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에서 팰월드(Palworld)가 봄... 아니, 붐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붐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엔 좀 부족하고, 쿠테타에 가까운 충격적 행보입니다. 출시 4일 만에 배틀그라운드와 카스 2에 이은 스팀 역대 동시접속자 3위로 올라선 이후, 고작 하루 만에 카스 2까지 뛰어넘고 2위로 올랐습니다. 6일 만에 800만 장 판매고를 달성했고, 현재는 영원히 깨질 것 같지 않던 배틀그라운드 최고 동접자 325만 명을 바짝 추격하고 있습니다.
몇 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할 파급력이지만, 흥행 가도를 달림과 동시에 비판의 목소리도 덩달아 거세지고 있습니다. 출시와 동시에 '빠'와 '까'가 이토록 많이 나온 게임은 게임기자 인생에서 처음입니다. 가장 큰 비판은 포켓몬스터와의 유사성입니다. 제작사는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으며 법적 문제가 걸릴 여지도 없다고 밝혔으나, 이 게임이 포켓몬스터를 상당수 벤치마킹 했음은 누구든지 알 수 있을 정도니까요. 당장에 공개 초기만 해도 '어둠의 포켓몬'으로 불리며 빠르게 인지도를 올렸고, 팰월드가 초기부터 빠르게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포켓몬이 쌓아온 인지도와 인기를 밟고 올라선 것임은 자명합니다.
팰월드의 인기 요소 중 하나는 단순히 포켓몬스터를 베낀 것이 아니라, 세계관과 시스템을 교묘하게 비틀었다는 점입니다. 그 방향성은 과거 롤러코스터 타이쿤과 심즈 1 시절부터 이어져와 림월드와 마인크래프트에서 꽃을 피운 잔혹한 플레이입니다. '팰'에게 총을 쏘고, 도축하고, 강제 노동을 시키는 등 현실적이고 어두운 요소를 다수 넣었습니다. 이는 플레이 측면에서 높은 자유도와 즐거움으로 다가오지만, 일부 포켓몬스터 팬에겐 닌텐도와 게임프리크가 지켜온 '동심'을 정면으로 깨부순 것에 대한 반발과 불편함을 줍니다. 상표권 기한이 끝난 곰돌이 푸를 끔찍한 모습으로 비튼 호러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일단 여기서 호와 불호가 나뉘고 나면, 게임성 평가에서도 평가가 갈립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팰월드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야숨)'과 아크: 서바이벌 이볼브드, 림월드, 포켓몬 등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했습니다. 스팀 유저평가 '매우 긍정적(93%)'에서도 볼 수 있듯, 실제 플레이어 사이에서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극찬에 가깝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하고 타 게임의 요소들만 따 온 게임이라는 점을 비판하며 불매 선언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요소를 조합한 팰월드를 두고 혹자는 '김치치즈로제마라탕후루'라고 표현합니다. 개인적으로 팰월드는 김치치즈 어쩌고보다는 잘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가깝습니다. 맛있게 먹는 마니아층이 꽤나 넓지만, 뜨겁고 진하게 내린 정통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한없이 불편한 그런 존재 말입니다. 재료 수급이나 컵 디자인 등에서 타 회사의 디자인이나 방식을 다소 많이 따라한 티가 나기에 여론은 좋지 않아 보이지만,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라며 가게 앞은 문전성시인 상황입니다.
앞으로 팰월드가 어떻게 흘러갈 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서울의 봄에 나온 명대사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가 생각나는 시점입니다. 일단 현재는 성공 같습니다. 다만 나중에 어떤 역풍이 불 지, 후대 평가는 어떠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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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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