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게임국가기술자격증, 응시자 더 줄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4월 11일부터 ‘게임국가기술자격검정’ 시험 접수를 시작한다. 이 시험은 게임업계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겠다고 마련된 시험이다. 기획, 그래픽, 프로그래밍으로 나뉘며 시험을 통과하면 자격증을 준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것은 2014년에 진행된 국정감사다. 당시 교문위 소속 위원이었던 강은희 전 의원은 “게임 자격증을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왜 그는 자격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자격증이 게임회사 취업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강 전 의원은 “현실적으로 보면 게임업체에서 게임국가기술자격증을 가진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다”라며 “차라리 이를 폐지하고, 비용을 단돈 1원에 목말라하는 중소 게임업체에 지원하는 것으로 방향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언급된 점은 10년 동안 합격자가 4,0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딴 사람도 적은 것이다.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2015년, 2016년, 2017년을 비교하면 응시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5년에는 492명, 2016년에는 463명, 2017년에는 429명이다. 응시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에 전체 응시자가 880명에 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함께 살펴볼 점은 합격자다. 880명이 응시한 2013년과 492명이 시험을 치른 2015년에 합격자는 각각 177명, 148명이다. 응시자는 절반 가량 차이 나는데 합격자 수는 비슷한 것이다. 시험을 보는 사람은 줄어들었는데 합격자가 비슷하다는 것은 시험 변별력이 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임 자격증 시험은 매년 억대 예산이 투입된다. 2015년에는 5억 2,400만 원, 2016년에는 4억 2,400만 원, 2017년에는 4억 원이 들었다. 이처럼 예산을 들이고, 2014년 국정감사에서 ‘자격증을 없애야 한다’라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업계 지망생도 잘 모르는 ‘게임 자격증’의 위치는 여전하다.

일단 이 시험을 주관하는 곳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다. 그리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4년에 한 번씩 문제 출제 기준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 기준을 바꾼 때가 2014년 8월이다. 국정감사가 그 해 10월에 열렸으니까, 출제 기준을 바꾼 다음에 국회가 자격증의 유명무실함을 꼬집은 셈이다. 따라서 2014년에 마련한 기준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국정감사 이후에도 출제 기준은 동일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2014년에 출제 기준을 바꿀 때도 업계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당시 화두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스마트폰 게임에 뛰어드는 게임업체가 많아지며 ‘게임 자격증’ 시험에도 이에 대한 문제가 추가됐다.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게임프로그래밍에 안드로이드OS, iOS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와 스마트폰 개발 언어 항목을 추가한 것이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시험을 앞두고 문제 출제 회의를 열고 있다. 시험은 1년에 두 번 열리고, 시험을 앞두고 문제를 뽑기 위해 전문가들이 모인다. 그 과정에서 최신 트렌드를 시험 문제에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작년에는 VR, AR과 같은 신 기술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진 점을 반영했다.

이러한 노력은 이어졌으나 ‘게임 자격증’에 응시하는 사람은 2015년부터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게임업계 지망생도, 지망생을 뽑는 업체에서도 ‘자격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입장에서는 시험을 활성화시키고 싶다면 학생과 업계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마침 2018년이 ‘출제 기준’을 개정하는 시기인 만큼 ‘게임 자격증’ 시험을 좀 더 현실성 있게 만들기 위한 고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