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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 게임강국? 한국은 여전히 게임 안 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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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동성은 게임메카 내 댓글을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메카만평

닌텐도의 오버를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

닌텐도의 새로운 콘솔 Wii가 이번 주 한국에 상륙한다. 한국 닌텐도는 지난 14일 ‘오는 26일 22만원의 가격으로 한국에서 정식으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면에서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일단 지역코드 제한이 걸려있어 한국 정식발매 타이틀 이외의 소트트웨어 구동이 불가능하고 하위기종인 닌텐도 큐브와의 호한도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발매되는 Wii는 오로지 한국만을 위한(?)콘솔 기기인 셈이다.

한국 닌텐도의 Wii 발매 발표에 친히 참석한 이와토 사토루 대표는 이 같은 ‘한국형 Wii’에 대해 ‘철저한 현지화 및 한글화를 통해 게임을 보다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기서 잠깐 이와타 사토루 대표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는 게임을 재미있게 즐기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통해 최대한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거치형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는 유통 시장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국내의 비디오 게임 유통 채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지역코드를 제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단은 납득할만한 이유들을 내세웠지만 이 같은 닌텐도의 제한조치에 대해 콘솔 게이머들은 실망한 눈치다.

ID 피클피망은 "정발되면 무조건 구입한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지역코드 때문에 망설여 지네요. 샀다가 큐브 꼴 나는 것 아닐까요?"라고 망설였고 ID dndmdm은 “코어 유저 아예 버리겠다고 선언 하는 것이죠. 한국독자 코드는 복제 때문에 그렇다고 치고 큐브연동 기능 삭제는 이해가 안 됩니다.” 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ID dndmdm은 곧 “그렇지만 진짜 슈퍼로봇대전, 파판CC, 심포니아2 만 한글화 해줘도 전 정발 Wii조용히 삽니다.”라고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 닌텐도가 한국 시장에 처음 들어와 ‘게임 안 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타겟이다.’라고 외쳤을 때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은? 한국 닌텐도는 장동건, 이나영 등을 기용한 스타 마케팅으로 nds 140만 대의 판매실적을 올리고 ‘우리 덕에 한국 게임인구가 늘어났다’고 큰소리 땅땅 치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스타를 통해 nds라는 생소한(?) 게임기를 멋지게 팔아 치운 것이다.

하지만 nds가 팔린 만큼 소프트웨어도 활발하게 팔리고 있을까? 닌텐도 서드파티들의 대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xx의 숲’ 같은 닌텐도가 전략적으로 밀어주는 닌텐도 타이틀을 제외한 서드파티들의 소프트웨어 판매실적은 PC패키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국내 서드파티들은 아예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노리고 게임을 개발하는 상황이다. 언젠가 국내의 한 닌텐도 서드파티 관계자는 “(불법복제 때문에) 어차피 한국 시장에서 많은 실적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을 닌텐도도 우리도 알고 있다. 때문에 조건이 나빠도 (해외를 보고) 울며겨자 먹기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 한 적이 있다. 국내 개발사 뿐만 아니라 닌텐도의 서드파티 게임을 수입하는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글화를 해서 내놔도 이미 코어 유저들은 다 (복제로) 즐긴 상태고, 일반 유저들은 제품이 출시됐는지 모른다’.는 것이 현실이다. 코어 유저들이 ‘왜 우리를 무시하느냐!’라고 외쳐도 (정품을 사지 않는 한)닌텐도에게 있어 그들은 그냥 ‘유령 유저’일 뿐이다.

일본의 회사가 ‘한국의 비디오 게임 유통 채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콘솔 게임기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겠다’는 좀 오버스러운 제스처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 ID Optical은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일본에는 불법복제가 없는가? 아마 숫자로 보면 우리보다 더한 불법복제가 판을 칠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만큼의 손해를 메울 수 있는 소비계 즉 인구수(정품유저)가 많아 불법 복제가 묻혀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의 오버액션은 아무리 봐도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장사가 안되니 아예 처음부터 제한을 둬 (게임을 하려고 복사까지 시도하지는 않는) 라이트 게이머 층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이야기다. 자사의 수익구조를 좀더 분명하게 확보하려는 움직임이겠지만, 이렇게 그럴듯한 명분을 들고 나오는 데야 불평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겉으로는 한국시장에서 nds 140만대 팔았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오히려 불법복제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 닌텐도의 속내이지 않을까? 이제 제 값을 받겠다고 나섰으니, 골라먹기는 포기하고 조용히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 밖에 없다.

게이머들이 음지에 숨어있는 한, 닌텐도에게 한국은 여전히 ‘게임 안 하는 사람들의 나라’이니 말이다.

기자의 ‘민망함’을 그대들은 아는가?

닌텐도의 Wii 한국 런칭발표가 있던 다음 날, 유인촌 신인 문화관광 체육부 장관이 게임산업진흥원을 찾았다.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진흥청을 찾은 유 장관은 "문광부 산하 기관 중 제일 먼저 업무보고를 받는 것 같다."며 게임산업에 관심을 표했다.

이날 업무보고에 앞서서 국산 아케이드 게임기와 온라인 게임 그리고 Xbox360, PS3, Wii 등 게임시연이 있었는데 유인촌 장관은 직접 아케이드 게임기와 Wii를 시연했다. 유인촌 장관은 ‘실용의 정부’ 인사답게 Wii시연 도중 ‘재미있기는 한데 우리가 돈 버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무보고에서 유 장관은 “게임산업에 대한 대국민인식이 저평가 되어 있다. 부작용도 있겠지만 순기능도 만만치 않다.”며 “유관 부서와 단체들이 협력해 실질적으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고 말했다. 또 업무보고에 이은 비공개 논의에서 유 장관은 ‘게임산업이 돈을 잘 버는 사업인 것을 알고 있다. 실용의 정부이니만큼 돈을 버는 사업이면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인식 저평가’ 지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다. “유관 부서와 단체들이 협력해 실질적으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자.”라는 발언이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돈 잘 버는 산업이면 예산을 지원하겠다.’라는 발언도 반갑기는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산업육성책도 예산지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더 새겨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 게이머들의 바람이다.

ID Clou는 “진흥원의 접근방식도 장기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컨텐츠 산업간에 서로 연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반한 영화의 제작과, 영화 배급과 동시에 출시되는 다양한 게임들, 유명배우의 대거 참여와 뛰어난 OST 등.”이라고 지적했고 ID moonrube는 “불법다운로드 좀 막아서 국내게임 시장 좀 살려달라. 전문공유사이트가 버젓이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있는데 왜 정부에선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 주최 게임관련 행사에 가면 꼭 듣는 단어가 있다. ‘게임강국 코리아’.

알아서 잘 컸으니 앞으로도 무럭무럭 번듯하게 자라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물론 당장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예산 지원 중요하지만,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육성 계획 역시 실용의 범주에 포함되어야 하리라. 월요일에는 ‘한국의 비디오 게임 유통 채널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콘솔 게임기의 일부 기능을 제한하겠다’라는 일본 기업의 발표를 듣고, 화요일에는 ‘게임강국 코리아’ 구호를 들어야 하는 기자의 ‘민망함’을 그대들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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