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기사 > 전체

[1인치] 마이너 게임기 열전: 역대 최고 성능 ‘아타리 LYNX’



닌텐도의 게임보이와 함께 라이벌 경쟁을 벌였던 휴대용 게임기라면 대개 세가의 게임기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또 하나의 게임기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삼파전을 벌였다는 사실을 아는 게이머는 많지 않다. 마이너 게임기 열전 제2회에서는 북미 시장에서 닌텐도와 좋은 승부를 펼쳤던 게임기인 아타리 LYNX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아타리 - LYNX


▲ 아타리 LYNX (사진 출처: I-mockery)

1989년 발매된 닌텐도의 게임보이는 컴팩트한 기체와 함께 게임기의 성능을 최소한으로 줄여서 AA 건전지 4개로 약 4시간의 안정된 플레이시간을 제공하여 휴대용 기기로 밖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중점을 맞추어 설계됐다.

하지만 게임보이가 발매된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발매된 아타리 LYNX는 (당시로써는) 매우 거대한 기체를 자랑했다. 아타리 LYNX는 휴대용 게임기면서도 270mm x 105mm x 40mm의 거대한 크기를 비롯해 전력을 아끼지 않는 호화스러운 성능을 중시했으니 그야말로 휴대성을 도외시한 ‘미국다운’ 호쾌한 하드웨어 설계였다. 호화스러웠던 하드웨어의 스펙은 다음과 같다.


▲ 두손으로 쥐어도 모자랄 만큼의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출처 : plum blossoms)

가로로 약 30c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와 700g에 달하는 무게, 건전지 6개를 집어 넣어도 약 1시간 30분 밖에 플레이 하지 못하는 짧은 구동 시간. 

그러나 아타리 LYNX는 발색 수를 제외하면 그래픽 성능에 관해서 하드웨어에서 지원하는 확대축소 기능, 초당 75프레임까지 지원하는 가변 프레임 조절 기능, 고속 스프라이트 스크롤 기능 등 사실상 별도의 그래픽 프로세서를 채용한 최초의 게임기였다.

이는 슈퍼패미콤이나 메가드라이브보다도 훨씬 앞선 기능이었고 이런 기능들을 휴대용게임기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 당시로서는 확대 축소를 이용해 충격적인 영상을 보여줬던 Lynx의 런칭 타이틀 “블루 라이트닝”
(사진 출처 : Giantbomb)

▲ 큼직한 캐릭터와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했던 Lynx 버젼 '더블드래곤'
당시 패미컴/게임보이용의 '더블드래곤'이 하드웨어 성능상 SD캐릭터를 이용하고
기술들도 간략화 되었으나 Lynx버젼은 거의 완벽한 수준의 이식을 자랑했다.
(사진 출처 : Atari age)

그 외에 재미있는 기능으로서는 하드웨어 자체적으로 플립기능을 지원하여 화면을 상하반대로 뒤집음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 플레이어 모두 편하게 게임기를 사용했다. 또한, 일부 게임의 경우 게임기를 세로로 세워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했다.

▲ 게임기를 세로로 세워 플레이하는 모습은 Lynx의 광고에도 사용되었다 (영상 출처 : 유투브)


애초에 LYNX는 아타리에서 개발하던 게임기가 아니었다. 처음 LYNX는 고전 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그 존재를 알고 있을 ‘캘리포니아 게임즈’로 유명한 Epyx사에서 ‘핸디’(Handy)라는 코드네임으로 개발하고 있던 게임기였다. 하지만 Epyx사의 경영부진으로 인해 단독으로 발매가 힘들어졌고, 외부 업체를 통해 발매하고자 다양한 파트너사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이 중에는 당시 게임보이를 개발 중이던 닌텐도도 교섭 대상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닌텐도 역시 고성능이었던 ‘핸디’에 관심을 보였으나 가격과 구동시간 등의 문제를 이유로 거절하고, 최종적으로는 아타리 2600의 대실패 이후 다시금 게임기 시장에 뛰어들고 싶어했던 아타리가 ‘핸디’의 판권을 따내게 된다. 최종적으로 ‘핸디’는 LYNX라는 이름으로 1989년에 게임보이 직후 그 뒤를 따르는 형태로 발매하게 됐다.


