 국내 방송국, OGN과 스포TV 게임즈가 ‘LCK’ 방송 제작을 맡지만 내년부터는 경기장은 물론 방송까지도 라이엇 게임즈가 진행하는 것이다.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이승현 대표는 11월에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기장을 찾는 단계에서 OGN과 스포TV게임즈에 이와 같은 사실(LCK 방송 자체 제작)을 말했다. 정말 고마웠던 부분은 입장 차이는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 LCK 2017 포스트시즌 현장 (사진제공: 라이엇 게임즈)
종목사가 주도하는 e스포츠 리그, 장단점은?
이처럼 ‘리그 오브 레전드’와 ‘오버워치’, 두 게임은 리그 방송 제작 주도권이 종목사로 넘어가게 된다. 가장 큰 강점은 e스포츠 리그를 진행함에 있어서 발생할 이슈를 바로 체크하고 반영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과 e스포츠 주체가 하나로 통합되며 리그 체계를 잡는 것부터 대회와 패치 간 일정 조율이나 밸런스 조정, 옵저빙 등 관련 내용을 게임사가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즉, 게임과 e스포츠가 좀 더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PC는 물론 모바일 네트워크 환경이 발달하며 TV가 아닌 온라인 중계를 통해 e스포츠를 시청하는 사람이 늘어난 점은 게임사에 유리하다. 지상파 및 케이블 방송을 통하지 않고도 대회를 광범위하게 송출할 온라인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17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e스포츠를 시청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82.1%가 유튜브(온라인∙모바일)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측면은 종목 다변화다. 종목사가 자사 게임에 대한 e스포츠 방송 주도권을 가져가며 기존 방송사의 경우 새로운 종목을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틀그라운드’다. 특히 OGN은 14일부터 시작한 ‘배틀그라운드’ 리그,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 베타’를 출범하며 30억 원 규모의 전용 경기장을 마련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 외에도 ‘섀도우버스’, ‘클래시 로얄’ 등 다양한 종목의 e스포츠 리그를 진행 중이다. 종목사와 방송사가 각각 뛰어들며 e스포츠 시장 전체 파이는 커지는 셈이다.
▲ OGN은 '배틀그라운드' 리그에 집중 중이다 (사진제공: OGN)
하지만 위와 연결해서 생각할 점은 e스포츠 시장에서 방송사가 차지하는 위치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가능성 있는 종목을 발굴하고 이를 성공시켜 롱런을 노렸다. 하지만 ‘오버워치’, ‘리그 오브 레전드’ 방송사에서 시작한 리그가 종목사로 넘어가는 사례가 이어진다면 e스포츠 방송사의 역할은 신흥 종목 키우기에 국한될 수 있다. 리그 하나가 방송사에 오래 머물지 않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종목사에 넘어가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대표 리그 하나를 뿌리로 삼아, 다른 종목 성공을 모색하는 e스포츠 방송사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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