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게임광고] 핑클 팬이라면 패키지 4개 사야죠

90년대 말, S.E.S와 함께 여성 아이돌 업계를 양분했던 핑클(FIN.K.L). 작년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을 통해 14년 만에 완전체 활동을 하며 다시 화제를 모았는데요, 아마도 오랜 팬들의 숙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덕분인지, 한동안 제주도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던 이효리도 최근 유재석, 비와 함께 TV에 얼굴을 비춰 주고 있어 감개무량하네요.

완전체 4인을 보고 있으니, 문득 핑클의 전성기였던 2000년이 생각납니다. 어찌나 인기가 높았는지, 핑클 멤버들을 소재로 한 게임까지 나왔으니까요. 네, 지금도 연예인 게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 중 하나인 ‘핑클의 패스트푸드’ 입니다.

첫 광고는 제우미디어 PC파워진 2000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이진, 이효리, 성유리, 옥주현 4인의 사진이 실려 있고, 뒤쪽에는 게임 캐릭터들이 버거, 감튀, 음료를 들고 서있네요. 참고로 저 캐릭터 이름은 공모를 통해 ‘나누미’와 ‘드리미’로 결정됐다고 합니다. 참고로 뒤 문장 중에서 다른 건 다 이해해도 “유리, 주현 두 점장은 정말 막강한걸!”은 대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 걸까요?

다음달인 2000년 8월호에는 게임이 발매됨에 따라 패키지 사진이 새롭게 실렸습니다. 패스트푸드 앞치마를 두른 핑클 멤버들이 패키지를 하나씩 들고 있고, 뒤쪽에는 각각의 멤버들을 캐릭터화 한 그림이 그려져 있네요. 추측해보건대, 왼쪽부터 이진, 성유리, 옥주현, 이효리 캐릭터가 아닐까 싶은데, 입고 있는 철제 갑옷은 무대 의상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해석하면 되겠죠?

광고 2면에는 3D로 묘사된 패스트푸드점의 모습과 함께, 패키지 설명이 있습니다. 무려 멤버 수에 맞춰 패키지도 4종으로 출시됐는데요, 각각의 패키지에는 멤버 개인샷이 커다랗게 인쇄돼 있습니다. 특정 멤버 팬이라면 한 개만 사면 되겠지만, 핑클 그 자체를 사랑한다면 4종의 패키지를 모두 사야 하는 실로 악마적인 마케팅…!!

9월호 잡지에 실린 광고 역시 8월호 광고와 내용은 같습니다. 광고를 조금 더 세세히 뜯어보면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를 패러디 한 패스트푸드점 로고들이 보이고, 한때 국내에서 활발히 게임사업을 전개했던 감마니아 로고도 보입니다. 대만 게임사 감마니아는 지난 2000년 한국지사를 설립하며 핑클의 패스트푸드를 출시했으며, 이후 거상, 에버퀘스트 2 등을 서비스하기도 했죠. 2012년 한국에서 철수한 이후에는 대만 관련 뉴스에서만 종종 얼굴을 보였는데, 핑클의 패스트푸드는 감마니아 코리아의 초창기 작품이기도 합니다.

기왕 핑클 얘기가 나온 김에, 핑클 멤버들이 나온 게임 광고를 찾던 중 2003년~2004년에 걸쳐 게재된 라그나로크 광고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그라비티는 이효리와 라그나로크 전속 모델 광고 및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이효리는 10 minute를 내세운 솔로 1집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침과 동시에 유재석과 해피투게더 공동 진행을 맡으며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한편, 핑클은 멤버들이 개인활동을 시작하며 그룹 활동이 뜸해졌던 시기죠.

당시 이효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바로 2004년 3월 PC파워진 표지입니다. 연예인이나 신인 모델 화보를 표지에 자주 실었던 게임피아와는 달리, PC파워진은 실제 인물을 표지에 내세운 적이 손에 꼽거든요. 이효리라는 아이콘이 게이머들에게도 아주 잘 알려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