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노동균]
SSD의 강점은 단연 ‘속도’다.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전기적 신호로 데이터를 읽고
쓰는 SSD는 물리적으로 회전하는 디스크 기반의 HDD보다 빠른 속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다만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다는 점이 걸림돌이었으나, 최근에는 128GB 용량 기준
7~8만 원대로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중화에 물꼬를 텄다.
이렇듯 SSD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들은 더 높은 용량대의 제품 또는 더 높은 성능의 제품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여기서 말하는 높은 성능이란 속도는 물론, 데이터를 보관하는 저장장치 특성상 얼마나 보장된 수명을 제공하는 지가 포함된다. 즉, 속도를 넘어 이제는 ‘안정성’이 SSD 소비자의 주요 선택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SSD의 안정성을 논할 때 SLC, MLC, TLC 등 낸드플래시의 종류에 주목했다. SLC와 MLC, TLC는 하나의 셀에 각각 1비트, 2비트, 3비트씩 저장함을 의미하는데, 안정성 면에서는 TLC보다 MLC가, MLC보다 SLC가 높고,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때문에 SLC는 주로 기업용 SSD에 적용되고, 일반 소비자용 SSD는 MLC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나, 최근 들어 TLC의 안정성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이 진행되면서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SSD와 PC 간의 데이터 전송을 관장하는 핵심 부품인 컨트롤러도 중요한 선택 기준 중 하나다. 인텔, 마벨, 샌드포스, 인디링스 등이 대표적인 컨트롤러 설계 업체다. 초기 SSD는 컨트롤러 호환성 문제로 블루스크린이 종종 나타나는 등 불안한 안정성을 보이기도 했으나, 제조사들의 펌웨어 개선 노력으로 이러한 현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오래 사용하더라도 얼마나 성능 저하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가 SSD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SSD는 낸드플래시 특성상 데이터를 쓰고 지우는 과정에서 완전하게 삭제되지 않는 쓰레기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이 때문에 SSD를 설치하고 얼마간은 스펙상의 빠른 속도를 보이다가, 어느 시점이 지나면 속도가 느려지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SSD에서 10GB 이상의 데이터 전송 속도에 대한 테스트를 ‘더티테스트’라고 부르는데, 간단한 벤치마크에서는 수치가 높은 제품들도 3GB 이상 데이터를 쓰면 속도가 몇 분의 일로 떨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특히 PC방과 같이 24시간 365일 PC를 구동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속도 저하 문제가 더 눈에 띄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SSD 제조사들은 대부분 성능별로 엔트리급과 메인스트림급으로 제품군을 구분하고 있다. 메인스트림급 제품은 주로 모델명에 ‘프로(Pro)’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일반 제품보다 읽기 및 쓰기 속도가 소폭 높고, 더 안정된 성능을 바탕으로 보증기간도 더 길게 적용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제품들의 가격은 엔트리급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국내 SSD 시장 1위 삼성전자의 ‘840 프로’ 시리즈는 4일 현재 128GB 제품 기준으로 일반 에보(EVO) 제품보다 약 3만원 비싸게 판매된다. 그럼에도 주요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인기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어 더 안정된 성능의 SSD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 이외에도 도시바, 마이크론의 제품들도 메인스트림급 제품들이 높은 안정성을 내세워 엔트리급 제품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840 프로 시리즈는 일반 EVO 시리즈보다 약 3만원 가량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나, 인기순위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사진= 다나와)
한편, 최근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엔트리급 SSD 시장은 주요 제조사들의 차세대 신제품 출시가 이어지면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이 공급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시장조사기관의 예측도 있어 소비자용 SSD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균 기자 yesno@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