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된 동물, 즉 수인을 가리키는 용어인 ‘퍼리(Furry)’는 서브컬처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요소다. 털로 뒤덮힌 북슬북슬하고 귀여운 외모 덕분에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본인이 직접 퍼리 캐릭터가 되기 위해 ‘퍼슈트’라는 인형옷을 입고 코스프레를 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인간과 동물의 묘한 경계에 있는 낯선 외형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대표적인 문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름 아닌 중국에서 최근 퍼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게임 측면에서도 파악할 수 있는데, 최근 중국 개발사 작품들을 살펴보면 퍼리 캐릭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최근 출시된 젠레스 존 제로나 원신, 소녀전선 등 인기 작품에서도 퍼리를 만날 수 있으며, 얼마 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중국 서버는 유명 수인 캐릭터 ‘긴탄’과의 컬래버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지난 1일 출시된 슈팅게임 ‘와일드 어썰트’ 등 아예 퍼리를 소재로 한 신작도 꾸준히 등장한다.
아울러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도 이러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스팀에서 중국어 간체 지원 비율은 전체 언어 중 5위에 불과하지만, 퍼리 소재 게임에서는 2위까지 순위가 상승한다. 그 중에는 와일드 어썰트나 어노멀리 컬랩스 등 중국 개발사에서 제작한 게임도 다수다.
중국이 이와 같은 동향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 규제에 있다. 중국은 특히 선정성과 관련된 규제에 민감한데, 가슴골이나 다리 등 노출이 조금이라도 과하다 싶으면 곧바로 해당 부위가 가려지거나 다른 이미지로 교체되기 십상이다. 예를 들어 ‘레전드 오브 룬테라’의 카타리나 일러스트는 복부가 모두 드러나 있지만, 중국 일러스트에서는 해당 부위가 옷으로 완전히 덧씌워졌다. 원신이나 소녀전선 등 중국 게임도 중국 국내와 해외용 일러스트의 노출도가 차이를 보이는 등, 인간 캐릭터에 대한 노출에 매우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다만 이는 오로지 인간에 한정되며, 퍼리 캐릭터에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퍼리는 인간이 아닌 동물로 보기에 제외된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현 상황을 보면 설득력이 충분하다. 실제로 중국에서 제작된 ‘거병장성전’이라는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퍼리 캐릭터는 다리가 거의 다 드러난 외형임에도, 별다른 검열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처럼 게임은 물론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등 여러 분야에서 노출도가 꽤 높은 퍼리 캐릭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퍼리 소재 콘텐츠가 늘어나고 노출 빈도가 증가한 만큼, 자연스레 중국 전역으로 퍼리 대중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퍼리 모습을 한 마스코트 캐릭터가 상당한 인기를 자랑할 뿐 아니라, 퍼리 캐릭터를 소재로 한 교육 만화도 등장했다. 이에 더해 얼마 전에는 전세계 최초로 퍼슈트 오프라인 매장이 개장하기도 했다.
반대로 서양권과 일본에서는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퍼리’라는 밈에서 알 수 있듯, 아직 독특한 문화로 취급된다. 나아가 국내에서는 퍼슈트를 해외 주문 제작으로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수요도 적다. 비록 ‘퍼리조아’ 등 퍼리 관련 국내 행사가 개최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비주류 문화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이처럼 중국 내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퍼리 문화가 전반적인 게임 업계에 영향을 줄 지는 미지수다. 다만 사람의 취향이라는 것이 자주 접하는 것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퍼리 콘텐츠에 대한 우호도가 급속히 커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중국 게임 시장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만큼, 중국 진출을 노리는 해외 게임사들도 향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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