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기자] 기업 시장을 향한 PC 업계의 구애가 뜨겁다. 생산성을 위한 도구로 PC가
기업 시장에서 지속적인 수요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당초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도 PC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IDC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지난해 대비 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감소치 9.8%에 비하면 다소 완화된 수준이지만, 하향곡선의 연착륙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요 PC 및 부품 제조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소폭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그 배경으로는 기업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신규 PC 수요가 손꼽힌다.
최근 인텔이 발표한 2분기 연간 실적 전망에 따르면, 인텔은 앞서 오차범위 내 매출 전망치 기준으로 제시한 130억 달러를 137억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매출 총이익률도 예상보다 1%p 높은 64%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은 PC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한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대해 인텔은 상반기 기업용 PC 수요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XP 지원 종료에 따라 기업들의 PC 교체가 이어지면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분석이다.
HP도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을 통해 PC와 노트북을 판매하는 퍼스널시스템 부문 매출이 7% 증가했다고 밝혔다. HP 퍼스널시스템 부문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연속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HP 역시 기업 시장에서의 PC 수요를 원동력으로 꼽았다.
윈도가 기업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다는 점에서 MS도 기업용 PC 수요 증가의 수혜자 중 하나다. 에이미 후드(Amy Hood) MS CFO는 MS의 윈도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9% 이상 증가했고, 윈도 볼륨 라이선싱 매출도 약 11%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PC 업계가 기업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업무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PC 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태블릿 PC가 급격하게 성장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PC의 생산성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IDC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태블릿 PC 중 기업 구매 비중은 11%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PC 업계의 기업용 시장 공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텔은 최근 스마트러닝 환경에 최적화된 교육 전용 태블릿 레퍼런스 디자인을 발표하고 교육 시장 공략 의지를 천명했다. 교육 전문기업들의 스마트 러닝 생태계 조성에 기여함으로써 ‘인텔 인사이드’ 플랫폼의 입지를 다져 나간다는 전략이다.
AMD도 최근 컴퓨텍스 2014를 통해 선보인 ‘카베리’ 모바일 APU 제품군의 기업용 라인업 ‘AMD 프로 A’ 시리즈를 선보인 바 있다. AMD가 기업 시장을 타깃으로 정조준한 모바일 APU를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AMD 또한 기업용 PC 시장 수요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텔과 AMD의 움직임에 완제품 PC 제조사들도 적극 부응하는 모양새다. 레노버와 HP, 델 등 주요 PC 제조사들은 교육 환경과 산업 현장을 비롯해 비즈니스 전반에 요구되는 내구성과 보안 요소를 강화한 신제품을 하반기에 속속 선보일 전망이다. PC 업계가 기업 시장 수요에 힘입어 역성장의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낼 수 있을 것인지에 주목된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