▲ Epyx사의 최대 히트작 캘리포니아 게임즈
30대 유저라면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지도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초기의 히트 타이틀로서는 개발사였던 Epyx사의 명작 게임인 ‘캘리포니아 게임즈’가 있었으며, 발매 다음 해인 1990년부터 91년에 걸쳐 클랙스, 페이퍼보이, 라이거(아르고스의 전사), 닌자가이덴, 블럭아웃, QIX등의 아케이드 이식작을 중심으로 게임보이와는 차별화된 화려한 영상을 보여주는 게임들이 소개됐다. 닌텐도의 게임보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얻으며 괜찮은 판매 추세를 보여주게 된다. 아래에 몇 가지 LYNX 게임의 영상을 소개한다.

▲ 캘리포니아 게임스 (영상 출처 : 유투브)

▲ 블루 라이트닝 (영상 출처 : 유투브)


▲ 닌자 가이덴 (영상 출처: 유투브)


▲ 블럭아웃 (영상 출처: 유투브)

하지만 1991년 4월 세가의 게임기어의 등장과 함께 LYNX는 큰 위기에 빠지게 된다. 

컬러 액정에 의한 화려한 그래픽만이 장점이었던 LYNX는 같은 콘셉트였던 게임기어와 자연스럽게 맞붙을 수밖에 없었고, ‘소닉 더 헤지혹’이나 ‘미키마우스’ 같은 북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캐릭터 게임들을 앞세운 게임기어에게 점점 밀려 2인자 자리를 내주고 만다.

그 후에도 게임보이와 게임기어가 LYNX의 자랑이었던 아케이드 이식작을 연이어 발매하자 서드파티들도 판매량에 비해 많은 개발비가 필요한 LYNX용 게임 개발을 서서히 줄이거나 포기하게 된다. 이에 아타리는 가격인하를 감행하거나 디자인을 개선한 LYNX2를 발매하는 등 유저들의 눈길을 끌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으나 결국 반격은 성공하지 못하고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게 된다.


▲ 디자인이 변경된 Lynx 2 (사진 출처 : asia-team)

하지만 당시의 휴대용 게임기 중 최강을 자랑했기 때문에 성능을 중시하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1995년까지 6년간 생명을 유지했다. 아타리는 1994년에 64비트 차세대 게임기인 아타리 재규어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LYNX의 생산 중단을 발표했으며, 95년에는 소프트웨어의 발매를 중단한다. 이렇게 아타리 LYNX는 총 판매량은 전 세계 약 200만대라는 기록과 함께 게임기로서의 공식적인 생명을 끝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아타리는 LYNX의 공식적인 판매가 종료된 이후 자사의 게임기에는 라이선스를 받지 않아도 게임을 발매할 수 있도록 프리 라이센스를 허락하였고 이를 눈여겨본 몇몇 인디 게임 제작사들이 꾸준히 소프트를 발매했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가장 최근에 발매된 게임은 2009년에 발매된 Zaku라는 게임이다.


▲ 다양한 주변기기들과 카트릿지 패키지의 모습
(사진출처 : Retro Treasures)


▲ 2004년에 발매된 Lynx용 게임인 Zaku의 게임 패키지
(사진 출처 : Zaku 공식 홈페이지)

▲ 'Zaku'의 게임영상 (영상출처: 유투브)

휴대용 게임기면서도 휴대성을 중시하기보다는 게임기로서의 성능을 추구한 LYNX는 대중적인 사랑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세세한 기능성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성능” 에 집중한 미국다운 대담한 콘셉트로 일부 열광적인 팬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1998년에는 이후의 휴대용 게임기에 미친 영향과 공헌을 인정받아 테크놀로지 & 엔지니어링 에미상을 수상했다.


▲ PSP와 Lynx의 크기 비교. 성능대비 크기라는 점에셔 기술의 진화가 정말 놀랍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PSPS about)

2000년 중반이나 되어서야 휴대용 게임기에도 거치용 콘솔처럼 성능을 중시하는 기계가 나오게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타리 LYNX의 설계와 발상은 시대를 한참이나 앞서 가는 개념이었다. 휴대용 게임기로서 유저들에게 매력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독특한 콘셉트로 현재까지도 많은 마니아들에게 사랑받는 아타리 LYNX. 비록 발매 당시에는 큰 빛을 보지는 못했지만 LYNX의 ‘성능 우선 주의’ 발상은 현재의 게임기들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공유해 주세요
게임잡지
2000년 12월호
2000년 11월호
2000년 10월호
2000년 9월호 부록
2000년 9월호
게임일정
2025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