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최용석 기자] PC시장이 침체되었다는 얘기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PC 시장은 벌써 몇 년에 걸쳐 계속 움츠러들고 있는 중이다.
올해는 바닥을 치고 어느 정도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9일 시장조사기관 IDC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도 전세계 PC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2012년 2분기 이후 감소폭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온 점이 위안이다.
그런데 최근 저가 보급형 조립 PC를 중심으로 모처럼 PC 시장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인텔이 ‘펜티엄(Pentium)’ 브랜드의 탄생 20주년 기념 CPU인 ‘펜티엄 G3258’을 정식 출시한 이후부터다.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20주년 기념 ‘펜티엄 G3258’의 등장
▲ 뛰어난 오버클럭 효율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20주년 기념 '펜티엄 G3420'
펜티엄 G3258은 인텔의 4세대 ‘하스웰 리프레시’ 기반 보급형 프로세서인 ‘펜티엄 G3420’ 모델에서 작동속도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배수(Ratio 또는 Multiplier)’ 제한을 풀어버린 제품이다. 특히 출시 이후 오버클럭 효율이 예상보다 뛰어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PC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CPU를 사면 기본으로 들어있는 번들 쿨러만으로도 본래 속도(3.2GHz)의 140%(4.5GHz)까지 무난하게 오버클럭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이쯤만 해도 단순 클럭 속도만 요구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상위 모델인 코어 i3 제품을 훌쩍 뛰어넘는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펜티엄 G3258은 순식간에 ‘가성비 최고 CPU’로 등극했다.
▲ 좀 더 저렴한 펜티엄 G3258이 i3-4150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이미지=다나와 캡쳐)
현재 7월 10일을 기준으로 상위 모델인 4세대 하스웰 리프레시 코어 i3 프로세서는 가장 낮은 제품도 12만원 전후다. 반면 펜티엄 G3258은 8만원대에 불과하다.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이 가격은 오히려 약 4만원 더 싼 셈이다.
4만원이면 그래픽카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거나, HDD 대신 SSD를 선택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는 동급 성능의 PC를 4만원 가량 더 저렴하게 꾸미거나, 같은 비용으로 한 수 위 성능의 PC를 꾸밀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아직 출시 초기임에도 보급형 PC 시장 달아올라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식 출시된 지 불과 열흘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펜티엄 G3258을 사용하는 보급형 조립 PC에 대한 견적 문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용도에서 펜티엄 G3258가 i3보다 좋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음이 알려지면서 게임용 PC용 CPU를 i3 대신 펜티엄 G3258로 바꾸어 조립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대표적인 예다.
메인보드 제조사들도 발벗고 나섰다. 기가바이트는 저렴한 기존 8시리즈 칩셋 메인보드에 펜티엄 G3258의 오버클럭을 지원하는 바이오스를 새로 업데이트했으며, 애즈락의 경우는 아예 전용 오버클럭 옵션을 가진 메인보드 제품을 발 빠르게 출시했다. MSI는 액화질소까지 동원한 오버클럭으로 본래의 2배 넘는 6.5GHz의 속도를 기록해 세계기록을 세우기도 하는 등 오버클럭 성능을 어느 때 보다도 강조하고 나섰다.
▲ AMD도 i3와 경쟁하던 ‘FX-4300’ 제품을 9만원대의 가격으로 내놓았다.(사진=대원CTS)
그뿐만이 아니다. 평소 ‘가격 대비 성능비’를 포인트로 강조하던 경쟁사 AMD도 이에 질세라 인텔의 i3급을 상대하던 CPU인 ‘FX-4300’ 제품을 펜티엄 G3258과 비슷한 9만원대의 가격으로 내놓았으며, 3만원 상당의 게임 쿠폰까지 증정하는 이벤트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물론 펜티엄 G3258은 아직 출시 초기인 만큼 가시적인 판매량이 드러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PC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휴가철을 눈앞에 두고 있어 열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모처럼 PC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도 사실이다. 업계에선 인텔이 처음부터 펜티엄 G3258을 보급형 PC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구형이 되어버린 8시리즈 칩셋 보드의 재고를 소진시키기 위한 ‘해결사’로 내세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불씨는 당겨진 만큼 2014년 하반기 PC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최용석 기자 rpch@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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